空은 '비었다', '공허하다.' 라는 뜻이고, 亡은 '망했다.', '없다.' 라는 뜻이니까 공망空亡은 '무언가 있어야 할 것이 비어있는 없는 상태' 를 말한다.

(亡 은 '망할 망'과 '없을 무'의 두 가지의 뜻과 음이 있는데 아마도 선학들은 '공무'라고도 하였는지도 모르고 실제 하였을 수도 있다. 어차피 비어있고(공허하고) 없으니까(망했으니까).)

공망空亡은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서로 짝을 지어 60갑자甲子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순서대로 짝을 지으면 甲子, 乙丑, 丙寅, 丁卯, 戊辰, 己巳, 庚午, 辛未, 壬申, 癸酉까지는 이상이 없으나 뒤의 戌과 亥는 짝이 없게 된다.

따라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는 술토와 해수가 공망空亡이 된다.

즉, 천간天干이 계癸에서 끝이 나면 지지地支는 술戌과 해亥가 남아 짝이 없는 상태인데 이를 일컬어 공망空亡이라 한다.

(그 뒤에 갑술甲戌, 을해乙亥, 병자丙子, 정축丁丑,,,,,,,,, 계미癸未는 신申과 유酉가 공망空亡이 된다. 그 뒤로도 같은 원리다.)

공망空亡은 사주의 모든 영역에서 작용하고 공망空亡이 작용하지 않는 사주의 영역은 없으며 공망空亡이 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원래부터 없었거나 있더라도 없어지고, 있긴 있어도 약하고 그 능력이 제한을 받으며, 없거나 부족하므로 이를 채우려는 욕구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재성財星이, 여자가 관성官星이 공망空亡이면 남자는 재성財星을, 여자는 관성官星을 더욱 바라게 되는 그런 이치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적천수滴天髓의 저자 임철초任鐵樵는 적천수에서는 공망空亡을 쓰지 않는다고 하였고, 명리학命理學의 또 다른 최고 고서인 연해자평淵海子平에서는 지지地支에 공망空亡이 있을 때 충형沖刑하거나 합合을 하면 공망空亡이 아니라 하였으며(해공解空), 사주에 공망空亡이 있는데 다시 대운에서 공망空亡을 만나면 공망空亡이 아니라 하였는데(이것 말고도 내용이 더 있는데 이것만 적는다.), 이는 내가 해보니까 좀 잘못되었고 아닌 것 같다.

공망空亡이 된 글자를 충沖 하거나 형刑하면 공망空亡이 해소, 즉, 해공解空된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나는 해공解空은 없다고 보는 입장이고, 일단 공망空亡이 된 글자는 쇠약한 것이므로 이를 충沖 하거나 형刑 하면 오히려 그 강도(충형沖刑의 충격)가 더욱 강하게 되므로, 따라서 공망空亡이 된 글자가 희신喜神이라면 결과는 더욱 흉하고, 공망空亡 맞은 글자는 약하므로 다른 글자와 합合을 하면 더욱 쉽게 끌려간다고 보며, 희신喜神이 공망空亡이면 흉한 것이고 기신忌神이 공망空亡이면 오히려 길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즉, 공망空亡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지지地支의 글자가 희신喜神인지와 기신忌神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재, 관, 인성(財, 官, 印星)이 공망空亡이라고 하여 모두 흉하고 비겁比劫이 공망이라고 모두 길하다면 사주 보기가 얼마나 쉽겠나?

'공망空亡을 쉽게 찾는 방법' 을 이야기 해 보면, 일단 방법은 매우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저기 들어보면 지금도 손가락으로 짚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제발 그렇게는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말자.

순간적으로는 수월할지 몰라도 머릿속에서 정리도 안되고 보기도 안좋다.

오랫동안 쓸 거라면 손가락은 좀 그렇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60갑자甲子를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줄줄 외우고만 있다면 어떠한 간지干支라도 바로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초학들이 가장 찾기 쉬운 방법은 어떠한 간지干支더라도 앞뒤로 움직여 무, 기토(戊, 己土)로 가서 지지地支를 충沖하는 글자를 찾는 것이 가장 쉽다.

예를 들어 간지干支가 병인丙寅이라면 병인(丙寅) 다음이 정묘丁卯, 그다음이 무진戊辰이니까 여기서 멈추고, 여기서 지지地支 진토辰土와 충沖하는 술토戌土, 즉, 이렇게 戌, 亥가 공망空亡이 된다.

하나 더 해보면 간지干支가 신사辛巳라면 60갑자甲子를 외우고 있으면 신사辛巳, 임오壬午, 계미癸未니까 申, 酉라고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신사辛巳에서 뒤로 가면 경진庚辰, 기묘己卯이니까 여기서 멈추고, 지지地支 묘목卯木과 충沖하는 유금酉金, 즉, 이렇게 申, 酉가 공망空亡이 된다.

(유금酉金이라고 해서 酉, 戌 이라고 이해한다면 일찌감치 사주명리학使酒命理學 공부를 접는 것이 좋다.)

공망空亡을 찾는 방법은 누구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숙달할 수 있으므로 어려워하지 마시라.

끝으로, 공망空亡도 신살神殺의 일종으로 신살神殺 중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실제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살神殺이 생극제화生剋制化보다 우선이 될 수 없으므로 모든 신살神殺을 참고는 하되, 그 중심을 생극제화生剋制化보다 깊이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망空亡을 포함한 각종 신살神殺들이 본인들 사주에는 없으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는 사주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느 한 오행의 공허함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의 보편적인 이치가 아니겠는가.

세상 어느 누구라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말만 안 할 뿐이지 우리가 모르는 부족함을 어느 누구든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받아들이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나 또 다른 불평불만의 요소들에 대한 스트레스, 또는 그로 인한 속상함들을 조금은 덜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