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에서 일어난 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일어난 일

G 빛멸 1 3,083 2022.04.13 00:24

한 소녀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걷고 있었다. 소녀의 몸은 바짝 말랐고 가녀린 소녀의 손에는 딱딱한 빵 한덩어리가 쥐어져 있었다. 소녀는 집에 있을 어머니에게 빵을 드리기 위해 잰걸음을 걸었다.



소녀의 발에 돌이 채였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가로등은 고장나 도시는 어둠에 잠겨있었다. 소녀는 불안감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 소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골목길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걸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소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녀가 눈길을 준 자리에는 지팡이를 짚은 눈먼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노인은 고개를 들고 외쳤다.



"거기 누구 있소?"



소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열어 대답했다.



"네, 아저씨."

"착한 꼬마 아가씨구나. 혹시 나를 위해 심부름을 해줄수 있겠니? 나는 앞도 안보이는 장님이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소녀는 추위에 몸을 떨며 말했다.



그는 깊은 외투 주머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내가 주는 이 편지를 길건너 구두장이 한스에게 가져다 줄수 있겠니? 아마도 불이 켜져 있을게다.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편지 내용을 읽으면 안돼!"



소녀는 얼떨결에 편지를 받아들고 노인에게 뒤돌아서 달렸다. 저 멀리서 노인이 소녀를 향해 외쳤다.



"9시구나.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서둘러라!"



소녀는 노인의 외침을 뒤로 하고 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소녀의 발은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경찰서에 들어서자 눈이 충혈된 경찰관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경찰관은 눈을 부비며 소녀에게 부드럽게 용건을 물었다. 소녀는 아까 전의 일을 이야기하자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뭔가 수상하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장님 아저씨가 어떻게 날이 어두지는 걸 알았으며 또 시간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소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경찰관은 외투를 걸치며 구두 수선 가게에 가보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경찰관이 돌아왔다. 경찰관은 외투를 벗어 의자에 휙 던지고 말했다.



"길 건너, 그러니까 린덴 가 27번지에 부부가 운영하는 구두 수선가 있어.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 부부가 아주 불안해하더군. 그리고는 핑계를 대며 뒷문으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어. 도망친거지. 그곳에서는 가죽냄새가 아니라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어. 지하실 문은 열려있었고 그곳에서 악취가 나는게 틀림없었지. 나는 가게를 둘러본 뒤 촛불을 들고 지하실에 들어갔어."

"무엇이 있었는데요?"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관은 끙 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시체를 토막난 채로 선반에 가지런히 놓았더구나. 여기 함부르크에 인육 장사꾼이 있었던 게지."



말을 끝낸 경찰관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소녀는 노인이 보지 말라며 강조하던 편지의 내용이 궁금했다.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어요?"



경찰관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소녀에게 읽어주었다.



"오늘 분량은 이게 마지막이네. 한스에게 야코프가 씀"



소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현기증이 났다. 이윽고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희생자였지."

Comments

G 2022.04.13 08:50
인육,장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