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괴물

벽안의 괴물

G taming 1 3,408 2021.12.15 17:33

우리 가족은 언제나 423스톡홀름 거리에 살았기 때문에, 내가 살아오면서 그 괴생물의 소리를 듣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내 방 벽 건너편 방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나는 그가 내 친구인줄로만 알았다. 내가 벽을 똑똑 두드리면, 그도 언제나 벽을 쳤다. 나는 키득거리고 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없는 단어로 웅얼거렸다.

 

나는 그가 내 악몽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 믿었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은 내 방 옆에는 다른 방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나는 그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내는 긁는 소리, 신음소리와 산발적으로 두드려대는 소리에 겁먹기 시작할 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8살이 되었을무렵 나는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부모님께 벽 안에 살고 있는 괴물에 대해 말씀드렸다. 나는 너무도 겁에질려 그가 언젠가 밤에 날 찾아와 죽일것이라 믿었다. 엄마는 눈을 굴리며 그건 그냥 쥐일 뿐이라 말했고,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어차피 내 말을 잘 믿지 않으니까.

 

그래도 아빠는 나를 꼭 안아주며 날 보호해주겠다고, 그러니 겁먹지 말라고 했다.
그 후, 밤마다무슨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아빠를 애타게 불렀다. 아빠는 일분도 채 안돼 와서 뭐가 잘못됐는지 항상확인하곤 했다. 그럴때면 나는 벽을 가리키며 몸을 웅크렸다. 아빠는빙그레 웃으며 주먹으로 쾅쾅 치곤 말씀하셨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소음은 곧장 멈추고 나는 그럼 아빠를 향해 눈물 어린 웃음을보이곤 했다. 아빠는 나를 꼭 껴안아 주었고. 아빠는 언제나나의 보호자였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아빠가 너무 그리워 보고 싶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져10대로 접어들자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에 함께 자곤 했다. 친구들은 처음에 내 이야기를믿지 않았지만, 내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자 믿기 시작했다.

 

우리는스스로를 스톡홀름 거리의 귀신잡이라 부르며 그 존재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그것은 악마였다)를 내쫓기 위해 어설픈 교령회나 위자 보드를 사용했다. 우리는 긁는소리가 분명 벽의 다른 편에 악마의 도장 따위를 새겨 넣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허세와 카페인으로 잔뜩 업된 그날 파자마 파티에, 나는 또 그 익숙한 긁는 소리를 듣고 벽을 쾅쾅 치며 우리 아빠와 같이 말했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혼날 줄알아라! 너는 이미 죽은 놈이지만 사는 우리들은 자려고 하거든?”

 

갑자기 벽 저쪽편에서 대답이라도 하듯 엄청 분노한듯한 두드림이울렸다. 내가 여지껏 들어왔던 것보다 훨씬 시끄러웠고, 마치열받아서 소리지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는 전부 비명을 지르며 옷장 안으로 숨어들어 아빠를 찾았다. 아빠가 방에 들어오자, 내 친구들은 아빠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며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빠는 친구들을 데려다 주러 갔고, 나는 방에 혼자 남게 되었다. 여전히 그의 존재가 느껴져 무서웠고, 5인치 정도 되는 두께의 벽 너머로 참을성 없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너무도 무서워 옷장에 꼭 숨어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다시 긁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그가 왜 벽을 긁는지 알아냈다. 그 놈은 벽을 자꾸자꾸 긁어내 내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그 생각에 훌쩍였고 긁는 소리는 곧장 멈췄다. 그러나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그는 아빠 차 헤드라이트가 내 방을 비추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언제나영웅이었던 내 아빠가 재빠르게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벽을 되칠 때까지 울었다.
“아직도 그게 벽 안에 있어 아빠!” 나는 흐느끼듯 말했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측은한 듯 나를 내려다 봤다. 그러더니 다시 그 악마의 벽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그러곤 아빠는 나를 안았다.나는 모든 두려움이 가실 때까지 울었고, 아빠는 나에게 다 괜찮아 질거라 말해줬다.

 

그날 밤 나는 소파에서 자야했다. 가끔 나는 아빠가 이 모든게 내 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절대 아니었다. 그 속삭이는 소리, 두드림과 긁는 소리까지. 나는 그 소리를 내 평생동안 들어왔다. 그건 진짜였다. 하지만 만약 아빠가 믿지 않았더라 한들, 그걸 나에게 말하거나 내가미쳤다 생각이 들지 않게끔 했을 것이다. 아빠는 그냥 내 장단에 맞췄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아빠를 이해하지 못한 것 일수도…

 

내가 16살인어느 밤, 나는 저세상에서나 들릴법한 귀를 찢는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 소리는 무시무시하게 크고 높았으며, 귀를 뚫는 듯 한 느낌에나 또한 잔뜩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그 비명은 한순간 뚝 끊겼고 아빠가 내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

 

“아빠도 들었지!” 울음과 함께 내 몸이 부서지는 듯 느끼며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니 어떻게 안 들릴 수가 있지? 아빠도한번 쯤은 들었을 법 한데!”

 

“오 얘야…” 아빠가 내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부스스한 머리와한밤중 깨어난 충혈된 눈에 아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도 들었어. 근데 그건 그냥 부엉이야. 아빠가 확신할 수 있어. 이웃집 근처에 날라다니는 걸 몇 번 봤거든.”

 

“아니야 아빠. 제발 벽 좀 들어봐.” “린지-…”
“제발, 아빠.”

 

아빠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같이 침대에 앉아 한동안 귀를 기울였다. 나는 아빠가 진실을빨리 알고 내 말을 믿어주기만을 바랬다.

 

우리 가족은 위험에 처해 있으니까. 하지만 그 날 밤 벽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후로도 벽 너머의 그로부터 꽤나 긴 시간 동안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그 벽 너머에 아무것도없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 휴면기거나 지옥으로 다시 불려갔을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나는 그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괴물이 돌아왔을 때, 나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16년이지난 후 그것은 그냥 잡음일 뿐이었다. 뒷배경으로 들리는 소리는 내 자신의 얼굴만큼이나 익숙했다. 내가 그것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나는그게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조차 없었다. 내 생각에 마지막에 우리의 운명을 봉인한 것이그것인 것 같았다.

 

그 소음은 나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 소리가 실제론 얼마나이상한 소리인지 자각하지 못했고,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다. 내가마침내 그 소리를 알아챘을 때, 이렇게 말하면 좀 창피하긴 하지만, 왠지모를 위안감 마저 느껴졌다.

 

다시 시작된 괴롭힘은 내 인생 전반에 걸쳐 나타났던 그대로나타났다. 처음에는 신음소리, 그 다음에 두드림, 그리곤 약한 두드림, 그리고 마침내 그 긁는 소리. 언제나 긁어댔다.

 

나는 아빠에게 긁는 소리에 대해 말하며, 그 괴물이 언젠가 그 벽을 부수고 내 방에 침입할 것이라는 생각을 말했다. 아빠는그 말에 웃으며 내 벽에는 3인치의 금속이 있어 쥐나 너구리, 길냥이나귀신조차도 벽을 뚫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곤 그 집을 아빠가 지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아빠는 무슨 상황에서건 언제나 나를 지켜주겠다고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어차피 1년 안에이 집을 떠날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방을 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놈과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았는데, 12개월 정도야 뭐 어떻겠어? 나는 점점 걱정을 놓고 게으르고 안일해졌다.

 

나는 소음을 무시했으며 때때로 두드림에 응해 같이 벽을 치곤했다. 나는 내 두려움을 진정시키는 이론이 있었다. 벽 너머에있는 게 뭐가 되었건, 벽을 뚫고 올 순 없다는 걸. 만약뚫을 수 있다면, 아마 진작에 쳐들어왔겠지.

 

그리고 그놈이나가고 싶어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안에 있는걸 보면, 아마 갇혀 있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맞았다.

 

그날 밤 그 문이 열려있던 그 장면은 내 기억중 가장 생생한장면이다. 엄마가 나한테 전화 걸어 당장 집으로 오라 했을 때, 나는친구 집에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이 자체로도 이상했는데, 엄마는평소에 나를 거의 무시하고 전화를 아예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차를 몰아 5마일거리 떨어진 집 근처로 갔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애를 먹었다. 취재차량과 경찰차, 그리고 특공대 트럭 사이에서 절망적으로 비틀거리던 나는 점점 겁이 났다. 결국 집에서 3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리집이 있는 그 거리가 사건의 진원지라는 사실에 겁먹고 걸어갔다.

 

난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을 보자마자, 나는알 수 있었다. 아빠는 돌아가셨음에 틀림 없었다.

 

그놈이 드디어 빠져 나와 아빠를 죽인 것이다. 십 수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밀쳐내고 범죄현장에 쓰이는 테이프를지나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

 

거실을 지나, 내방 옆, 복도 벽장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재킷과 스웨터가뒤죽박죽으로 나와 있었고, 벽장 속 벽에 있는 또다른 문을 보고 말았다. 무슨 이유였는지, 어느 누구도 나를 저지하지 않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옷장 속으로, 그 숨겨진 문으로 들어가 내가 언제나알고 있었던 그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내 생각 같지 않았다.

 

미디어는 우리 아빠를 스톡홀름 가의 스키너(가죽을 벗기는 사람)라 불렀다. 그리고그 이름은 내가 방에서 본 장면과 완전 맞아 떨어졌다.

 

방에는 온갖 종류의 칼들이 있었고, 금속 장치가 벽에 줄줄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백가지가 넘는 듯 싶었다. 대부분은 뭔지 몰랐지만, 몇 가지는 역사책에서 본 적이 있는 도구들이었다. 4개의 수과 체인벽, 그리고 덕테이프가 있었다. 방 한 가운데에는 평평한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딱봐도 피로흠뻑 젖어있었다. 테이블 머리 쪽에는 높은 스툴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악이었던 건, 바로 그 벽이었다. 벽은 새겨 넣은 글씨로 온통 빽빽하게 뒤덮여있었다. 새겨진 각인들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탄이나 악마 같은 것이 전혀 아니었다. 그 각인은 글자였다.

제이콥 사랑해. 다이에나 홉

아버지께 제가 용서한다 전해주세요. 브라이언 우들린

타라, 정말 미안해. 마이클맥널티

딸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들은 나의 세상이었다고. 안젤라 워터스톤

증거 파일에 따르면, 그방에는 60개가 넘은 메시지가 쓰여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글귀를 하나 하나 다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매일 밤 나를 괴롭혔던 것이었다. 나는 인생의 10년을 그 사람들을 고문했고, 이제 그들이 나를 영원히 괴롭힐 차례였다.

 

나는 지금 병원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벽을 긁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 눈을 감을 때마다 그 소리가 들린다. 지난 1년 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의사가 말하기를 더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매일 아빠의 재판에 관한 뉴스를 보며 낮을 보내고, 밤에는 벽만 쳐다보고 있다. 약이 들지 않는데도 병원에서는 자꾸 약을 준다.

 

밤마다 아무리 잠들려 노력해도 잠을 잘 수가 없다. 내 귓가에 긁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그리고 이 소리는 영원히 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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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믹" 벽속의 바퀴벌레 괴수가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