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과 인연 ~양반 아내와 숯구이~

전생과 인연 ~양반 아내와 숯구이~

G 토마세 1 58 05.05 16:06

사람들에게는 전생이 있어 그 인연이 현생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옛날에 어떤 양반 하나가 살고 있었다. 좋은 가문에 재산도 많은데다가 학식이 깊어 일찍 벼슬길에 나가니 아무라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 양반과 결혼해서 잘 살던 아내가 어느 날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 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보다 더 좋은 데가 어디 있다고 집을 나갔는가? 그것 참 희한한 일이로다.’

양반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내가 집을 나간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이거, 억울한 것보다도 궁금해서 안 되겠다. 찾아내서 이치를 알아봐야겠어.’

이렇게 결심한 양반은 마부를 한 명 데리고 팔방으로 아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날을 그렇게 돌아다니던 양반은 어느 날 산골짝에서 길을 잃고 어떤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숯을 구워서 먹고사는 숯구이의 집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집 나간 아내가 그 집에 살면서 숯구이의 마누라 노릇을 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니 양반은 그만 기가 탁 막히고 말았다.

‘아니 그 좋은 자리를 두고서 숯구이의 마누라라니!’

그랬건 말았건 여자는 상을 차린다고 숯구이 남편과 함께 분주히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얼굴은 숯검정에 절었지만 어찌나 표정이 편안한지 살결에서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였다. 볼수록 기가 막힌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양반은 길을 나서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잘 살구려.”

“잘 가세요.”

인사를 받고 떠나오면서도 양반은 도저히 그 이치를 알 수가 없었다. 때 마침 멀리 한 암자가 눈에 띄이면서 백발 노승이 거니는 모습이 보였다. 양반은 암자로 다가가서 노승에게 합장을 했다.

“오실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앉으시지요.”

그러자 양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올 줄 알았다구요?”

“하하. 무언가 숙제를 가지고 오신 게 아니던가요?”

양반은 노승이 도인임을 깨닫고 가르침을 청했다.

“그렇습니다, 노스님. 이 어리석은 사람을 좀 깨우쳐 주세요. 우리 아내가 나를 떠나서 숯구이한테 간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게 다 전생의 인연이지요.”

이 말을 시작으로 노승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손님께서는 전생에 어느 절의 스님이셨답니다. 아주 착한 분이셨지요. 길을 가면서 혹시라도 벌레를 밟지 않을까 바닥을 쳐다보며 다닐 정도로요. 어느 날 그 스님은 길을 가다가 바위에 앉아서 쉬고 있었지요. 그때 옷에서 이 한 마리가 슬슬 기어 나왔답니다. 스님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 이를 옷에서 떼어서 바위 아래 풀포기 위에 살짝 올려놓았어요. 그리고 가던 길을 갔지요. 얼마 후 그 바위 아래에 웬 멧돼지 하나가 와서 누웠답니다. 그러자 풀포기 위에 있던 이는 멧돼지 몸으로 기어들어 갔어요. 멧돼지 몸으로 들어간 이는 평생을 그 몸 속에서 편안히 살다가 세상을 떠났답니다.”

양반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노승을 바라보자 노승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 멧돼지가 현생에 숯구이로 태어났고 이는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지요. 여인은 한때 스님의 몸에 깃들었던 인연으로 손님의 아내가 되어 은공을 갚은 것이랍니다. 하지만 스님이 이를 떼어서 내려놓은 탓에 손님 아내로 길이 머무르지 않고 훌쩍 떠나고 말았지요. 그리고는 저 숯구이 남편을 얻어서 전생에 자신을 평생 용납해주었던 은공을 갚고 있는 중이랍니다. 평생을 저렇게 잘 살겠지요.”

노승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양반을 향하여 덧붙였다.

“손님은 전생에 살생을 않고 덕을 쌓으셨으니 한평생을 유복하게 사실 겝니다. 산을 내려가고 나면 손님의 평생 인연을 만날테니 행복하게 잘 사십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그 말과 함께 노승은 암자 안으로 사라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양반은 산에서 내려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한 현숙한 여인과 인연이 맺어져서 평생을 해로했다고 한다.

Comments

서로가 끌리고 어울리는,천생연분~인연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