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퇴마

G 미나세이노리 1 3,400 2022.02.11 22:40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항상 집단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 집단을 이끄는것은 잘생긴사람, 혹은 유머러스하거나 싸움을 잘하는사람정도가 될것이다. 그렇게 이끄는 사람이 있는반면, 소외를 당하는 사람도 있기마련이다. 주로 소심하거나, 더럽거나 혹은 사이코적인 면을 가진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렇게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유를 몽땅 주워담은것이 바로 '나'라는 쓰레기통이다. 소심한 성격탓에 그어디서든 나설수가없다. 멀미와 장트러블이 심해, 항상 더러움의 멸시를 받는다. 가끔가단, 유독 혼잣말이 심한탓에 사이코라 불린적이있다. 그렇기에 내가 이 회사라는 집단에서 따돌림을 받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것일수도있다.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에, 망가진 호빵맨얼굴을 가진것이 바로 나다. 그런 나는 학창시절부터 항상 따돌림의 대상이되었다. 뚱뚱하다란 이유만으로 동물취급을 받아야했으며, 못생겼단 이유만으로 반아이들의 주먹맛을 봐야만했다. 소심한 나를 바지와 심지어 팬티까지도 벗겨버린채 여자아이들앞에 서보라고 한적도있다. 뚱뚱한 몸에 콩알만한 나의 성기는 반 여자 아이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버린다.

 

죽고싶다란 생각은 수천 수만번도 넘게하였다. 하지만 그것또한 소심한 나에겐 무리였다. 죽음앞에 이르면 덜컥 겁이 나버린다. 죽음뒤에 세계란게 차마 가보지는 못하지만, 왠지 끔찍할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쩔수없었다. 지긋지긋한 인생이지만, 살아야만했다. 그렇게 학창시절만 지나면 모든것은 괜찮아 질것이라 여겼다.

 

모든것이 수준미만인 나에게, 하나의 장기란 바로 집중력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공부만은 잘해왔다. 수백명의 학생들을 밀치고 항상 굳건하게 전교1등을 해왔다. 그것이 바로 나의 한줄기 빛과 같았다. 나의 마지막 희망이였으며, 따돌림에서 벗어날수있는 유인책이였다.

 

그렇게 서울대에 입학하였다. 나름 성인이라 불리는 대학생들에겐 어느정도에 개념은 있을것이다. 부디 나를 인간취급해주기를 바라였다. 하지만 그것은 입학 첫날부터 산산조각 나버렸다.

모든것은 병신같은 나의 잘못이다. 그런 만원버스에 타는것이 아니였다. 돈이 들더라도 택시를 타는것이 현명했다.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멀미약정도는 먹었어야했다. 발디딜 틈조차 없던 만원버스안에서 부침개 하나를 만들었다. 주위에 여럿사람들 신발에 덕지덕지묻어, 악섞인 고함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마치 내가 현상범인마냥, 나의 초상화가 학교 게시판에 떡하니 붙어있다.

그 옆에 붙어있던 또다른 백지한장엔 나의 대한 온갖욕이 난무하였다. 그것을 보니 다신 흘리지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대학교에서조차, 따돌림의 대상이되었다. 차라리 중학생이나 고등시절이 나았다. 이것들은 나를 괴롭히는 방법들이 도를 지나친다. 전봇대에 청테이프로 묶여 꼼짝못하게 만들어놓고는 나무각목으로 힘껏 내려쳤다. 괴로움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을까? 자신들은 한번도 오바이트를 해본적이 없는것인가? 만약 얼굴이 출중나게 잘생긴녀석이 그러했다면 상황은 달랐을것이다. 아마 '그럴수도있지'하며 가볍게 넘어갔을것이다.

 

그렇게 4년이란 세월을 견뎌냈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모든이야기를 하려면 끝도없다. 매일매일 괴로움의 연속이였으니까.

 

나의 하나뿐인 집중력이란 장기로, 대학에서조차 나의 성적은 유별났다. 그런 나이기에, 이만한 크기에 회사는 당연한것이다. 이름난 대기업에 취직한 나는 파란만장한 나의 미래를 꿈꿨다. 이 소심한 성격을 털어버리곤 활발하게 시작할것을 마음먹었다.

 

오늘은 실수를 안할꺼라는 마음가짐에 멀미약을 두병이나 비우고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까지 장착하였다. 이만하면 완벽하다. 아무리 멀미가 심한 나라도 이렇게까지했는데 설마 멀미를 하겠나? 그런 나의 생각처럼 무사히 회사에 도착하였다. 지금까진 순탄대로다. 이제부터다. 이제부터 나의 달라진 모습으로 소외란 굴레에서 벗어나야만했다.

"안녕하십니까, 박경환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첫스타트는 괜찮았다. 꽤나 힘있는 인사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표정들이.. 사람들의 표정들이 이상하였다. 다들 똥을 씹고있는마냥,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렇다. 대학입학시절, 내가 따돌림받았던 이유는 오바이트가 중점이 아니였다. 소심한 성격또한 중점은 아니다. 바로 나의 뚱뚱한 몸뚱아리와 얼굴이 문제였다. 그저 못생겼다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나를 괴롭힌것이다. 이번으로 백만번째 부모님을 원망한다. 나를 이따위 얼굴로 나아준 부모님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였다. 이미 이세상엔 없는 두분이였지만 말이다.

 

등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털이 솟을정도로 소름돋는 느낌. 바로 최과장의 손길이였다. 그녀석은 나의 등뒤부터 쓰다듬으며 올라와 턱하니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느낌이 너무나도 싫다.

"어이, 뚱보."

이회사에서 나를 지칭하는 명은 바로 뚱보이다.

"예?"

"이것좀 처리 해줄수있지?"

그는 수십장의 업무를 나의 책상위로 올려놓았다. 완전 씨발놈이다.

"아, 예예.. 물론이죠.."

처음에 나의 마음가짐과는 반대로 과정은 흘러갔다. 이미 나는 또다시 소심한 직원이 되어있었다. 부탁하는것을 거절할 용기는 없다. 만약 거절을 한다면, 득될것은 없을테니까.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연장업무를 하였다. 그녀석 말고도 두명이 나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겨놓고 도망갔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것들을 오늘내로 처리해야만했다. 그러지 못할시에는 나는 죽은 목숨이다.

"와.. 지혜씨다..."

이 엿같은 생활을 견디게해주는 활력소가 바로 지혜라는 여자이다. 오똑한 콧날에 똘망똘망한 눈이 나의 비하면 너무나도 많은것을 가지고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나의자리에서 1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야간업무를 하고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고싶어진다. 마침 회사엔 우리둘뿐이였다.

 

캔커피 두개를 산뒤, 곧장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떤말을 해야할까? 그냥 간단하게 '열심히하세요.' 라고할까? 아니면 '제마음입니다.' 하면서 느끼한 멘트를 날려볼까? 이래저래 고민하는동안 그녀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또 야근하시나봐요?"

"아,아.. 네.. 그렇게 되었네요."

"응? 왜 캔커피를 두개씩이나?"

"아! 이건.. 실수로 천원을 넣고 버튼을 두번눌러버려서 그래요.."

"그거.. 600원짜리 아닌가요?"

아차! 나의 실수였다.

"아... 자판기안에 200원이 들어있는 상태더라구요.. 운이좋았죠 뭐.."

아, 이미 업질러진 물에 몸을 적시는 꼴이다. 말같지도않는 변명에 그녀는 의미모를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

"자, 이거 드세요. 어짜피 저혼자 두개는 못먹어요."

"아, 그러세요? 충분히 드실꺼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하"

그녀의 말장난에 괜히 쑥스러움이 느껴진다. 더이상의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곧장 자리로 돌아왔다.

 

그이후, 그녀는 항상 나를 볼때면, '캔커피!'라며 불렀다. 지금까지 한번도 관심이란걸 받아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녀가 나에게 주는 관심에 괜한 착각을 해버렸다.

"저랑.. 만나주세요.."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한것이다. 꽃한다발을 그녀에게 내밀며 고백을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랑을 전달하는거란 이런느낌이란걸 느꼈다.

 

그녀는 주섬주섬 자신의 가방을 뒤져보았다. 그리고는 손거울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이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보여요?"

"네.. 그렇다만?"

그녀는 다시한번 주섬주섬거리더니 어떤 사진한장을 꺼내었다.

"그럼 이사진안에 남자보여요?"

물론 보였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그 남자는 마치 연예인마냥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있었다.

"이게 제 남자친구에요. 그게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나랑 사귀고싶다면 적어도 이정도는 되야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죠? 참나, 지 주제를 알아야지.."

그녀는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채, 유유히 사라졌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은 산산조각나버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건물 옥상에 서있다. 사랑의 상처란게 이처럼 클줄은 몰랐다. 이윽코 옥상난간에 섰다. 이제 떨어지기만 하면 끝이다.

"씨발..씨발..씨발..!!"

하지만 죽음의 끝자락에서 용기가 나질않았다. 그냥 한걸음만 더 내딛으면 끝인데, 이 개같은 세상에서 벗어날수있을텐데말이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참 달이 밝다.

 

그이후, 3년이란 세월을 내리 소외당하며 살아왔다. 회사에선 어느정도에 계급까진 올라섰지만, 인지도에선 아직 최하위를 달리고있다. 이젠 그들은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듯했다.

 

소외당한다는것은 너무나도 외로운 일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순 없는것일까? 두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다.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무턱대고 견딘다고 되는일이 아니였다. 그것은 3년을 버텨봐서안다. 이미 나는 제정신을 벗어나버렸다. 애정결핍에 걸려버린듯 사람들의 관심을 원한다.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방법을.

 

그러기 위해선, 먼저 빌어먹을 최과장을 떼어내야만했다. 항상 그녀석이 나를 짓눌려만 왔다. 그녀석때문에 처음입사할때 먹었던 마음가짐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래, 그녀석때문이다. 그녀석만 없다면 나의삶이 조금은 나아질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최과장에 목을 있는힘껏 조르고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온것일까? 소심했던 나에게선 이런 용기란 없을줄만알았다. 남들 앞에서 말한마디조차 힘들었던 성격인데, 내가 천부적으로 타고난 살인마였나? 그녀석에 목을 조르는순간에도 오만가지에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석은 목에서부터 핏줄이 서더니, 얼굴전체에 핏줄이 터질듯이 솟아있다. 눈알은 반쯤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것만 같았다.

 

이제됐다. 그녀석은 이세상에서 가장 쓰레기같은 표정으로 숨을거뒀다. 그꼴이 정말이지 웃음이나온다. 나의 철두철미한 살인 방식으로 아주 자그만한 증거조차 남기지않았다. 조사를 나온 경찰들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못하고있다.

 

하지만, 그이후에도 나의 소외는 끝이아니였다. 오히려 더 냉담한것같다. 무엇이 잘못된것이지? 난 이제 최과장이란 그늘안에선 자유로워졌다. 무엇이 잘못된것일까? 한참을 고민한끝에 결론이 내려졌다. 바로 지혜 그년때문이다. 그년은 항상 내가 들리는 곳에서도 나의 뒷담화를 해대었다. 자신의 주제를 모른다느니, 얼굴 생김새가 어떻다느니, 심지어 나의 과거사까지도 알아내 일일이 회사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래, 그년이 문제였다. 그녀가 다 꼬발라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를 붙잡았다. 광채를 뿜는 식칼을 보여주자 그녀의 표정이 살려달라 애원을해대었다. 그러길래 내것이 될것이지. 내가 원했을때 내것이 되었다면 난 이년을 죽이진 않을것이다. 지금 그녀의 마음따위를 원하진 않지만, 왠지모르게 그녀의 몸뚱아리는 땡겼다.

 

옷을 전부 찢어버렸다. 브레지어와 팬티도 마찮가지이다. 여자의 속살을 실제로본것은 엄마이후 처음이다. 엄마의 시체를 닦은때 잠시나마 보았지만, 이처럼 다를줄이야. 그녀는 엄마의 속살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의 가슴을 보자 유두가 바짝 서있다. 저런거 야동에서 본적이있다. 아마, 흥분했으니 해달라는거겠지?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리고 큼직해진 그것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년의 성기속으로 집어넣었다. 기분이 생각만큼 썩 좋지는 않았다. 몇차례에 움직임에 벌써 흰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그녀의 유두는 더해달라고 여전히 서있다. 나를 놀리는것인가? 마치 나에게 이정도밖에 못하냐며 놀리는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유두를 칼로 도려냈다. 똥글한 그것이 콩알같기도하다. 두개다 도려내니 거기서만 피가 분출된다. 왠지 그모습이 웃겼다. 나는 웃음을 참지 않고 마음껏 토해냈다. 멀미를 하듯이. 그리곤 그녀의 온몸을 푹푹 찔렀다. 그러자, 그녀도 온몸에서 피를 토해내었다. 나처럼 말이다.

 

회사에선 한마디로 태풍이 몰아쳤다. 회사 전체를 휩쓸어버린듯 완전 난리가 났다. 이번에도 역시 나는 철두철미하였다. 증거따윈 꺼져버려라지. 경찰들의 당황한 표정이 재미있다. 회사에선 이것이 '귀신의 장난'이라며 말도안되는말을 퍼뜨리고있었다. 나의 소문을 퍼뜨리던것처럼 말이다.

 

그이후에도 좀처럼 나의 소외감은 나아질 기색이없었다. 그래서 더 죽였다. 수십명을 칼로 찔러죽였다. 그런데도 나아지질 않는다.

 

모든것은 내가 생각한대로 이뤄지지않았다. 계속해서 이유모를 살인이 이어지자, 더이상 우리회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없어졌다. 그리고 원래부터 회사에 자리잡고있던 직원조차도 하루에 수십명씩 빠져나갔다. 신문과 뉴스에선 '대기업의 저주'라는 문구와 함께 조만간 무너질 위험에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끝내, 말그대로 커다란 대기업은 폭싹 망해버렸다. 대기업이 이처럼 쉽게 망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마도 내가 실수를 했나보다. 정도껏 했어야했다. 그래도 이직업이 나에겐 유일한 자랑거리였는데 말이다.

먼지 투성이가 되버린 회사안엔 나홀로 몸을 수구린채 앉아있었다. 아쉬운 나의 일자리. 사실 그들보단 소외의 문제는 나의 얼굴때문이였는데. 나를 탓하긴 싫었다. 모든것을 그들의 잘못으로 돌리고싶었다. 나는 그뿐이다.

- 탁탁탁탁!

그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뛰어올라왔다. 이곳엔 더이상 그누구도 오질않는데, 데체 누구지? 그것은 닫혀있는 문앞에 서서 말하였다.

"헉헉.. 아씨, 숨차네.. 어이, 뚱보. 여기있지?"

누구지? 뚱보라고 부르는걸보니 회사직원인가? 하지만 처음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있는거 다 안다구 뚱보. 그리고 모든짓은 니가 저질렀다는것도 말야."

뭐? 어떻게 알았다는거야? 나의 계획은 철두철미했는데! 그누구도 증거하나 찾을수 없었는데 말이다.

"자, 순순히 잡혀라구."

- 쾅!

그녀석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터벅터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가까워지고있다는걸 느꼈다. 잡히면 안되는데. 나의 죄가 탄로나면안되는데. 무엇보다 저녀석은 어떻게 안거지? 과학수사라도 한것인가.

 

그녀석이 걸어오는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다행히 커다란 회사라 수많은 책상사이로 숨어 도망갈수있었다. 아니, 있을것만 같았다.

"어이, 어디 도망가려구?"

"에잇 씨발!"

어느새 그녀석은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나는 내 몸뚱아리가 할수있는 최대에 속력을내며 달렸다. 무작정 위로 달렸다.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점점 크게들려왔다. 가까워지고있다. 분명 가까워지고있었다.

 

어느새 옥상문이 보였다. 일단 저기로 들어가서 문을잠구자. 그리곤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만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을 벌어야만한다.

 

옥상문을 벌컥열어 몸을 집어넣었다. 곧바로 몸을돌려 문을 닫으려는순간, 눈앞까지 와있는 그녀석이 보였다.

- 쾅!!

있는힘껏 문을 닫았다. 이제 자물쇠만 잠구면 된다.. 저 자물쇠만..!

- 꽈앙!!

육중한 나의몸이 그녀석 힘에 밀려 날아갔다. 그리곤 그녀석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옥상으로 들어왔다.

"나..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하하하, 난 이미 모든것을 알고있다니까? 너가.."

죽. 였. 다. 는. 것. 을.

그녀석의 말 한글자 한글자가 힘있게 들렸다.

"무슨 증거로?!! 도데체 무슨 증거로 내가 죽였다는건데?!"

"증거? 그딴건 필요없어. 나의 직감이 곧 진실이니까."

말도안돼. 자신의 직감이 진실이라니. 정신이 나갔나? 아무튼 저녀석에겐 증거란 없는거같았다.

"하하, 그게 무슨 얼토당토없는 말이냐? 보아하니 증거따윈 없는거같군? 그런게 무슨자신감이야?"

나에겐 화색이 돌았다. 증거없인 그무엇도 두렵지않다.

"그래? 흠.. 그나저나 넌 나의 정체가 궁금하질 않냐?"

"너의 정체? 보나마나 삼류 형사의 불가하겠지. 감으로 때려맞춰보는."

"하하하, 그래. 그렇게 생각할수도있겠지. 허나 틀렸어. 나란놈은말야.. 바로 너같은 녀석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라구.."

날위해 존재한다니..? 그게 또 무슨 개소리인가?

"혹시 퇴마사라고 들어봤어? 그게 나의 직업인데 말이지."

"퇴마사...?"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거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상관있지. 왜냐면 넌 이미.."

 

죽. 은. 목. 숨. 이. 니. 까.

 

순간, 머리속에 짜릿한 전기가 맴돌았다. 빌어먹을, 말도안돼. 내가 죽은 목숨이라니 어디서 개소리를 해대는거야. 씨발.

"그만 너자신을 부정하고 인정해란말이야. 나도 피곤하니깐."

생각하기싫어. 부정이 아니라고. 내가 맞다고 여기는게 곧 진실이야 너의말은 틀렸다고.

"으아아아악!!!!!!!"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개같은 기억들은 새록새록 머리속에서 자라만 났다.

"넌 이미 3년전에 죽은 몸이야. 그런놈이 아직까지 여기서 말썽을 부리면 되겠어?"

아니야 아니라구, 난 죽지않았어. 씨발. 난 죽지않았다구.

"3년전에 넌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고. 기억안나? 그날은 참 달이 밝았는데 말이지."

"....."

 

모든 기억들이 나의 머리를 옥죄어왔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머리테를 조이듯이 나의 머리또한 큰 압력으로 조여진다. 지끈지끈 아프다. 옥상에서 떨어진 나의 시체에서 흐른핏물에 반사된 달빛이 참 인상적이였다. 그것이 영혼인 내가 처음으로 몸에서 나왔을때 본것이다.

 

모든것은 유별나게 특별한 나의 집중력때문이다. 나는 몸뚱아리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이사실을 부정했다. 사실 죽고싶지않았다. 아직 나에겐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꿈이 있었다. 그욕망을 이루기전에 죽은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부정했다. 난 아직 살아있다고 집중하였다. 그리곤 나의 집중력이 빛을바란것이다.

 

"자, 슬슬 이승에서 떠날 시간이야."

퇴마사라는 그녀석이 두눈을 감은채,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그소리가 자세히 들리진 않았지만, 나의 머리속에선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오고있었다.

"으아아악!! 하지마!!"

그는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두눈을 치켜떴다. 그눈빛이 너무나도 살벌하다. 그리고 그눈빛이 너무나도 싫었다. 항상 모든사람들이 날 바라보는눈빛. 바로 멸시의 눈빛. 그것이 싫다.

"그런눈으로 보지마란말이야!!"

나는 있는 힘껏 그녀석에게 달려가 목을조이며 넘어뜨렸다. 온힘을 다했다. 그러자 그녀석의 얼굴색이 점점 시뻘게졌다. 조금만더.. 조금만더 조으자.

 

그녀석은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하면 숨을 거두게 할수있을것같았다. 하지만, 난 그러할수없었다. 그것은 그녀석의 표정이 변하고부터였다.

 

생전 처음보는 표정이였다. 선한눈빛을 뜨며 날 바라본다. 30년이란 세월을 살아왔지만, 단한번도 저런 표정을 실제로 본적은 없다. 가끔 티비에서 보지않았다면, 저런 표정을 할수있는지조차 몰랐을것이다.

"어이, 뚱보... 넌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본데, 난 널 해치려고 온것이 아니야."

그녀석은 먼지투성이가된 옷을 툴툴털며 일어섰다.

"내말 잘들어. 지금 내가 널 보내주려고 하는곳은 아주 특별한곳이야. 그곳에선 인간의 탐욕이란 존재하지않지. 모든것이 평등해. 그리고 모든사람이 똑같지. 그곳에선 너가 그들이고 그들이 바로 너야. 그누구도 특별하지않아. 이승의 인간은 탐욕이란 지배하에 모든것을 억제받고있어. 그것에 피해자가 바로 너지. 그들은 너와 친해지면 자신이 피해를 본다는것을 직감적으로 느낀것이야. 하지만 걱정할것 없어. 그곳으로 간다면, 너도 다른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될것이니 말이야."

 

나는 손으로 바닥을 집고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그가 말한데로하면 내가 꿈으로만 생각하던 세상이다. 그리고 그는 두손을 모아 계속해서 주문을 외운다. 잠시후, 하늘에선 밧줄이 내려왔다.

"저걸 타고 올라가. 그럼 너가 꿈꾸던 세상이 펼쳐질것이야."

"그..래.."

밧줄을 두손으로 집었다. 그리곤 천천히 올라갔다. 그과정이 힘들었지만, 꿈을 안은 나에겐 포기란 존재하지않았다. 하늘끝까지 다다른 나에게 반겨주듯 문이 활짝열린다.

 

탐욕이란 존재하지않는 평등한세계. 그곳에선 더이상의 소외란 존재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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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문을 열고,천상의 세계로 입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