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과 인연 ~떠꺼머리 총각~

전생과 인연 ~떠꺼머리 총각~

G 토마세 1 51 05.05 16:08

옛날에 어떤 사람이 예쁜 여자를 아내로 얻었다. 그런데 그 고을에 부임한 사또가 미색에 혹하여 자꾸 여자를 빼앗으려고 수작을 하였다. 그러자 여자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느니 차라리 도망갑시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숨어살아요.”

남편 또한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짐을 싸들고 산중으로 향했다. 산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자 부부는 한 오막살이를 찾아 들어갔다.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에는 노파와 떠꺼머리 총각이 살고 있었다. 밤이 깊어 잠을 자게 되었는데, 방이 하나뿐인지라 한 방에 나란히 누워서 자게 되었다. 총각 옆에 노파가 눕고 그 옆에 아내가 눕고 끝에 남편이 누웠다. 그런데 남편이 자다가 잠을 깨어서 보니 옆에 누웠던 아내가 어느 새 총각 옆으로 가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은 기가 막혔지만, 곤해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모르는 척 붙이려 했다. 그러나 영 잠이 오지 않아서 눈을 껌벅거리고 있는데, 저편에서 무언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이 그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아내가 총각의 몸 위에 올라가서 한참 동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은 깜짝 놀랐지만 일어나서 소란을 떨 수도 없고 해서 속만 태우며 밤을 새우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자 이제 날도 밝고 아침도 먹었으니 어서 갑시다.”

그런데 아내가 선뜻 따라나서지를 않는 것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못 가겠으니 며칠만 더 쉬다가 가요.”

그러자 남편이 전날 밤의 일도 있고 해서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난 갈테니 당신은 여기서 살테면 살고 마음대로 하구려. 당신이 안 가면 혼자 가겠소.”

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따라나서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 싫으면 할 수 없는 거죠 뭐. 난 이 고생 하면서 못 살겠으니 어서 가시우.”

그러자 남편은 그만 세상이 다 귀찮아져서 여자를 그대로 떼어놓은 채 길을 나섰다. 길을 가면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님이 싫다면서 절개를 지키러 떠난 사람이 가난하고 꾀죄죄한 총각하고 살겠다고 하는 심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후 이 사람은 깊은 산중의 절 속에 들어가서 도를 닦았다. 어느 날 그는 전생의 일을 점쳐 보고는 불현듯 전날의 사건에 얽힌 이치를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 여자와 떠꺼머리 총각은 한 쌍의 노루였는데 이생에서 사람으로 환생한 것이었다. 지나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랬는데 전생에 부부의 연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오죽 그 인연이 끈끈했겠는가.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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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타인)끼리도,끌리고 좋거나 잘 맞거나 하는 인연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