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연구

G 복복티 1 3,476 2021.12.18 02:20

난 늘 인간의 내부를 궁금해했다. 만화같은 바보 같은 상상은 하지않았다. 웃기지도 않는 모습. 만화속의 익살스런 것들... 저런 건 내가 꿈꾸던 인간의 내부가 아니야. 난 그래서 다시는 만화를 보지 않았다. 다 바보같은 짓이니까.

 

어른들은 늘 말했다. '만화 안보고 사니? 너 꽤 어른스러운걸?'라는 등의 말.. 장난스런 말투로 날 어르고 있는것만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만화를 안보면 어른이라는 건가? 만화를 보면 어린이고? 멍청한 어른들.

 

다 맘에 들지 않아. 전부다. 멍청하고 질 낮은 바보들. 10년도 채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내가 봐도 사람들은 모두 바보 같이 보였다. 난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욱더 인간의 내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나갔다. 아.. 한번 보고싶다. 어떻게 신체가 움직이는건지. 어떤 명령이 뇌에서 전달되어 어떻게 신체가 반응하는건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들은 정말로 바보스러웠다. 멍청한, 아니 차라리 천박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런 꼬맹이들. 수준이 전혀 맞지 않았다. 난 그들을 멀리했고, 그 멍청이들 또한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런 바보들과 함께 있다면 나만 답답할 테니까.

 

아아.. 지루해. 정말 정말 지루한 나날들. 학교라는 곳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은 정말 놀랄정도로 조잡한 것들이었다. 재미없고, 너무도 쉬운. 보기만해도 한숨이 나오는 그런 멍청한 문제들. 이런걸 문제라고 내는건가? 쓰레기.

 

학교는 정말로 재미가 없었다. 선생이라는 작자들이 한심할정도로 멍청한 방식으로 앞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내 머리속에서 인간의 내부에 대한 상상을 하며 궁금증을 더욱 키워나갔다.

 

빨리 나이를 먹고싶어. 그래서 연구를 하고 싶어. 난 공부도 잘하니까.. 의사가 되는건 문제도 아닐거야. 그래서 환자들의 내부를 들여다 볼거야. 꿈은 점점 커져만 갔다.

 

꿈을 한참키워가던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난 생각보다 꿈을 빨리 이룰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왜 몰랐던 것일까? 이렇게 멋진 형상이 있다니. 사람의 신체를 지탱하는 것은 다름아닌 뼈. 그런 뼈가 지금 내 앞에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과학실. 진작 왔어야 했는데... 사람의 형상을 본딴 해골모형이 날 감동시키는 순간이었다.

 

난 그 뒤로 시간이 나면 몰래 과학실로 숨어들어가 해골모형을 관찰했다. 해골을 알아갈 수록 난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 내가 원하던 그 것이 이 모형에 숨어 있었다.

 

내장을 보호하는 갈비뼈.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 아주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척추.

 

난 지난 3년동안 학교에서 선생이라는 사람에게 배워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 해골모형에게 배웠다. 아아... 이 해골모형이 살아움직이면서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난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모형에게 말을 걸었다. 바보 같은 짓이지만..

 

"정말 네가 내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너라면 내 존경을 받아도 절대절대 부족함이 없을거야.. 아무말없이 나에게 많은것을 가르쳤으니까.."

 

그 순간, 정말 내 그동안의 지식을 부정하는 일이 생겼다. 아주 놀라운, 내 모든것을 바꿀 엄청난 일.

 

"그래? 사실 난 가르친게 없는데?"

 

생명이 없던 모형이 내게 말을 건 것이다! 난 그 순간 신이라는 작자에게 감사를 드렸다. 이렇게 좋은 일을 내게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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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은 정말 멍청하다니까? 그 저급한 말솜씨로 내게 말을 걸고.. 정말 더럽게 느껴져."

 

"신경쓰지마. 애들은 원래 그래. 물론 넌 특별한거지만.."

 

해골은 킥킥대는 웃음소리를 섞어가며 내게 말을 했다. 정말 맘에드는 내 친구요 스승이었다. 같은 반에 소속된 그 멍청한 아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높고 멋진 존재였다. 난 웃으며 해골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넌 내 맘을 너무너무 잘알아줘. 그딴 애들은 없어도되. 너만 내 친구로 남아주면 다 필요없을 것 같아."

 

"그럼그럼. 걱정말라고. 자.. 그럼 이제 또 뭘 배울 생각이냐? 내가 뭘 가르쳐줄까?"

 

해골은 흔쾌하게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정말 좋은 스승이었다. 가르쳐주고 또 가르쳐주려는 마음. 덕분에 난 인체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뼈에 대한 것들만 배우게 된지라 사람의 내장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난 조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해골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말이야 해골. 나.. 사람의 내장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어.. 그게 궁금하거든.."

 

"근데 유감이게도 난 그게 없잖냐. 내게 있는건 앙상한 뼈뿐이라고. 흠..."

 

"해골. 뭐 방법이 없을까?? 나 진짜진짜 궁금해.."

 

해골은 잠시 생각에 빠진듯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해골은 앙상한 팔을 휘두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래 꼬맹이. 방법이 하나있어."

 

난 해골의 방법이 너무도 듣고 싶었다. 사람의 내장을 공부할수 있는 기회라니! 난 해골을 재촉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정말?? 해골. 빨리빨리 말해줘. 나 되게 궁금해."

 

"그래그래. 꼬맹이. 넌 엄청 특별한 놈이야. 다른 꼬맹이들은 상대도 안되지."

 

"그럼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그러니까 그 별볼일 없는 꼬맹이들을 이용하자. 너의 지식을 위해 꼬맹이들을 활용하는 거야. 어때?"

 

"그럼.. 그 애들을 어떻게 하자는 거야??"

 

"해부하는거지. 네 지식을 위해서 말이야."

 

살인을 하라는것. 해골은 나에게 그런 요청을 해왔다. 살인? 내 지식을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 무서운 생각이었다.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해골.. 사람을 죽이자는거잖아.. 나 무서워.."

 

"멍청아. 그 꼬맹이들은 별거 아니야. 넌 더 높은 녀석이라고. 그딴 꼬맹이들은 네 지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에 감사를 느껴야해. 안그러냐?"

 

듣고보니까 맞는 말인것 같았다. 지저분하고 멍청한 꼬맹이들. 내 지식을 위해서 죽는 건데? 감사히 여기라지.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좋아! 해골. 나 할래. 어떻게 해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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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하나 끌어들이는 것은 쉬웠다. 멍청한 꼬맹이는 먹을것을 먹으러 가자는 내 말에 반갑게 웃으며 내 뒤를 졸졸 쫒아왔다. 바보. 난 꼬맹이를 차분히 끌어들이며 과학실로 인도했다. 과학실에 도착하자 녀석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야. 먹을거 어딨어?"

 

먹을 것 밖에 머리에 없는거냐? 멍청한 놈. 난 녀석의 무지함에 대한 분노를 억지로 눌러참으며 뒷편에 책상을 가리켰다.

 

"저기 봐봐. 저기에 있어."

 

먹을 게 있다는 나의 말에 꼬맹이는 고개를 돌리며 책상을 바라봤다. 그래. 내가 바라던거야. 그대로 있으라고. 난 조그만 몽둥이로 아주세게 녀석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해골이 가르쳐준 바로 그 곳에.

 

'퍽'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멍청한 녀석은 바닥에 꼬꾸라졌다. 역시 해골은 대단했다. 해골이 가르쳐준 부위에 타격을 가하자 녀석은 나무토막처럼 나뒹굴게 되었다. 아.. 통쾌해. 난 쓰러진 녀석을 바라보며 해골을 불렀다.

 

"해골. 이제 공부해보자."

 

"좋아. 꼬맹이. 일단 녀석을 묶어보자고."

 

난 해골이 시키는 대로 녀석을 책상에 묶기 시작했다. 돼지같은 놈. 정신을 잃은 녀석을 책상에 묶는데 어찌나 무겁든지.. 평소에 내뱉지도 않던 욕설을 씹어뱉으며 겨우겨우 녀석을 책상에 묶는데에 성공했다.

 

"잘했어 꼬맹이. 이제 수업을 시작해보자고."

 

해골이 나에게 날카로운 메스를 쥐어주었다. 난 메스를 바라보며 새로운 것을 배울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소리를 지르게 되면 곤란하니까 입을 막자. 수업을 일찍끝내기는 싫지?"

 

"당연하지 해골. 좋아.. 그러면 이 테이프로..."

 

난 겨우겨우 녀석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녀석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세게쳤나?? 뭐..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내 실험재료니까.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내 손에 들린 메스가 날카롭게 빛나는 듯 했다. 해골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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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시끄러워.. 아.. 하필이면 이럴 때 왜 들어오고... 아직 해야할게 더 남았는데. 아직 심장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단 말이야. 짜증나게 시리...

 

해골.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왜 대답이 없는거야? 해골?

 

쳇.. 잠들었나보네. 이제 실험종료가 되는건가? 으.. 끈적끈적하네. 돼지같은 놈. 지방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 피도 너무 많이나오고.

 

"빨리!! 빨리 잡아!! 그리고 구급차불러 어서!!!!!"

 

호들갑피우지 말라고. 이미 저녀석 끝났으니까. 어른답지 못하게. 아.. 좀더 깊게 베어버릴걸.. 그러면 심장을 더 빨리 꺼냈을테고. 십이지장을 다 드러내어 관찰할 수도 있었을텐데.

 

"꺄악!! 세상에... 세상에..."

 

뭔 세상에 타령이야. 멍청하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이 없네. 역시 해골 네가 최고인것같아. 근데 왜 대답을 안하는 거야? 해골? 더 가르쳐달라구. 저기 콩알같이 생긴건 도대체 뭐야? 그거 하나만 배우고 끝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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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초등생 살인사건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고작 3학년의 어린 꼬마가 같은 반 친구를 참혹하게 해부한 것이다. 단지 수업이었을 뿐이라는 꼬마의 태연한 말은 세상사람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어린애 답지 않은 깔끔한 해부실력에 사람들은 공범의 가능성을 추측하고 좀더 광범위한 수사를 시도했지만 공범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린 꼬마는 과학실에 있던 해골모형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건 말이되지않는 소리. 세상은 어린 꼬마를 미치광이로 몰았고, 꼬마는 이례적으로 10살의 어린 나이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 범죄가 세상을 경악시켰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아직 사형이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곧 있을 예정이라 한다.

 

인권을 존중하라는 사람들의 수많은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무서운 범죄. 세상사람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범죄의 여파로 학교는 잠시동안 무기한 휴교를 하게되었고, 어린이들의 웃음이 가득하던 학교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학교는 한산할 뿐이었다.

 

살인현장인 과학실은 아직도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되어있었다. 물론 그 곳을 들어가려는 사람도 없었지만..

 

과학실은 정말 오싹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상한 냉기마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가끔씩 순찰을 도는 선생들도 절대로 가까이 가려고 하지않았다.

 

해골은 차가운 과학실에 덩그러니 놓여져있었다. 창문을 통해 뜨거운 햇볕이 과학실을 비췄다.

 

"쳇. 덥잖아."

 

해골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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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의 해.골.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