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

이상한 꿈

G INSEC 1 3,601 2021.12.29 02:38

어느 날 꿈을 꿨다.

마을에서 떨어진 깊은 산 속에 적적하게 서있는 양옥과 관련된 꿈. 친구들과 함께 아무도 없는 양옥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친구 한사람이 갑자기 웅크리더니, 거품 흘리며 쓰러졌다. 의식이 없다.

우리들은 패닉에 빠지고, 양옥 속에서 아우성쳤다. 내 뒤에 뭔가 있다. 공포로 되돌아 볼 수 없다.
나의 정면에 있던 친구가 나를 보고 핏기가 가신 얼굴한 채, 가만히서있다. 여기에서 잠이 깼다. 이 꿈을 언제 꾼건지 기억하고 있지 않다. 단지 꿨다는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 꿈이 생각났다.
당시 18~9살이었던 우리들은, 뜻이 맞는 동료들 5명과, 각자의 애인을 데리고 서로 놀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A가 부모로부터 차를 선물 받았다.



처음으로 자신만의 차를 손에 넣은 친구A는, 어떤 장소로 담력 시험을 하러가자고 말했다.

내가 살고있던 동네에서 심령 스팟으로 소문이 자자한 [화이트 하우스] 거기에 가자고 말했다.

그 양옥의 소유주는, 사업에 실패해서 가족과 결별한것 같았다. 나는 담력 시험 같은걸 좋아했다.
시시한 일상에 만족하지 않고, 액센트를 붙이는 작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평소멤버들에게 갈거냐고 물어보았다. 나와 A와 나머지의 친구 두사람은 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친구B는 어두운 얼굴을 한채,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친구B는, 자칭 영감체질이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깔보고 있었다.  

B는 상당히 싫어했지만, 우리들은 억지로 동참시켰다.

그리고 그날 밤. 평소멤버와 여자 두사람. 총 일곱 사람이 화이트 하우스로 가게 되었다.

차를 2대로 나눠 타고, 우리들은 산속 깊이 들어갔다. 고개길을 나아간지 약 한시간 지났을때. 앞서나가던, A의 차가 옆길로 들어갔다.
[이런 깊은 산속,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정말로 양옥이 있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운전했다.

옆길로 들어간지 5분정도 지나자,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만 해도 귀신의 저택이었다.

그 외관을 보고서, 진지하게 위축되었고, 여자 두사람은 덜덜 떨고있었다. 한 번 한다고 정했으면 한다는게 나와 A의 생각이었기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여자 두사람을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갔다.

그와중에, B는 느낌이 좋지 않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조금 참아라..] 그렇게 말한후, 우리들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문고리는 부서져있어서, 누구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문 앞에 서게되자, 그 존재감에 압도 당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묘한 친근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 문,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뇌리를 지나갔다. 그 불안감은, 단순한 공포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점점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단순한 불안감이라고. 친구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이상, 여기에서 어떻게 물러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도전정신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는 [사람이 인생을 주의깊게 살아가는 동안에, 공포를 피부로 느끼게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인간은 그것에 맞서 싸워야한다. 비록 내가 공포에 이길 수 없더라도, 훗날에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플러스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해왔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을 열자 완벽한 어둠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둔 손전등을 꺼냈다.

손전등을 켜자, 큰 계단이 눈앞에 있었고, 집 안은 커튼이 비슷한게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벽에는 [백호대 왔다감] 이라고 스프레이로 써져 있었다. 백호대는 우리 동네의 폭주족 이름이었다.

친구들은 자꾸만 [목소리가 들려~] 라고 말했고, A는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달라 붙는걸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언뜻보면 즐거운 것 같은 담력 시험이었지만, 그와중에  표정이 좋지 않던 B가 입을 열었다.

[진짜 이상한 느낌이들어, 무섭게하긴 싫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자.] 다음 순간, 여자 두사람이 터무니없이 큰 소리를 질렀다. 우리들도 그 소리에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여자들을 위로하고, B에게 말했다.

[충분히 무섭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말하지마!] 라고. B는 아직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침묵을 지켰다. 우리들은 이층으로 가기로 했다.

제대로 샅샅이 돌아다녀야지, [화이트 하우스] 라고 불리우는 괴물에게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었고, 싫어해하는 여자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나와 A는 계단을 올라갔다.

깨진 유리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이층 복도를 지나다니며, 첫번째 침실, 두번째 침실을 왔다갔다했다.

세번째 침실에 들어갔을 때, 이때까지 아무 말없이 있었던 B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우우웈, 구게게게겤...] 이라는 이상한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기우뚱 쓰러졌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우리들은 단숨에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여자들이 하나같이 [꺄~ 아아아아!] 라고 외치던 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어이! B! 일어나봐! 괜찮은거야?] B는 의식이 없었고, 거품을 흘리며, 흰 자위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어두컴컴한 곳. 마을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저택 안에서, 친구가 쓰러졌다.

그리고 이것은 꿈이 아닌, 틀림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한순간 깨달았다.

A와 또다른 친구가 B의 어깨를 짊어졌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나의 모든 세포가, 이 곳에 있는 것을 거절하고 있었다.



B가 쓰러진 이유를 생각해보자니, 공포심으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들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언제나 깔보고, 말을 해도 듣지 않았던게, 아마도 B가 쓰러진 원인이리라. 등 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 우리들은 저택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 때, A가 내쪽을 보고 멈춰섰다. 뱀에게 타겟이 되버린, 개구리의 표정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 순간, 나는 그 꿈이 생각났다.

어떤 저택에 들어가서, 누군가 쓰러지고, 누군가 내쪽을 보고 가만히 서있는 꿈. 꿈은 거기에서 끝이다.

나는 확실히 낌새를 채고 있었다.



꿈에서는, 그 끝을 확인하지 못한채 끝났지만, 뒤돌아보면 아무 것도 없을거라고 믿으며, 뒤를 돌아보기로 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다면, 이 공포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뒤를 돌아봤다.

우리들 이외에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만약 있다면, 들어왔을 때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존재할리 없는 것이, 내 뒤에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 나의 목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었다. 목을 조르려고 한건지도 모른다.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허리가 빠진 상태로 그대로 도망쳤다. 인간이, 정말로 공포와 우연히 맞딱들이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차까지 도망쳤다. 친구들도 무사히 차를 탄 것을 확인하고, 쏜살같이 화이트 하우스에서 도망쳤다. 돌아가는 길에 B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그 날은 모두들 병원에서 하룻 밤을 보냈다.



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왔다. 과호흡에 의한 의식 장해라고 했다. B의 목에는 멍자국이 있었다.

마치 목이 졸린 것 같은 모습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의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그 날을 경계로, 과반수가 우울병 또는 불면증에 빠지게 되었다.

혼자 잘 수가 없었고, 불을 켜고 자지 않으면, 안정이 되지 않았다.

저주 같은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건 덕분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느끼게 되었다.

항상 [뒤에 있는게 아닐까] 라고...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벌써 8년이나 지나버린 일이 되었다. 지금 와서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지만, 우리들 중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가끔식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 또한, 정말로 기억하기 싫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여러가지 이상한 일이 겹친 사건이었지만, 그때 꿨던 꿈은 도대체 뭐였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친구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다.

Comments

꿈이라서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