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64괘 정리

주역64괘 정리

G 알라딘 1 3,826 2021.12.12 15:21

8괘는 소성괘(小成卦)나, 단괘(單卦)로 이를 겹치면 중괘(重卦) 또는 대성괘(大成卦) 즉 64괘가 되는데,

이것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11. 건위천(乾爲天) : 크게 발전을 상징하나 결과는 미약함. 앞으로는 내리막길

12. 천택리(天澤履) :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 남의 뒤를 따른다. 호랑이 꼬리를 밟고도 화(禍)를 당하지 않음

13. 천화동인(天火同人) : 남과 같이 행동하거나 동지(同志)를 만난다.

14. 천뢰무망(天雷无妄) : 욕심 없이 순리대로 행하고 변함이 없어야 좋다.

15. 천풍구(天風姤) : 우연히 만난다. 기(氣)가 센 여자를 만난다.

16. 천수송(天水訟) : 소송(訴訟)이나 재판(裁判) 등과 같이 남과 싸우고 있는 형상.

17. 천산돈(天山遯) : 숨거나 달아나야 좋은 상(象).

18. 천지비(天地否) : 막혀서 일이 안 된다. 위기가 온다.

 

21. 택천쾌(澤天夬) : 좋은 일이 있으니 결정해야 한다. 쾌(夬)는 결(決)과 같음.

22. 태위택(兌爲澤) : 좋은 일이 있다.

23. 택화혁(澤火革) : 변화가 있으니 대비하라.

24. 택뢰수(澤雷隨) :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

25. 택풍대과(澤風大過) : 너무 지나치니 조금 참으라는 뜻.

26. 택수곤(澤水困) : 곤경에 빠져 있다.

27. 택산함(澤山咸) : 함(咸)은 감(感)과 같은 뜻으로 서로 사랑을 느낀다는 의미

28. 택지췌澤地萃 : 모인다. 무성하다. 경쟁에서 이긴다.

 

31. 화천대유火天大有 : 크게 소유한다.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32. 화택규(火澤睽) : 일그러지고 불화가 있는 격. 동상이몽(同床異夢) 격.

33. 이위화(離爲火) : 불이 훨훨 타고 있는 상으로 천하 태평한 괘.

34. 화뢰서합火雷噬嗑 : 고기와 모래를 같이 씹은 격으로 순리대로 따르면 吉함.

35. 화풍정(火風鼎) : 조건이 구비되었으니 협력하면 大吉. 정(鼎)은 요리 완료 상태로 3과 연관이 있음.

36. 화수미제(火水未濟) : 아직 어려운 상태에 있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37. 화산여火山旅 : 나그네처럼 고달프고 외롭지만 얻는 것도 있음. 여행을 한다는 괘.

38. 화지진(火地晉) : 진(晉)은 나아간다(進)는 의미.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다는 괘.

 

41. 뇌천대장(雷天大壯) : 크게 번창하고 왕성하게 진행한다.

42. 뇌택귀매(雷澤歸妹) : 소녀가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형.

43. 뇌화풍(雷火豊) : 풍족하다는 뜻으로 번영을 상징한다.

44. 진위뢰震爲雷 : 크게 놀랄 일이 있을 수 있으며, 소리만 요란하고 실속없는 괘.

45. 뇌풍항(雷風恒) : 좋은 일이 많다는 괘.

46. 뇌수해(雷水解) : 어려운 일이 풀린다.

47. 뇌산소과(雷山小過) : 일이 조금 지나치니 조심하라는 괘.

48. 뇌지예(雷地豫) : 앞으로 좋은 일이 있으니 준비하라.

 

51. 풍천소축(風天小畜) : 조금씩 저축한다. 기다리면 크게 얻음.

52. 풍택중부(風澤中孚) : 새가 알을 품듯이 정성을 다하면 결과가 좋다는 괘.

53. 풍화가인(風火家人) : 집안이 화목해지고 있다. 여자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괘.

54. 풍뢰익(風雷益) : 이득이 있다는 괘.

55. 손위풍(巽爲風) : 바람이 부는 격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상.

56. 풍수환(風水渙) : 환(渙)은 해(解)와 같은 뜻으로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발전을 예상한다는 괘.

57. 풍산점(風山漸) :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 결혼하면 좋은 때임.

58. 풍지관(風地觀) :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잘 관망하여 행동하라는 뜻.

 

61. 수천수(水天需) : 수(需)는 수(須)와 같은 뜻으로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다.

62. 수택절(水澤節) : 절약하고 절도 있게 행동하라.

63. 수화기제(水火旣濟) : 어려운 일이 지나간 상태. 앞으로는 내리막 길.

64. 수뢰준(水雷屯) : 둔(屯)은 모인다는 뜻이고, 준은 막히고 고난이 있다는 괘. 여기서는 준임.

65. 수풍정(水風井) : 우물가에서 두레박을 얻은 격. 현재 상태가 가장 좋으니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66. 감위수(坎爲水) : 험난한 데 빠져 있는 격. 앞뒤로 홍수가 일고 있음.

67. 수산건(水山蹇) : 앞에는 고산준령 뒤에는 홍수가 가로막아 진퇴양난의 처지에 있으니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68. 수지비(水地比) : 서로 돕고 협조해야 길하다는 괘.

 

71. 산천대축山天大畜 : 풍족하게 쌓여 있는 상태. 인재를 기르고 덕을 길러야 한다.

72. 산택손(山澤損) : 손해를 보고 있는 상. 앞으로 언젠가는 이익이 있다.

73. 산화비(山火賁) 지금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보이나 앞으로는 암흑이 예상된다.

74. 산뢰이(山雷頤) : 이(頤)는 턱이란 뜻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음식이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

75. 산풍고(山風蠱) : 접시 위에 벌레가 음식물을 갉아먹고 있는 상태. 내부의 병폐(病弊)를 제거해야 한다.

76. 산수몽(山水蒙) : 어리고 어리석은 상태. 물이 산을 만나 갈 길을 잃은 격으로 스승을 만나 지도를 받아야 한다.

77. 간위산(艮爲山) : 산 넘어 산인 격. 노력을 배가해야 풀린다.

78. 산지박(山地剝) : 장차 무너지기 직전으로 인내가 필요하다.

 

81. 지천태(地天泰) : 태평하고 순조롭게 모든 일이 잘 되가는 형국.

82. 지택림(地澤臨) : 군림하고 지배하는 괘. 부하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83. 지화명이(地火明夷) : 이(夷)자는 상(傷)자와 동일함. 해가 지고 암흑이 온다는 괘.

84. 지뢰복(地雷復) : 앞으로 좋은 일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괘.

85. 지풍승(地風昇) : 크게 발전한다는 괘.

86. 지수사(地水師) : 군대의 우두머리를 師라고 하는데 師가 되기 위해 人和와 통솔력을 길러야 한다.

87. 지산겸(地山謙) : 겸손하게 행동하면 잘 풀린다는 괘.

88. 곤위지(坤爲地) : 앞장서지 말고 자신의 도리를 지켜 순응하면 대길(大吉).









64괘 해설

 



乾괘 해설



1. 乾爲天

 

건괘는 양효(陽爻)로서만 이루어진 순양괘(純陽卦)이다. 건이라는 글자는 생명력을 의미하는 글자로서 천(天)이 하늘의 형체를 그린 글자라면 건은 하늘의 성격과 본질적 기능을 의미한다.

 

설괘전(說卦傳)에는 “건(乾)은 건(健)이다.”라 하였다. 정이(程頤)가 “건장하여 쉼이 없다.”라고 풀이한 것은 바로 천이 끊임없이 만물을 창조하는 생명력의 근원임을 말한 것이다. 설괘전에 의하면, 건은 하늘ㆍ아버지ㆍ군주ㆍ머리ㆍ둥근 원ㆍ말 등을 상징한다고 되어 있다.

 

건괘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구절이 괘사(卦辭)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이것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네 계절의 변화로 대표될 수 있는 천도(天道)의 전개과정으로서 만물의 생장수성(生長遂成)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에게는 인ㆍ의ㆍ예ㆍ지의 네 가지 덕(德)이 된다.

 

이것은 천도와 인성(人性)의 강상(綱常)이라고 할 수 있다. 천도의 전개과정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당위를 연계시켜 설명해주는 것이 효사(爻辭)이다.

 

초효(初爻)부터 상효(上爻)까지의 여섯 효는 용으로 상징된 양기(陽氣)가 웅크려 숨은 상태로부터 밖으로 드러나 비약의 과정을 거쳐 극한에 도달고,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이른바 극즉반(極則反 : 극한 상황에 도달하면 다시 돌아온다.)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약용(丁若鏞)은 건괘의 상효가 동(動)하여 음효로 변하면 쾌(夬)괘가 되는데, 잡괘전(雜卦傳)에서 쾌의 뜻은 결(決)로 설명된다고 한다. 즉 여섯 개의 양효로 상징되는 충만함이 곧 결궤(決潰)됨을 의미한다고 하여, ‘극즉반’의 원리를 상수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천도의 운행법칙이며, 인간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윤리적인 도덕법칙을 정립시킨다. 상전(象傳)에서 “천도의 운행은 건장(健壯)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강건하여 쉼이 없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점을 말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건괘는 천도와 인도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2, 夬괘 ; 澤天夬

 

쾌(夬)는 앙(決)과 같은 뜻인데, 앙(決)은 둑을 터서 물이 잘 흐르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쾌괘는 초효부터 5효까지 5개의 양효와 상육인 하나의 음효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양기가 점점 자라나서 마지막으로 남은 음기 하나를 제거하려고 하는 상황으로 다섯명의 군자가 간악한 소인을 제거하는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그러나 상효는 천자인 5효와 음양상비(陰陽相比)의 관계로서 총애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음효가 5개의 양효를 타고 능멸하고 있는 형상이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쇠퇴해 가는 음기라고 해서 경솔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괘사에서 “쾌는 소인의 간악함을 조정에서 드러내 밝히고 신실(信實)함으로 동지들에게 호소해 도움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이 닫칠 것이니 먼저 자신이 다스리는 읍민에게 고하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 실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은 이 점을 경계하고 소인을 제거하는 방도에 관해 설명한 것이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구이(九二)는 양강(陽剛)하며 중용을 얻은 쾌괘의 주효이다. 그러나 “두려워하고 사람들을 불러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비를 확고하게 하면 늦은 밤에 갑짜기 적군이 처들어 올지라도 근심할 필요는 없다.”고 하여 신중히 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강한 힘으로 소인을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괘사에서도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으며, 내괘인 건괘의 맨 위에 위치해 양기가 가장 강한 구삼(九三)에 대해 “강장(剛壯)한 기운이 얼굴에 나타나니 흉할 것이다.”고 주의를 준다.

 

소인을 제거하는 방도는 신중함과 진실함, 그리고 중용의 덕인 것이다.

 

3, 大有괘 ; 火天大有

 

‘대유’는 소유한 것이 많다는 뜻이다. 『주역』에서 ‘대(大)’는 양을 가리킨다. 대유괘는 내괘가 하늘이고, 외괘가 불로서 태양이 하늘위에서 빛나는 형상이다. 태양은 지상의 만물을 남김없이 비추기 때문에 ‘대유’가 된다.

 

괘상 전체를 보면, 하나의 음효가 천자의 위치인 5효에 있고 5개의 양효가 상하에서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자신을 비운 겸손한 천자에게 많은 현자들이 귀복(歸服)하는 상으로 육오(六五)의 입장에서 보면 5개의 양을 소유한 것임으로 ‘대유’가 된다. 괘사에서 “대유는 크게 형통하다.”고 말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유괘는 구오(九五) 하나의 양과 5개의 음효로 구성된 비괘(比卦)와 대비된다. 비괘는 강건한 천자에게 서민(庶民)들이 호응하는 상이므로, 비록 구오(九五)의 강중(剛中)이 대유 육오(六五)의 유중(柔中)보다 우월하지만, 괘사에서 “비는 길하니…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대유괘만 못하게 평가하고 있다.

 

괘사에서 곧바로 “크게 형통하다(元亨).”고 말한 곳은 대유괘와 정괘(鼎卦) 뿐이다. 이것은 이 괘들이 현자를 높히고 기르는 괘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자는 교만해지기 쉽다.

 

초구(初九)에서 “해롭지 않으니 허물이 아니다. 그러나 어렵게 여기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한 것은 부를 소유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사치하고 교만해지기 쉬움으로 항상 경계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구사(九四)의 경우 중간을 넘어서서 소유한 것이 지나치게 많아 흉구(凶咎)하게 되기 쉽지만, 성다(盛多)함에 처하지 않으면 허물은 없을 것이라고 효사는 말하고 있다. 이 괘는 겸허해야 진실로 소중한 것을 풍족하게 얻을 수 있고 또한 지킬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4, 大壯괘 ; 雷天大壯

 

『주역』에서 대(大)는 양(陽)을 의미하며 장(壯)은 왕성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장이란 양이 왕성함을 상징하는 괘가 된다. 괘상은 아래에 4개의 양이 왕성하게 자라 오르고 위의 두 음은 쇠퇴하는 형상이다.

 

또한 하늘 위에서 우뢰가 치는 형국으로서 왕성한 양의 세력이 막강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강한 양의 세력은 교만에 빠지기 쉽고 성급하여 일을 그르칠 위험이 따른다. 괘사에서 “대장은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경고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점은 3효에서 확인될 수 있다. 3효는 양효로서 양위에 있어 양이 겹치기 때문에 양기가 지나치게 강한 데에다가 중(中)도 아니다.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3효의 효사는 이러한 상황을 숫양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소인은 왕성한 양기를 쓰고 군자는 무시하니 올바를지라도 위태로울 것이다. 숫양이 울타리를 받아 뿔이 상한다.” 이에 비하여 4효는 같은 양효이지만 대장의 중반부를 지나고 음위에 위치하고 바로 위에 두 개의 음효가 있어서 음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울타리가 열려 숫양의 뿔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길하여 후외할 일이 없다’라고 평가된다.

 

5효에서 “양(羊)을 쉽게 잃어버리니 후회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대장의 상황에서는 양(羊)으로 상징되는 지나친 양기, 남을 무시하는 교만한 마음을 극복해야함을 주장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이긴 자야말로 참된 강자임을 「대상전(大象傳)」은 “우뢰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장이니, 군자는 대장괘의 괘상을 본받아 써서 예가 아니면 밟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5, 小畜괘 ; 風天小畜

 

『주역』에서 ‘소’는 음을 가리킨다. 그리고 ‘축’은 ‘자(玆 :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와 ‘전(田)’의 합성어로서 본래는 밭에서 곳식이 번성한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기르다’ ‘쌓다’ 등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에서는 이와 달리 ‘그치다(止)’의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소축’은 ‘음이 양을 저지한다’라는 의미가 된다.

 

괘상으로 보면 외괘인 손괘(巽卦)가 내괘인 건괘(乾卦)를 저지하는 것이 되고, 또한 유일한 음효인 육사(六四)가 5개의 양효(그 중에서도 강한 상승욕을 갖는 건괘의 세 효)를 제지하는 상이다. 비유하자면 신하가 군주의 뜻을 저지해야 하고, 아내가 남편의 의견에 대하여 견제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상징한다.

 

괘사는 “소축은 형통하지만, 우리 서쪽 들판에서 부터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비가오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음양이 아직 화합하지 못한 단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예를 들면 신하의 성의에 대하여 군주가 아직 호응하지 않는 상태이다.

 

음이 양을 저지해야 할 상황이면 양은 자신의 강건함만을 내세우지 말고 스스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음은 무엇보다 거짓없는 진실함으로 양의 신뢰를 받아야 하며, 양도 음의 진실성을 믿어야 한다. 육사(六四)와 구오(九五)의 효사에서 ‘진실한 믿음(孚)’을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6, 需괘 ; 水天需

 

‘수(需)’는 본래 ‘비를 만나 가지 못하고 기다린다(待)’라는 뜻인데, 「서괘전(序卦傳)」에서 “어린 것은 양육하지 않을 수 없으니 (몽괘 다음에) ‘수괘(需卦)’로 받았다. 수는 음식의 도이다”라고 풀이한 것은 어린이는 반드시 음식을 먹여 기르는 것을 기다린 뒤에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괘상은 강건한 건괘 앞에 험난한 대천(大川)을 상징하는 감괘가 가로 막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진취적인 의욕과 능력이 있는 자는 오히려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음으로, 험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야 함을 의미한다.

 

초효부터 5효까지는 기다려야할 각각의 단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다리는 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때가 오리라는 확고한 믿음이다. 괘사에서 “수는 믿음이 있으면 빛나 형통하고 바르면 길해서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라고 한 것은 이 점을 말한 것이다.

 

6효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효는 구삼(九三)으로서 “진흙에서 기다리는 것이니, 도적이 올 것이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상전(象傳)」에서 “공경하고 신중히 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풀이한 것은 어떠한 곤경도 믿음을 바탕으로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임할 때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7, 大畜괘 ; 山天大畜

 

『주역』에서 ‘대’는 양(陽)을 가리키고, ‘축(畜)’은 ‘축적(蓄積)’과 ‘차지(沮止)’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대상전(大象傳)」에서 “하늘이 산 가운데에 있는 것이 대축(大畜)이니 君子가 大畜괘의 상을 본받아서 앞의 말과 지나간 행동을 충분히 알아 그 덕을 쌓는다.”고 한 것은 전자의 경우이며, 효사는 후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내괘인 乾은 외괘인 간(艮)으로부터 저지되어 행위를 자제하며, 외괘는 내괘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간(艮)과 건(乾)은 모두 양괘(陽卦)이기 때문에 양이 양을 저지하는 ‘대축(大畜)’이 된다.

이 괘는 산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하늘의 기운을 저지하는 형상이며,

하늘의 기운이 山에 막혀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山 속에 축적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학문과 도덕이 내면에 온축되어 있는 君子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대축은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집에서 먹지 말아야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했는데, 이 말은 군자는 이단(異端)에 빠지지 말고 올바른 학문을 축적해야 하며, 학문이 축적되었으면 집에 머무르지 말고 천하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내괘인 건(乾)은 강력한 上向성을 갖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행동해 재앙을 가져오기가 쉽다. 그러므로 초구에서 “위태로울 것이니 그치는 것이 이롭다.”고 하였다.

 

또한 응효(應爻)인 육사(六四)에서 “어린 송아지의 빗장이니 크게 길할 것이다.”고 하여 송아지 뿔에 나무를 가로 대서 받는 것을 억제하듯이 초기에 적절히 제지(制止)해야만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대축이 극치인 상구(上九)에 오면 “사통팔달(四通八達)한 하늘 길이니 형통할 것이다.”고 하여 모든 제약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극측반(極則反)’의 역리(易理)인 것이다.

 

8, 泰괘 ; 地天泰

 

태(泰)는 본래 ‘미끄럽다(滑)’ ‘미끄럽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이다. 여기에서부터 ‘통하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괘상은 땅 아래에 하늘이 있는 형상인데, 무거운 지기는 아래로 내려오고 가벼운 천기는 위로 올라가 두 기운이 만나 교감(交感) 교통(交通)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을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교합해 만물이 소통되며, 상하가 교합해 그 뜻이 같다.”고 설명한다.

 

음양합덕(陰陽合德)을 대표하는 괘로서 12번째 괘인 비괘(否卦)와 반대이다. 또한 순음괘인 곤괘(坤卦)가 외괘(外卦)이고 순양괘인 건괘(乾卦)가 내괘(內卦)이기 때문에 양은 군자이고 음은 소인이므로 소인의 세력이 점차 소멸되고 군자의 세력이 성장하는 상황이 된다.

 

괘사에서 “태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여 형통할 것이다.”고 했고, 이 구절을 「단전」이 “군자가 안에 있고 소인이 밖에 있으니 군자의 도는 자라나고 소인의 도는 사라진다.”고 해석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구삼효(九三爻)에서 “평평한 것은 반드시 기울어지고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어렵게 하고 올바름을 지키면 허물이 없으며, 그 믿음을 근심하지 않으면 복을 누릴 것이다.”고 한 것처럼 모든 것은 변화하기 때문에 태통(泰通)한 상황은 비색(否塞)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태괘의 마지막 효인 상구(上九)에서 “성이 무너져 해자로 복귀할 것이다.”고하여 이러한 반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양은 음으로, 음은 다시 양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 우주의 보편적인 이법이기 때문이다.

 

 

澤괘해설

 

1, 履괘 ; 天澤履

 

리괘의 괘사도 이와 유사한 비유가 나온다. 리괘의 괘사는 다음과 같다.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이 물리지 않는다. 형통하다[履虎尾, 不咥人, 亨].

 

호랑이 꼬리를 잘못 밟으면 물려 죽게 된다. 물론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호랑이란 군주를 의미한다. 리괘 단사(彖辭)에서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밟았으나 강함을 기쁨[說]으로써 응대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단사에서 말하는 기쁨이란 타인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온유한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비굴한 아첨은 아니다. 왕필도 분명히 이러한 태도가 비굴한 아첨의 온유한 태도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이천은 이러한 태도를 기쁨으로써 따른다[順]는 표현을 하고 있다.

 

따른다[順]는 말은 위에서 말한 『장자』에 나온 호랑이의 우화에서 표현된 말과 동일한 표현으로, 그것은 타인에게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타자의 이치[理]를 따라서 조절하고 다스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런 점에서 단지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창조하는 태도이며, 자기 방어적 태도이기도 하다.

이점에 대해 양만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아랫사람이 예(禮)로써 윗사람을 바르게 하여 윗사람이 예로써 스스로 바르게 되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예로써 윗사람을 바르게 했다. 그래서 유순하게 윗사람을 따르면서도 그 윗사람의 올바르지 못한 마음을 바로잡았고 조화로운 태도로써 그 위엄 어린 노기를 다스린 것이다. 군주가 올바르게 되면서도 신하는 조금도 다치지 않는다.1)

 

양만리는 구체적으로 군주와 신하와의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신하는 군주의 올바르지 못한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하는 직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잘못하면 군주의 심기를 건드려 자신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마치 호랑이의 노기를 잘못 건드려 잡아먹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잡아먹히는 것이 두려워 비굴하게 아부하는 태도는 흉한 일이다. 잡아먹히지 않은 것은 군주에게 예에 합당한 행동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예의에 합당한 행위를 취하면서 자신의 뜻을 곡진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해를 피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예의에 합당한 행위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2, 兌괘 ; 兌爲澤

 

태(兌)는 팔(八), 구(口), 인(儿)이 결합된 회의문자이다. 팔(八)은 분개(分開)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글자는 사람이 웃어서 입이 벌어진 모습을 나타내는데 여기에서부터 ‘기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태괘의 상에는 연못, 소녀, 입등이 있다. 태괘는 두 개의 양효가 아래에 있고 하나의 음효가 위에 있는데, 이것은 안으로 충만된 기쁨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을 상징한다.

 

기쁨이 있으면 당연히 모든 일이 형통하지만, 올바르지 못한 것을 기뻐할 경우 사악한 곳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괘사에서 “태(兌)는 형통하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하여 ‘올바름(貞)’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점은 효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태괘의 6효가운데 가장 좋은 효는 초효로서 “초구는 조화를 이루어 기뻐하니 길하다”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초구는 구사와 감응하지도 않고 구이와 친비(親比)하지도 않음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기뻐해야 할 것을 기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오는 중정을 얻었으나 상육이라는 사악한 소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 감각적인 괘락에 빠질 위험이 있음으로 “구오는 양을 소멸시키는 상육을 신뢰한다면 위태로울 것이다”라고 경계한다.

 

『중용』에서 “희로애락이 발현되어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얻을 때, “태(兌)는 형통하다”라는 괘사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3, 睽괘 ; 火澤睽

 

규(睽)는 서로 바라보는 눈이 순하지 못한 상태, 즉 반목ㆍ질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여기에서부터 ‘서로 어긋나고 상이함’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괘상은 불이 위로 타오르고 연못의 물은 아래로 흐르는 형상으로서, 서로 상반되는 성향을 보여준다. 또한 중여(中女;離卦)와 소녀(少女;兌卦)가 한 집에 살면서 뜻이 달라 서로 질시하는 모순과 갈등의 상황이다.

 

그런데 괘사에서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하다.”고 하여 길한 괘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단전(彖傳)」의 다음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천지가 어긋나 상이하지만 그 일은 같고, 남녀가 어긋나 상이하지만 그 뜻은 통하고, 만물이 어긋나 상이하지만 그 일은 비슷하다.”

 

이 구절은 서로 반대가 되어야만 감응해 하나로 합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길하다고 하는 ‘상반응합(相反應合)’의 음양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음양논리를 표상하는 효가 상구(上九)이다. 상효는 강한 양효가 모순이 극대화된 단계에 처해 있고, 육삼효(六三爻)와 정응(正應)하는 관계이지만, 삼효가 구이(九二)와 구사(九四) 두 개의 양효에 둘러싸여 호응하지 않기 때문에 상효가 질시하고 있다.

 

이 상황을 “서로 어긋나 상이한 때에 외로워,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 쓰고 귀신이 수레에 실려 있는 것을 본다.”고 효사는 묘사하고 있다.

 

질시의 대상인 3효는 상효와 서로 반대가 되기 때문에 원수로 알고 활을 당기지만 실상은 혼인할 짝이다. 그러므로 효사는 “먼저 활을 당겼다가 뒤에 놓으니 원수가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 가서 비를 만난다면 길할 것이다.”고 하여 길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나와 상반되는 존재야말로 감응해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창조하는 소중한 짝임을 규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4, 歸妹괘 ; 雷澤歸妹

 

귀(歸)는 시집가는 것이고 매(妹)는 손아래 누이를 말한다. 귀매는 누이동생을 시집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은나라의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 보냈다는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혼인괘에는 함(咸)ㆍ항(恒)ㆍ점(漸)ㆍ귀매가 있는데, 다른 괘들이 대체로 길한 데에 비해 귀매는 “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하여 흉한 괘로 규정되어 있다. 그것은 괘상이 태소녀(兌少女)가 정욕에 이끌려서 진장남(震長男)을 쫓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2효부터 5효까지 점괘가 정(正)을 얻은 것과 반대로 부정(不正)하며, 3효와 5효는 양효 위에 위치하고 있다. 점괘와 반대로 정상적인 혼례의 절차를 밟지 못한 혼인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전(彖傳)」에서 “귀매는 사람(여자)의 끝과 시작이다.”고 한 것은 남녀가 비록 올바르지 못하다고 해도 혼인을 해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는 『주역』의 생명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다. “여동생을 첩으로 시집보내니, 절름발이가 능히 걸을 수 있다. 가면 길할 것이다.”고 한 초효와, “애꾸가 능히 볼 수 있으니 유인(幽人)의 올바름이 이로울 것이다.”고 한 구이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첩으로 시집보내는 것은 절름발이나 애꾸처럼 비정상적인 것이지만 ‘길하다’, ‘이롭다’고 평가 된 것은 부군을 내조하고 자녀를 생육하는 것이 여자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육에서 “여자가 빈 광주리를 이고 선비가 양을 찔러도 피가 없으니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한 것처럼 혼례를 거치지 않은 결혼은 결국 이롭지 못한 것이다.

 

5, 中孚괘 ; 風澤中孚

 

중(中)은 마음 속을 말하고 부(孚)는 믿음이다. 중부는 마음 속에서부터 울어나는 진실한 믿음을 의미한다. 괘상 전체를 보면 가운데 3효와 4효가 음효이고 위 아래의 4개효는 양효로서 속이 비어 있다.

 

이것은 일체의 사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운 형상이다. 내ㆍ외괘를 각각 보면 중효인 2효와 5효가 양효로서 내적 진실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괘상은 마음을 비웠을 때에 인간은 진실해 질 수 있으며, 내적으로 진실성이 충만할 때에 참된 믿음이 가능함을 표상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돼지나 물고기도 감동시킬 수 있으니 길하다.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괘사는 말한다. 일체의 사욕이 제거된 진실한 마음은 연못위에 바람이 불면 파랑이 일 듯이 한 나라를 감화시키며, 어떠한 험난함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붕당(朋黨)이 타락하면 당쟁(黨爭)이 되듯이 믿음이 올바름을 잃어버리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정(貞)을 강조한 것이다. 초구에서 “(믿어도 될 상대인지) 헤아려 보고 믿으면 길할 것이요, 다른 상대를 가지면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계한 것은 이와같은 이유 때문이다.

 

육사(六四)에서 “달이 보름에 가까우니 말의 짝이 없어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부정한 육삼(六三)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진실한 구오(九五)를 따라야 함을 주장한 것으로 올바른 신뢰관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적시해 준 것이다.

 

6, 節괘 ; 水澤節

 

절(節)은 본래 ‘대나무의 마디’를 뜻하는데, 여기에서부터 절도(節度), 절제(節制) 등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절괘는 연못 위에 물이 있는 형상이다. 연못의 용량에는 한도가 있어서 그 이상의 물이 흘러 들어오면 범람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물이 유입되는 것은 억제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단전(彖傳)」에서 “재물을 상하게 하고 백성을 해친다.”고 한 것처럼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됨으로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규범에 유비될 수 있다.

 

그러나 절제가 지나치면 오히려 고통을 주게 된다. 괘사에서 “절은 형통하니 괴로운 절제는 고수해서 안 된다.”고 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절제의 정도가 극심한 단계인 상육(上六)을 “괴로운 절제이다. 올바를지라도 흉하니 후회함이 없어질 것이다.”고 하여 흉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친 절제는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검소한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후회함이 없을 것이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금욕주의를 비판적으로 보는 유교의 윤리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의 변화에 절기(節期)가 있듯이 모든 사물에는 절도(節度), 도수(度數)가 있다. 인간의 욕망도 자연스러운 본성에 근거를 둔 체제(禮制)에 의해 절제함으로써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는 중용의 상태로 돌아가게 해야한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연못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괘이니, 군자는 (괘상을 본받아) 써서 도수와 법도를 제정하고 덕행을 헤아린다.”고 한 것은 예악형정(禮樂刑政)등 제도적 장치에 의해 인간의 욕망을 적절하게 절제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7, 損괘 ; 山澤損

 

손(損)은 ‘덜어내다’는 뜻으로서, 손괘는 「단전(彖傳)」에서 ‘아래를 덜어내서 위를 더해준다’고 설명했듯이 익괘(益卦)와 서로 맞물려 있는 괘이다.

 

괘상은 산아래 연못이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아래에 있는 연못 바닥을 파서 그 흙을 산위에 보태어 높여 주는 것을 표상한다. 이와 같은 손괘의 상은 사회적으로 말한다면 하층부를 이루는 민중들을 수탈해서 상층부를 이루는 지배층을 살찌우는 것을 상징하므로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대상전(大象傳)」에서 “산아래에 연못이 있는 것이 손괘이니 군자는 손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분노를 그치게 하고 사사로운 욕망을 막는다.”고 했듯이 그릇된 감정과 지나친 욕구를 덜어내야 한다는 수양론적인 뜻을 갖고 있다.

 

괘사에서 “손은 믿음이 있으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 올바를 수가 있으며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겠는가? 두 개의 대나무 제기(祭器)를 써서 제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대나무 제기’는 소박한 제기인데, 이것으로 제사를 드린다는 것은 제례에서 가식적인 형식을 덜어내고 질박한 진실한 마음의 회복을 상징한다.

 

또한 상수학적인 측면에서 말한다면 강한 양을 덜어내어 음에게 보태어 음양이 서로 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초구(初九)가 음효에게 둘러싸인 64(六四)에게 가서 질병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는 초효(初爻)와 사효(四爻)의 효사와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이 가면 그 벗을 얻는다.”는 삼효(三爻)의 효사는 이점을 말한 것이다.

 

8, 臨괘 ; 地澤臨

 

‘임(臨)’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임하다’는 뜻으로, 임괘에서는 ‘백성에게 임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내, 외괘로 보면 땅이 연못에 임해 있는 모습이며, 괘 전체를 보면(양은 크고 음은 작은 것이므로)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양효가 위에 있는 네 개의 음효에게 임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아래에 임한다고 해서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두 개의 양효인 초구(初九)와 구이(九二)의 효사는 “감응해 임하는 것이니 올바름을 지켜서 길하다.”, “감응해 임하는 것이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모두 응효(應爻)인 육사(六四) 육오(六五)와의 감응을 강조한다.

 

임괘는 11월 동지달을 상징하는 복괘(復卦)에서 처음 생겨난 하나의 양(陽)이 점점 자라나 두 개의 양으로 성장한 12월괘이다. 따라서 임괘는 양기가 계속 성장해 감에 따라 음기가 물러나는 형세, 즉 군자의 세력이 점점 확대되고 소인의 세력은 축소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임은 크게 형통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괘사의 뒷 부분에서 “8월에 이르면 흉할 것이다.”고 경고한다. 8월은 돈괘(遯卦) 또는 관괘(觀卦)로서 양기가 물러나는 상황이다. 이것은 현재는 양기가 성장해 나가는 좋은 상황이지만 멀지 않아 양기가 물러나고 음기가 그 자리를 대신해 세력을 확대하는 흉한 일이 닥치게 된다는 경고이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치(治)ㆍ란(亂)은 순환하며 성해지면 반드시 쇠퇴해 지는 것이 자연의 이법인 음양 원리이다. 성극(盛極)해지기 이전에 쇠퇴해 질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임괘가 주는 교훈이다.

 

 

火괘 해설

 

1, 同人괘 ; 天火同人

 

‘동인(同人)’의 ‘동(同)’은 ‘화(和)’와 대립된 획일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의 뜻까지 포함된 ‘같이 하다’ ‘함께 하다’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동인’은 ‘사람들과 같이하다’고 풀이될 수 있으며, 동인괘는 세상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화합하면서 살아가는 대동사회를 건설하는 방도를 제시한 괘라고 할 수 있다.

 

괘상을 보면 하늘 아래에 불이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고 불도 위로 타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하늘과 성향을 같이한다. 또한 구오(九五)와 육이(六二)는 각각 중정한 효로서 상호 감응해 상하가 함께 하고 있다.

 

괘 전체를 보면 육이(六二) 하나의 음효에 대해 5개의 양효들이 함께 하고자 하는 상이 된다. 다양한 의견과 이해 타산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함께 더불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공평무사한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괘사에서 “광대한 들판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니 형통하다.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 군자의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고 한 것은 텅 빈 들판과 같이 사사로운 욕망과 감정을 비워버린 공정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모든 사람들이 일치된 마음으로 협동하며 살아갈 수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효에서 “일가 친척들끼리 함께하는 것이니 인(吝)할 것이다.”고 한 것처럼 혈연ㆍ지연ㆍ학연등 사사로운 관계에 억메인다면 파당을 짓게 되어 대동사회는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동인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되는 지도자가 무엇보다 사리 사욕과 사사로운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 革괘 ; 澤火革

 

혁(革)은 본래 짐승의 가죽을 가리키는데, 짐승은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바뀌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혁괘는 변혁, 특히 혁명에 관한 괘이다.

 

괘상은 연못 아래에 불이 있는 모습인데, 물은 아래로 내려와 불을 끄고 불은 위로 타올라 물을 말려버리는 상극 관계로서, 현상태가 유지될 수 없는 변혁의 시기를 상징한다.

 

화택규괘(火澤睽卦)가 모순·갈등의 상태를 상징한다면 혁괘는 모순이 심화되어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되는 혁명의 상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혁명은 부득이한 경우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반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 질 때까지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괘사에서 “날을 마쳐야 믿음이 있을 것이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워 후회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이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내괘인 이괘(離卦)는 불을 상징하는 괘로서 성급하며 상향성이 강하여 자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러므로 초구(初九)에서 “누런 소의 가죽으로 단단히 묶어야 한다”라고 경계하고, 육이(六二)에서 “날을 마쳐 혁명을 하면 앞으로 나아감에 길하여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고하여 재차 혁명할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혁명은 혁명하는 주체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혁괘 5효와 상효에서는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하여 근본적인 자기 혁명이 이루어 질 때, 민중들의 신뢰를 얻어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离괘 ; 离爲火

 

64괘는 상ㆍ하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편(上編)은 순괘(純卦)인 건(乾)ㆍ곤(坤)괘에서 시작되어 순괘인 감(坎)ㆍ이(離)괘로 끝나기 때문에 이괘는 상편의 마지막 괘가 된다. 이괘는 팔괘 가운데, 불을 상징하는 이괘가 두 개 겹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본래 ‘떠나다’라는 의미를 갖는 한자어인데 반전되어 ‘붙다(麗)’라는 뜻이 되었다. 이것을 반훈(反訓)이라고 한다. 괘상을 보면 ‘음효 하나가 두 개의 양효사이에 붙어 있슴으로’ 이라고 명명 된 것이며, 불을 상징하게 된 것은 불은 반드시 다른 사물에 붙어야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은 밝으므로 ‘밝다’ 는 뜻도 내포된다. 「대상전(大象傳)」에서 “밝은 것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이괘이니, 대인은 이것을 본받아 써서 밝음을 계승하여 사방을 비추어야 한다. ”라고 한 것은 두 번째 의미를 취한 것이다.

 

괘사를 보면 “이는 올바른 것이 이로우니 형통하다.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라고 하여 ‘올바름(貞)’이 강조되고 있다. 일월은 하늘에 붙어 있고 초목은 땅에 붙어 있듯이 모든 존재는 올바름에 의거하여 행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주효(主爻)인 2효와 5효를 비교해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주역의 저자는, 같은 중효(中爻)이지만 2효는 정(正)을 얻었기 때문에 원길(元吉)하고, 5효는 존위(尊位)인데도 불구하고 부정(不正)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 탄식해야 길하다”라고하여 근심하고 두려워해야 비로소 길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것이다.

 

 

4, 豊괘 ; 雷火豊

 

풍(豊)은 제기(祭器)에 제물(祭物)이 가득 담겨진 모습을 그린 문자인데, 여기에서 ‘풍성(豊盛), 성대(盛大)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괘상은 우뢰와 번개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성대함의 극치를 이룬 모습이다.

 

풍괘는 서어대한 상황에 처하는 방도를 제시한 괘이다. 괘사는 “풍은 형통하니 왕이라야 성극(盛極)함에 이를 수 있다.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뜬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엇을 근심하지 말라는 것일까.

 

「단전(彖傳)」에서 “해가 중천에 뜨면 기울어지고 달이 가득차면 기울어진다. 천지가 가득하고 비는 것은 때와 함께 소식(消息)하는데 하물며 사람과 귀신이랴.”라고 설명한 바와 같이 절정에 이르면 반드시 쇠퇴하는 것이 만물의 필연적인 법칙이다.

 

그러므로 성대함의 극치에 이른 왕은 곧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은 하되 근심하지는 말고 해가 중천에 떠서 만물을 비추듯이 명덕을 더욱 밝게 닦아 천하 만민에게 덕화를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성극한 것은 쇠퇴해지며, 태양이 빛나는 이면에 어둠이 깃드는 것이 음양의 원리이다.

 

이괘(離卦)의 주효로서 밝음의 극치를 상징하는 육이(六二)는 우둔한 육오(六五)를 만나, 해가 중천에 떴는데 북두칠성을 보는 형국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오에게 가면 도리어 의심을 받는다. 오직 성의를 다해 우둔한 육오를 감동시켜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육오는 밝은 육이를 받아들여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극복할 수 있다.

 

우뢰와 번개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듯이, 풍괘는 적응(適應)관계에 있는 추구(初九)와 구사(九四), 육이(六二)와 육오(六五)가 오히려 상보적 관계로 정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5, 家人괘 ; 風火家人

 

가인(家人)은 한 가정의 사람들, 곧 가족을 말한다. 가인괘는 『대학(大學)』의 용어를 빌리자면 ‘제가(齊家)’, 즉 가정을 다스리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괘이다.

 

괘상을 보면 장녀인 손괘(巽卦)가 위에 있고 중녀인 이괘(離卦)가 아래에 있어서 위계질서가 분명하며, 두 개의 음효인 2효와 4효가 정(正)을 얻고 있는데, 이것은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데에는 엄격한 질서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여자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행실이 중요함을 상징한다. 괘사에서 “가인은 여자가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고 말하고, 주희(朱熹)가 “안이 올바르면 밖이 올바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제가(齊家)’의 전 단계로 ‘수신(修身)’을 설정했듯이 가정을 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수양하는 일은 「대상전(大象傳)」에서 “바람이 불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가인이니, 군자는 가인괘의 괘상을 본받아 써서 말에 실상이 있으며 행동에 변하지 않는 법도가 있다.”고 하였듯이 언행을 삼가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가정을 다스리는 궁극적 목적은 가정윤리를 확대하여 천하를 화평하게 다스리는 데에 있다. 「단전(彖傳)」에서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가정의 법도가 바르게 될 것이니, 가정을 바르게 하면 천하가 안정된다.”고 한 것은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6, 旣濟괘 ; 水火旣濟

 

기제(旣濟)는 ‘이미 물을 건너갔다’라는 뜻으로 일이 성취된 상태를 뜻한다. 기제괘는 물은 아래로 내려오고 불은 위로 올라가 물과 불이 서로 교합하는 모습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태괘(泰卦)와 유사한 구조이다.

 

물과 불이 만나 상호 작용을 해야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기제괘는 64괘 중 유일하게 6효 전체가 정(正)을 얻고 있다. 여기에서부터 기제는 ‘완성’이라는 의미가 도출된 것이다.

 

그런데 괘사에서 “기제는 형통함이 적으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처음에는 길하나 마지막에는 혼란할 것이다”라고 하여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6개의 효사도 대부분 경계하는 어귀들이다.

 

이것은 태통(泰通)한 상황은 비색(否塞)한 상황으로 전개되듯이 ‘완성’은 반드시 위란(危亂)으로 전개된다는 극즉반(極則反)의 역리(易理)에 기초한 것이다.

 

그리고 「대상전(大象傳)」에서 “물이 불위에 있는 것이 기제이니 군자는 (괘상을 본받아) 써서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방지한다”라고 하였듯이, 현재의 안락함에 방심하지 말고 앞으로 닥칠 위난에 대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교훈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은 “육사(六四)는 배에 물이 새들어 오니 걸레를 들고 종일토록 경계해야 한다”. “상육(上六)은 머리를 적시니 위태롭다”라는 효사에 잘 나타나 있다.

 

 

7, 賁괘 ; 山火賁

 

‘비’는 ‘패(貝)’와 ‘훼(卉)’의 합성어인데, 고대에는 조개껍질로서 장식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꾸미다’ 즉 ‘문식(文飾)’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비괘는 산 아래에 불이 타오르는 형상인데, 이것은 산의 초목들이 불빛을 받아 광채가 나는 모습으로서 장식의 의미를 갖는다.

 

『논어』에서 “문(文: 꾸며 놓은 외적인 형식)과 질(質: 내적인 실질적 내용)이 조화를 이룬 뒤에 군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문’과 ‘질’은 조화, 일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외적인 면을 꾸미는데 힘쓰다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비는 형통하니, 일을 실행해 나가는 것은 조금 이롭다.”고 하여 문식하는 것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전(彖傳)」에서 “비는 형통하니 유(柔)가 와서 강(剛)을 문식하기 때문에 형통하고, 강이 나뉘어 올라가 유를 문식하기 때문에 ‘일을 실행해 나가는 것은 조금 이롭’라고 한 것이니, 천문(天文)이다.”고 한 구절은 이 점을 부연 설명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유’는 ‘문’이고, ‘강’은 ‘질’인데, 유가 강을 문식하는 것은 질이 승(勝)하기 때문에 문식을 가함으로서 조화를 이룬 것으로 근본이 정립된 뒤에 형식이 갖추어진 것이다. 반면에 강이 유를 문식한다는 것은 문이 승하기 때문에 질로서 절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괘 6효의 전개 과정을 보면, 내괘는 꾸밈의 정도가 심해지지만 외괘에 오면 꾸밈이 절제되어 문식의 극치인 상효(上爻)에서는 “꾸미는 것을 희게하는 것이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외적인 꾸밈이 제거된 질소(質素)한 본 바탕으로 돌아오게 된다.

 

「잡괘전(雜卦傳)」에서 “비는 무색(无色)이다.”고 한 것처럼 최상의 문식은 아무런 꾸밈도 없는 본래의 질박함 그 자체인 것이다.

 

8, 明夷괘 ; 地火明夷

 

명(明)은 ‘밝음’을 뜻하고 이(夷)는 본래 동방인(東方人)을 가리키는데 『주역』에서는 ‘이’의 가차로서 ‘상(傷)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명이’란 ‘밝은 것이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괘상은 진괘(晉卦)와 반대로 태양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서, 역시 밝은 빛이 손상됨을 상징한다. 태양이 지면 어둠이 온다. 명이괘는 밝은 빛이 손상되어 어둠이 지배하는 시기에 군자가 처신해야 할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괘이다.

 

괘사에서 “명이는 어려움을 겪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단전(彖傳)」에서 “‘어려움을 겪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한 것은 밝은 것을 숨기는 것이다.”고 해석한 것은 명이의 시기에는 총명함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인 인물이 기자(箕子)이다. 기자는 은나라 말기, 폭군 주(紂)가 지배하는 암흑의 시기에 거짓으로 미친척하고 남의 노예가 되어 화를 면한 뒤에 무왕에게 홍범구주를 전수해 주었다. 밝음을 훼손시키는 주체는 상효이다.

 

“상구(上九)는 처음에 하늘에 오르고 뒤에는 땅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고 있듯이 처음에는 왕으로서 현자를 해치고 나중에는 자신을 해치는 주왕과 같은 존재이다.

 

상효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해 어둠의 세력을 제거하는 탕왕. 문무왕과 같은 경우는 3효이고, ‘밝음을 해치는 마음’을 간파하고 떠나가는 미자(微子)와 같은 경우는 4효이다. 이처럼 어둠의 시기에 처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지 ‘올바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주역』의 본지이다.

 

 



雷괘 해설

 

1, 无妄괘 ; 天雷无妄

 

‘무(无)’는 ‘무(無)’의 옛 글자이며, ‘망(妄)’은 ‘허망(虛妄)’ 곧 ‘거짓됨’을 뜻하는 글자로서 ‘무망’은 ‘거짓 없는 진실함’을 말한다.

 

주자(朱子)가 『중용(中庸)』에서 천도의 본질로 규정되는 ‘성(誠)’을 ‘진실무망(眞實无妄)’이라고 해석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또한 ‘망(妄)’은 ‘망(望)’과 같은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무망(无妄)’은 ‘바라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길흉화복은 천도(天道) 즉 자연의 이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인간이 의도적으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망괘는 하늘아래에 우뢰가 치는 형상이다. 하늘에서 우뢰가 칠 때 사람들은 두려워 거짓된 마음과 허위 의식을 버리기 대문에 진실해 거짓이 없는 ‘무망(无妄)’이 된다.

 

또한 건(乾)괘는 하늘이고 진괘(震卦)의 덕은 ‘동(動)’이기 때문에 ‘진실무망(眞實无妄)’ 그 자체인 하늘을 따라 움직인다면 바로 거짓없는 참된 행위, 곧 ‘무망(无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사사로운 욕심을 따라 움직인다면 거짓된 행위, 곧 ‘망(妄)’이 된다.

 

무망괘는 괘사에서 “무망은 크게 형통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올바르지 못하면 재앙이 있을 것이니 가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고 하여 ‘올바름’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육효(六爻) 중에서 ‘정(正)’을 얻은 초구(初九), 육이(六二), 구오(九五)는 ‘길(吉)’ㆍ‘이(利)’ㆍ ‘희(喜)’ 등으로 규정되지만, ‘부정(不正)’한 육삼(六三)과 상구(上九)는 ‘무망(无妄)’함에도 불구하고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록 참된 마음이 있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이치에 어긋난다면 허망(虛妄)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내적인 진실성과 아울러 외적인 합리성이 아울러 갖추어질 때 모든 재앙을 극복하고 뜻을 이룰 수 있음을 무망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 隨괘 ; 澤雷隨

 

‘수’는 ‘따르다’는 뜻으로, 앞에 있는 대상을 따라서 가는 것을 말한다. 수괘의 외괘인 태(兌)는 기쁨이고, 내괘인 진(震)은 운동성이 강한 괘이기 때문에 기뻐서 움직이는 상이 되며, 우뢰가 연못 아래에서 우뢰가 진동하면 연못이 따라서 진동하기 때문에 수괘가 된 것이다.

 

또한 괘체(卦體)로서 보면 「단전(彖傳)」에서 말하듯이 진괘가 온유한 태괘 아래로 내려와서 기쁘게 따르는 모습이다. 이것은 귀한 자가 비천한 자의 아래로 내려오는 상으로서, 나를 버리고 남을 따르는 것이다. 내가 나의 아집을 버리고 남을 따르면 남도 나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올바르지 못한 대상을 따른다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괘사에서 “수는 크게 형통하지만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올바름(貞)을 특히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든다면 군주는 선을 따르고, 신하는 명을 받들고 학자는 진리를 따르는 것이 ‘수(隨)’의 올바름이다.

 

육이효(六二爻)와 육삼효(六三爻)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이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육이는 초구와 ‘비(比)’의 관계이고 구오(九五)와 ‘응(應)’의 관계이다. 정응(正應)의 대상인 구오(九五)를 따르는 것이 올바르지만 가까이 있는 초구에게 마음이 끌리기 쉽다. 이에 대해 효사는 “육이(六二)는 소자(小子)에게 얽메여 장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흉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에 육삼은 바로 위에 있는 구사(九四)를 따르고 초구를 버리기 때문에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두 효가 모두 부정(不正)하고 정응(正應)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올바름에 거해야 이롭다.”고 경계한 것이다.

 

 

3, 噬嗑괘 ; 火雷噬嗑

 

‘서(噬)’는 ‘씹는다’는 뜻이고, ‘합(噬)’은 ‘합(合)’과 같은 뜻을 갖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서합(噬嗑)’은 ‘입안에 들어 있는 음식을 씹어서 위와 아래가 합치게 한다’는 의미가 된다.

 

괘상을 보면 상구(上九)와 초구(初九)는 위아래 턱의 형상이고, 육이(六二) 육삼(六三) 육오(六五)는 입안이며 구사(九四)는 그 가운데에 들어 있는 음식물이다. 입안에 음식이 있으면 위아래에 간격이 생긴다.

 

이것은 부자(父子) 부부(夫婦) 군신(君臣)등 친밀해야 할 인간 관계가 사악한 자의 이간질에 의해 틈이 벌어져 갈등을 겪는 것을 상징한다. 입안의 음식을 씹어야 위아래의 턱이 합쳐질 수 있듯이 사악한 자를 제거해야 화합할 수 있다.

 

서합괘의 괘사는 그 방법으로 “서합은 형통하니 옥사(獄事)를 쓰는 것이 이롭다.”고 하여 ‘옥사(獄事)’를 제시한다. ‘옥사’는 시비곡직을 판결해 잘못한 자에게 형벌을 시행하는 것이다.

 

시비를 판결하는 데에는 명석한 지혜가 요구 되며 형벌을 집행하는 데에는 위엄이 있어야 한다. 외괘인 이괘(離卦)는 명석함을 상징하고 내괘인 진괘(震卦)는 위엄을 상징한다.

 

육효 가운데에서 초구와 상구는 형벌을 받는 자이고 가운데 4개의 효는 형벌을 집행하는 자이다. 송사는 소송을 하여 판결을 구하는 경우임으로 강직한 성품이 요구되기 때문에 재판관을 상징하는 송괘(訟卦)의 오효(五爻)는 양효이다.

 

하지만 형벌을 집행하는 데에는 형벌을 받는 사람의 고통을 헤아리고 그와 함께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자가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이 서합괘 오효(五爻)가 유순한 덕을 상징하는 음효로 된 이유이다.

 

또한 효사에서 “말린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으니 올바르고 위태롭게 여겨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신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옥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을 집행하는 목적은 민중을 위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4, 震괘 ; 震爲雷

 

진(震)은 우(雨)와 진(辰)의 합성어로서 우뢰가 쳐서 사물을 진동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진괘는 아래에 있는 양기가 지면(地面)의 음기를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우뢰가 칠 때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고대인은 우뢰를 신의 분노로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괘의 괘사에 보면 “우뢰가 올 때에 두려워 하면 담소하는 것이 즐거울 것이니, 우뢰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비창(匕鬯 : 솥에서 삶은 제물을 꺼내는 수저와 땅에 부어 심을 강림하게 하는 창금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고 하여 우뢰를 두려워하면 즐거움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단전(彖傳)」에서도 “‘우뢰가 올 때에 두려워한다’는 것은 두려워해 복을 이루는 것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구절은 유교 수양론의 기저를 이루는 이른 바 계신공구(戒愼恐懼)를 말한 것이다. 경계하고 삼가고 두려워하고 위태로워 하는 태도로서 임하면 어떠한 위험과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중첩된 우뢰가 진괘이니, 군자가 괘상을 본받아 써서 두려워하고 위태로워 하여 몸을 바르게 닦고 잘못을 반성한다.”고 한 것은 이 점을 밝힌 것이다.

 

‘계신공구’는 경(敬)의 원형으로서 인간이 절대자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원초적 정감이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우뢰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비창(匕鬯)을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이 구절은 「단전」에서 “(태자가 왕위를) 계승해 종묘사직을 지켜 제주(祭主)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와 같이 진괘인 장남이 조상신과 토지 및 곡식의 신에게 제사드리는 것을 말한 것이다.

 

성(誠), 경(敬) 등 유교 수양론의 핵심 개념들은 종교적인 신앙적 태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것을 진괘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益괘 ; 風雷益

 

익(益)은 ‘더하다’는 뜻으로, 「단전(彖傳)」에서 “위를 덜어 내어 아래를 더한다.”고 했듯이 손괘(損卦)와 맞물려 있는 괘이다.

 

괘상은 위에 있는 바람과 아래에 있는 우뢰가 서로 상승 작용을 하여 힘이 더해지는 형상이다.

 

손괘가 하부 구조의 약화를 의미한다면, 익괘는 하부 구조의 강화를 상징한다. 익괘는 상층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덜어내어 하층부을 이루는 민중에게 더해 주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한없이 기쁘게 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괘사에서 익은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하여 ‘이롭다’는 용어를 두 번이나 사용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익괘는 위에서 아래로 은혜를 내려주는 형국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육이(六二)는 어떤 자가 10쌍의 거북이를 더해 주거든 사양하지 못하지만, 영원하고 바르게 하면 길해서 왕이 상제에게 제사를 지내도 길할 것이다.”고 하는 2효사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에서 거북이는 위에서 내려주는 은혜로서 응효(應爻)인 5효의 혜심(惠心 : 은혜를 베프는 마음)’과 같은 것이며,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은혜를 내려준 하늘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즉, 위에서 혜택을 베풀면 아래에서 은혜롭게 여겨서 위아래가 마치 바람과 우뢰처럼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나가 모두에게 보탬이 된다는 것을 익괘는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덜어 내야할 때는 덜어내고 더해야 할 때는 더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기 때문에 손ㆍ익괘의 「단전(彖傳)」에서 모두 “때와 함께 가야한다.”고 하여 시의성(時宜性)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6, 屯괘 ; 水雷屯

 

屯(둔)의 음은 ‘둔’, ‘준’ 두가지가 있다. 반절법에 의하면 ‘준’이 옳지만, 『주역언해』에는 ‘둔’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둔’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둔은 초목의 싹이 처음 힘들게 땅을 뚫고 나오면서 충분히 신장되지 못하고 구부러진 모습을 그린 문자이다. 여기에서 ‘어렵다(難)’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에서 어려움을 의미하는 괘에는 둔괘 외에 건(蹇)ㆍ곤(困)괘가 있는데, 이 괘들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처신하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둔괘는 건ㆍ곤괘 바로 다음에 나오는데, 이것은 하늘과 땅이 처음 교합하여 사물을 낳는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임을 시사한다. 괘상을 보면 감괘는 험난함을 상징하고 진괘는 강한 운동성을 상징한다.

 

즉 초목의 싹이 처음 지상으로 나와 혼란하고 어둡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나가야할 단계이지만 2효ㆍ4효ㆍ5효에서 ‘혼인할 짝과의 만남’을 강조하듯이 음양이 처음 만나고, 강한 운동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곤궁한 것만은 아니다.

 

괘사에서 “둔은 크게 형동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우니 함부로 나가지 말고 제후를 옹립하는 것이 이롭다.”라고 하였듯이 올바름을 잃지 않고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둔난한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7, 頤괘 ; 山雷頤

 

이(頤)는 ‘턱’이라는 뜻인데, 턱을 움직여 음식물을 씹어서 몸을 기르기 때문에 ‘기르다(養)’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괘상을 보면 초효와 상효가 양효이며 그 가운데에 음효 4개를 머금고 있는데, 초요는 아래턱, 상효는 윗턱이며 네개의 음효는 비어 있는 입안을 상징한다. 또한 음식물을 씹을 때는 아래턱만 움직이기 때문에 외괘는 ‘정지(止)’를 상징하는 간괘이며, 내괘는 ‘움직임(動)’을 상징하는 진괘로서 구성하였다.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만물을 기르고 성인은 현자를 길러 만민에게 덕화를 미치니 이의 때가 위대하다”라고 극찬하였듯이 기른다는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정신적인 영역까지 포괄한다.

 

그러므로 「대상전(大象傳)」에서 “산 아래에 우뢰가 있는 것이 이괘이니, 군자가(이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한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말을 삼간다’는 것은 덕을 기르는 방도이고 ‘음식을 절제한다’는 것은 몸을 기르는 방도이다.

 

음식물을 먹고자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인 욕구이지만 자칫하면 과욕이 되어 몸을 그르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초효에서 “너의 신령한 거북이를 버리고 나를 바라보고 턱을 벌리니 흉하다”라고하여 이 점을 경계하고 있다.

 

괘사에서 “이는 올바르면 길하니, 어떻게 길러야 올바른 것인지를 잘 보며 스스로 적합한 음식물을 구해야 한다”라고하여 ‘올바름(貞)’을 무엇보다 강조한 이유는 ‘먹는다’는 일은 부정(不正)으로 흐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8, 復괘 ; 地雷復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인데, 본래 상태로 회복됨을 의미한다. 복괘는 박괘(剝卦)와 반대로 초효만이 양효이고, 나머지 다섯 효는 모두 음효로서, 박괘 상구효가 초효로 복귀해 이루어진 괘이다.

 

이것은 ‘위에서 극에 달하면 아래로 돌아와 다시 생한다,라고 하는 역리(易理)에 근거한 것으로 나무 열매 속에 들어있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싹트이는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다.

 

내ㆍ외괘로 보면 땅 속에서 우뢰가 있는 모습으로 10월 음이 극성한 때를 지나 11월 동지달 하나의 양이 처음 움직이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1년 중에서 가장 추운 동지달, 얼어붙어 있는 지표(地表)아래에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단전(彖傳)」에서는 “음기가 쌓여 있는 속에 양기 하나가 돌아와 다시 생하는 데에서 천지가 끊임없이 만물을 낳으려는 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 움직이기 시작하는 양기는 매우 미약함으로 첩첩히 쌓여 있는 음기를 뚫고 성장하는 데에는 많은 고난이 따른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복은 형통하다. 출입하는 데에 해치는 자가 없으며, 벗이 와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어린 생명에 상처를 주지말고 동류(同類)들의 도움이 절실함을 주장한다.

 

이와 같이 미약한 양기를 기르는 방법은 「대상전(大象傳)」에서 “우뢰가 땅속에 있는 것이 복괘이니 선왕이 (괘상을) 본받아 동지날에 관문을 닫고 장사치와 나그네가 가지 않으며 천자는 사방을 순시하지 않는다.”고 한 것처럼 외부를 차단해 보호하는 것이다.

 

복괘의 초구는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에서 말하는 ‘도심(道心)’과 같다. 도심은 매우 은미하기 때문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순(精純), 전일(專一)하게 하지 않으면 인욕(人慾)에 의해 손상되기 마련이다. 생명의 씨앗, 양심의 선한 실마리는 미약하기 때문에 소중히 보호되어야 함을 복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風괘해설

 

1, 姤괘 ; 天風姤

 

구(姤)는 ‘만나다’라는 뜻으로 『단전(彖傳)』에서는 ‘유순한 음효가 강건(剛健)한 양효를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괘는 12월 소식괘 중의 하나로서, 4월괘인 건괘(乾卦) 다음인 5월괘이다. 순양괘인 건괘에서부터 음효 하나가 생겨나서 음과 양이 처음으로 만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姤)’라고 이름을 붙였다.

 

음효인 초육(初六)은 아직 어려서 미약하지만, 곤괘(坤卦) 초육(初六)에서 ‘서리는 반드시 굳은 어름이 된다’고 설파한 바와 같이, 앞으로 양을 소멸시키는 강한 적으로 자라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강장(强壯)한 여자는 아내로 취하지 말라.’고 괘사는 경고한다.

 

또한 초효의 효사에서 “쇠말뚝에 붙들어 메어야 하니, 올바름을 지키면 길하고 가면 흉한 일을 볼 것이니 야윈 돼지가 날뛴다.”고 하여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음사한 여자를 취하지 않고 경계하는 소극적 방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이(九二)에서는 “포대에 물고기가 있으니, 허물이 없으나 손님에게 이롭지 못하다.”고 하여 강한 힘과 중용의 덕을 갖춘 군자가 감싸안아서 사악한 기운이 밖으로 번져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오(九五)는 커다란 박달나무로 오이를 감싸는 것이니 빛나는 것을 머금고 있으면 하늘에서부터 오이가 떨어질 것이다.”고 했듯이 관대한 마음으로 포용하고, 자신을 낮추며 내적으로 진실한 마음을 머금고 기다린다면 오이가 익어서 떨어지듯 사악한 기운이 다하게 되는 것이다.

 

중용의 덕이 없다면, 구삼(九三)과 상구(上九)가 초구(初九)와 무관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허물이 없듯이 만남 자체를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정(中正)하지 못하면서 응효(應爻)가 되는 구사(九四)처럼 흉한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2, 大過괘 ; 澤風大過

 

『주역』에서 대(大)는 ‘양(陽)’을 말하고 ‘과’는 ‘지나치다’라는 뜻이다. 양효가 네개이고 음효가 두개이기 때문에 양이 음보다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대과’라고 명명된 것이다.

 

괘상을 보면 초효와 상효가 음효이며 가운데에 네개의 양효가 중첩되어 있는데, 이것은 상하가 허약하여 양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을 괘사에서는 “대과는 기둥이 휘는 것이니, 행하는 것이 이로워 형통할 것이다”라고하여 기둥이 휘는 것으로 상징한다. 이와 같이 과도한 양의 세력을 적절하게 절제하여 중용을 얻을 때 형통하게 된다는 것이 괘사의 뜻으로 「단전(彖傳)」에서는 “강한 것이 지나치나 중(中)하다”라고 설명한다.

 

이 점은 2효와 5효를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둘다 양효로서 중을 얻었으나, 2효는 음위에 있기 때문에 강.유가 조화되어 “마른 버드나무에서 뿌리가 나며 할아버지가 여자를 얻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반면, 5효는 양위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기운이 더욱 강화되어 “마른 버드나무에서 꽃이 피고 할머니가 남자를 얻으니, 허물은 없으나 명예도 없다”라고하여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지나친 것이 나뿐 것만은 아니다. 초효는 “흰 띠풀을 까니 허물이 없다”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음효로서 겸손함을 상징하는 손괘(巽卦)의 맨아래에 처하고 있음으로 지나치게 겸손하고 신중하지만 이것이 잘못은 아닌 것이다.

 

3, 鼎괘 ; 火風鼎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정(鼎)을 “발이 세 개이고 귀가 두 개로서 오미(五味)를 조화시키는 보기(寶器)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건을 삶는 솥을 말한다. 솥은 물건을 삶아 음식물을 만들어 인간의 육신을 길러주는 도구인데, 여기에서부터 성현을 길러낸다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단전(彖傳)」에서 “나무를 불속에 넣어 음식을 삶는 것이나 성인이 삶아 상제에게 제사지내며, 크게 삶아 성현을 기른다.”고 한 것은 이 점을 말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무는 손괘(巽卦)이며 불은 이괘(離卦)이다.

 

「잡괘전(雜卦傳)」에서 “혁은 옛것을 제거하는 것이고 정은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다.”고 했듯이 정괘는 새로운 성현을 기르는 방도에 대해 설명하는 괘이다.

 

정괘는 솥의 형상을 본뜬 것이다. 초육(初六)은 솥의 다리이고 2, 3, 4 세 개의 양효는 배이고, 오육(六五)는 귀이고, 상구(上九)는 솥고리이다. 6효는 물건을 삶는 과정, 즉 이목(耳目)이 총명(聰明)한 성현을 길러내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초효는 묵은 솥에 들어 있는 찌꺼기를 쏟아내는 것이고, 2효는 솥에 물건이 들어 있는 단계이고, 3효는 솥귀가 뜨거워진 변혁의 단계이며, 4효는 솥의 다리가 부러져 솥이 엎어져서 음식물이 쏟아진 위기 상황이며, 5효는 음식물이 삶아진 단계, 즉 중용의 덕을 이룬 단계이며, 상효는 솥고리로서 솥을 옮겨 가는 단계이다.

 

상효에서 “솥이 옥으로 만든 고리이니 크게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평한 것은 「상전(象傳)」에서 “강유가 절도에 맞았기 때문이다.”고 해설한 바와 같이 음양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괘에서 기르고자 하는 성현의 덕은 강, 유 어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임을 강조한 것이다.

 

4, 恒괘 ; 雷風恒

 

항(恒)은 상(常), 구(久) 등과 같은 뜻을 갖는 글자로서 ‘항구불변함’을 의미한다. 항괘는 장남을 상징하는 진괘(震卦)와 장녀를 상징하는 손괘(巽卦)로서 구성되어 성숙한 남녀, 곧 부부의 법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함괘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듯이 젊은 남녀사이에는 교감이 중심축이 된다면 부부관계에서는 일시적인 감정보다 변하지 않는 항덕(恒德)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상전(大象傳)」에서 “뇌풍(雷風)이 항괘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써서 주체성을 확립하여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바로 불변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괘상을 보면 활동성이 강한 진괘가 밖에 있고 순응의 덕을 갖는 손괘가 안에 있으니, 이것은 부부의 일반적인 역할을 상징한다. 괘사는 “항은 형통하니 허물이 없으나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로우니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이롭다”라고하여 함괘와 같이 ‘올바름’을 주장한다.

 

부부사이에는 윤리적 정당성이 무엇보다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괘사에서는 ‘형통하여 허물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 반면에 효사를 보면 6효 가운데 2효와 5효를 제외하면 대부분 흉(凶), 수(羞), 인(吝)등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정절과 아울러 중용의 덕을 지킬 때 항구불변하게 부부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5, 巽괘 ; 巽爲豊

 

손(巽)은 본래 신에게 제사드리는 모습을 그린 글자인데, 제사지낼 때 사람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음으로 ‘겸손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하나의 음효(陰爻)가 두 개의 양효(陽爻)밑에 들어가 엎드려 있는 괘상에서부터 ‘들어가다’ ‘따르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그리고 손괘는 바람을 상징하는데, 바람은 사물을 움직이므로 ‘명령’의 뜻이 있게 되었다.

 

괘사는 “손은 형통한 것이 적다. 가는 것이 이로우며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라고 되어 있는데, ‘형통한 것이 적다’라는 것은 손괘가 초육과 육사 두 개의 효를 주효로하여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라는 구절은 음효가 양효를 따르는 것처럼 유순한 성격을 가진 자는 양강(陽剛)한 대인의 지도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음양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이 점은 초효에서도 확인된다. “초효는 손괘의 가장 아래에 있는 효로서 지나치게 유순하여 결단성이 부족하다.” 이 때에는 무인과 같은 과감성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겸손은 좋은 것이지만 이것은 음적인 덕목으로서 여기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구(上九)에서 “침상아래에 들어가 있어 노자와 도끼를 잃어버렸으니 올바를지라도 훙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상구는 손괘의 극치로서 지나치게 겸손하여 양효 본래의 결단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6, 井괘 ; 水風井

 

정(井)은 우물로서 고대에 8가구가 하나의 우물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정괘는 우물의 상을 취한 것으로, 초구(初九)는 우물의 바닥이고 구이(九二), 구삼(九三)은 우물 속의 물이며, 육사(六四)는 우물의 안 쪽 벽, 구오(九五)는 길어올린 우물물, 상륙(上六)은 우물을 덮는 막이다.

 

우물은 만물의 생명을 길러주는 물, 즉 생명수의 무한한 원천이다. 정괘의 우물은 47번째 괘인 곤괘(困卦)에서 돌뿌리에 넘어지고 가시덩쿨에 살이 찢긴 자가 마실 생명수를 말하는 것이며, 이 생명수는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길러주는 진리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괘상은 나무를 상징하는 손괘 위에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우물속으로 나무로 만든 두레박을 넣어 물을 길러올리는 모습을 표상한 것이다.

 

괘사에 “정은 마을은 옮길 수 있으나 우물은 옮길 수 없다. 물의 증감이 없어 왕래하는 자가 우물을 사용하니, 거의 이르러도 우물물에 닿지 못하여 병을 깨면 흉하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옮겨 갈 수 없는 우물의 소중함과 우물물은 위로 길러 올려야 비로소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일을 끝까지 해서 완성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6효는 우물 바닦의 진흙을 쳐내고 벽을 수리하고 난 다음에 두레박으로 길어올려 차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과정을 표상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상육에서 “우물을 긷고 막을 덮지 말 것이니 믿음이 있어 크게 길할 것이다”라고 한 바와 같이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함을 정괘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7, 蠱괘 ; 山風蠱

 

‘고(蠱)’는 ‘명(皿 : 그릇)’과 ‘충(蟲 : 벌레)’의 합성어로서, 그릇이 오래되어 벌래가 생겨난 것을 뜻하는데, 여기에서 ‘무너지다’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고(蠱)’는 ‘고(故 : 일)’와 음이 같기 때문에 ‘일’이라는 뜻도 있다. 고괘는 양괘(陽卦)인 간(艮)이 위에 있고 음괘(陰卦)인 손(巽)이 아래에 있으며, 상효(上爻)가 양이고 초효(初爻)가 음으로서 양과 음이 각각 상하에 위치하고 있다.

 

양기(陽氣)는 위로 올라가고 음기(陰氣)는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두 기운이 단절되어 교감하지 못함으로 괴란(壞亂 : 무너져 어지러움)하게 된다. 또한 바람(巽)이 불어가다가 산(艮)에 막혀 회오리치면 초목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꺾인다. 이것이 ‘고(蠱)’라고 명명된 이유이다.

 

이와 함께 손(巽) 장녀(長女)가 간(艮) 소남(少男) 아래에 와서 유혹하는 상(象)이므로 ‘고(蠱)’는 ‘미혹한다’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괘사를 보면 “고는 크게 형통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갑(甲)보다 삼일을 먼저하고 갑보다 삼일을 뒤에 한다.”고 하여 ‘크게 형통하다’고 평가한 것은 고괘에 괴란을 극복하는 방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무엇보다도 「단전(彖傳)」에서 “ ‘갑보다 삼일을 먼저하고 갑보다 삼일을 뒤에 한다.’는 것은 ‘종즉유시(終則有始)’가 천도의 운행인 것이다.”고 했듯이 종말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모태라는 순환적 발전 원리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라는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낳는다는 유교의 역사 의식이 성립된다. 이러한 역사 의식을 초육(初六)에서 “아버지의 일을 주간(主幹)하는 것이다.

 

자식이 있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허물이 없을 것이니 위태롭게 여겨 삼가서 일을 해야 마침내 길할 것이다.”고 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종즉유시’라는 고괘의 논리는 괴란의 상황에 처했을 때 절망하지 않고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하는 정신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8, 升괘 ; 地風升

 

승(升)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승(昇)과 통용되는 문자로서 ‘위로 올라간다’는 뜻을 갖는다. 승괘는 곤괘(坤卦)와 손괘(巽卦)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곤괘는 ‘땅’, 손괘는 ‘나무’를 상징한다.

 

이것은 「대상전(大象傳)」에서 “나무가 땅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승괘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받아 덕을 삼가 작은 것을 쌓아 높고 크게 한다.”고 했듯이, 나무가 땅 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하는 모습으로서 ‘상승(上昇)’을 상징한다.

 

괘사에서는 “승은 크게 형통하니 대인을 보되 근심하지 말고 남쪽으로 가면 길할 것이다.”고 하여 유순한 육오(六五)는 강건하면서도 중용의 덕을 갖춘 구이(九二)의 대인을 따라 이상향인 양명(陽明)한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승괘는 강한 상승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올라갈 위험이 있다. 승괘에서 대부분의 효사가 길(吉), 이(利)등으로 평가되는데 반해, 구삼(九三)은 “빈읍으로 올라간다.”고 한 것은 자나치게 강한 성격으로 중용의 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음의 성격이 지나치게 강하고 역시 중용의 덕이 없는 육사(六四)는 “왕이 기산(岐山)에서 제사를 지내니 길해 허물이 없다.”고 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상승욕이 극치에 달한 상육(上六)에 대해 “올라가는 데에 눈이 어둡다.”고 말한 것은 상승의 단계가 끝나면 물러가야 한다는 음양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효이기 때문에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돌려 쉬임없이 정정(貞正)한 덕을 닦는 데에 매진할 수 있음으로 “올바름을 쉼 없이 지키는 것이 이롭다”고 말한 것이다.

 



 

水괘해설

 

1, 訟괘 ; 天水訟

 

송(訟)은 언(言)과 공(公)의 합성어로서, 공공의 장소에서 말로 시비곡직을 가린다는 뜻을 갖는 문자이다. 여기에서부터 ‘다투다(爭)’, 송사(訟事) 등의 뜻이 파생되었다.

 

괘상은 하늘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는 모습인데, 하늘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이것은 의견이 서로 반대가 됨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대상전(大象傳)」에서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행하는 것이 송괘이니, 군자는 송괘의 괘상을 본받아 써서 송사를 함에 있어서 시작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한다”라고 말한 한 것이다.

 

또한 강건한 건괘와 험난한 감괘가 만났기 때문에 재변(爭辯)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사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지만, 막혀서 통할 수가 없으니 두려워하여 적당한 선에서 중지하면 길하고 끝까지 하면 흉하다.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고 대천을 건너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라고 괘사는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송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유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송사의 첫 단계인 초효는 “송사를 오래하지 않으면 조금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라고하여 길한 것으로 규정되지만, 끝까지 송사를 밀고나간 상효는 “혹(송사를 하여) 관직을 하사 받을지라도 조회가 마치는 동안 세 번 빼앗기리라”라고하여 비판 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송사를 할 경우에는 진실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5효와 같이 강건하고 공평무사한 심판관을 만나야 함을 송괘는 강조하고 있다.

 

 

2, 困괘 ; 澤水困

 

‘곤(困)’은 ‘목(木)’이 ‘囗’안에 갇혀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을 그린 문자로서 ‘곤궁(困窮)’하다는 뜻이다. 괘상을 보면 연못 아래에 물이 있는데, 이것은 밑으로 물이 새서 연못이 고갈되어 매우 곤궁한 모습이다.

 

또한 외괘에서는 상육(上六)이 구오(九五) 구사(九四) 두 개의 양효를 덮고 있고, 내괘에서는 구이(九二)가 초육(初六) 육삼(六三) 두 개의 음효 사이에 빠져서 가리워진 상태다. 이것은 군자가 소인에 의해 엄폐된 곤궁한 상황을 상징적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괘사에서는 “곤은 형통하다. 올바른 대인(大人)이라야 길하고 허물이 없다. 말을 하면 불신을 받을 것이다.”고 하여 ‘형통하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전(彖傳)」에서 “험난하지만 기뻐서, 곤궁하되 그 형통한 바를 잃어버리지 않으니 오직 군자뿐이다.”고 말한다. 즉 험난한 상태에 처해 몸은 곤궁하지만, 목숨을 바쳐서 중용의 바른 덕을 지키는 군자는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발판으로 삼아 이를 극복해 자신의 뜻을 이룬다. 그러나 소인이 곤궁한 데에 처하면 말을 꾸미고 변명을 일삼기 때문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계사전」에서 “곤은 궁하나 형통하다.”고 설명한 것처럼 곤괘는 곤궁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도를 말하고 있는 괘이다. 그 방법은 “구이(九二)는 술과 음식에 곤궁하나 주불(朱紱)을 한 천자가 올 것이니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이롭다. 가면 흉하지만 허물은 없을 것이다.”고 제시된다.

 

또한 “구오(九五) 발꿈치가 베이는 형벌을 받으니 적불(赤紱)을 한 신하에게 곤궁하지만 서서히 기쁨이 있을 것이니 제사를 드는 것이 이롭다.”고 해서 제사를 드리는 마음, 즉 거짓 없고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잘못을 진실로 참회하는 것이다.

 

3, 未濟괘 ; 火水未濟

 

미제(未濟)는 괘사에서 “작은 여우가 거의 물을 건너가다가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것이 없다.”고 했듯이 ‘아직 물을 건너가지 못했다’라는 의미로 일이 성취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연원 및 변천

 

미제괘는 위에 있는 불은 타오르고, 아래에 있는 물은 흘러내려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어긋난 모습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지 못하는 비괘(否卦)와 유사한 구조이다. 물과 불이 만나지 못하면 음식물을 조리해 완성할 수가 없다.

 

또한, 미제괘는 기제괘와 반대로 64괘 중 유일하게 6효 전체가 정(正)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부터 미제 즉 ‘미완성’의 의미가 도출된 것이다. 그러나 내괘와 외괘의 6효가 모두 정응(正應)의 관계에 있어 ‘물을 건너가는’ 원리를 내포한다. 기제괘와 반대로 6개의 효사가 긍정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용

 

기제괘가 초길종란(初吉終亂)이라면, 미제괘는 초란종란(初亂終亂)이라고 할 수 있다. 초육(初六)에서 “그 꼬리를 적시니 인(吝)할 것이다.”고 말한 것은 어린 여우가 강물의 깊이와 넓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물에 빠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구이(九二)는 “그 수레바퀴를 끌어당기니 올바르다. 길할 것이다.”고 하여 강한 운동성을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초효와 2효의 효사는 감괘가 상징하는 험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상구(上九)에서는 “진실함이 있고 술을 마시니 허물이 없다. 그러나 머리를 적시면 진실함이 있어도 올바름을 잃어버릴 것이다.”고 하여 완성의 단계에 가서 방심하고 방종한다면 일을 그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제괘에 내함된 ‘물을 건너가는 방도’인 것이다.

 

『주역』 64괘가 미완성을 뜻하는 미제괘로 끝나는 것은, 세계는 무한하게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는 역리(易理)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즉 ‘종즉유시(終則有始: 마치면 다시 시작한다)’의 원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解괘 ; 雷水解

 

해(解)는 본래 ‘칼로 소의 뿔을 잘라 반으로 나눈다’라는 뜻을 갖는 글자인데, 여기에서부터 ‘흩어지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괘상은 우뢰[震卦] 아래에 물[坎卦]이 있는 형상인데, 우뢰는 강한 운동성을 상징하고 물은 험난함을 상징함으로, 해괘는 강한 운동력으로 험난함에서부터 벗어남을 의미한다.

 

또한 감괘는 비를 상징함으로 「단전(彖傳)」에서 “천지사이에 막혀 있던 기운이 풀려 우뢰가 일어나고 비가 내린다”라고 한 바와 같이 음양이 조화되어 갈등이 해소 됨을 상징한다. 즉 해괘는 건괘(蹇卦)의 험난함이 해소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괘사에서는 “평탄한 서남쪽으로 가는 것이 이롭다. 해소시켜야 할 난관이 없다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고, 아직 난관이 남아 있다면 빨리 해결하는 것이 길하다”라고 말한다.

 

‘아직 남아 있는 난관’을 해소 하기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사로운 붕당의식으로 부터의 해방이다.

 

구사효(九四爻)에서 “너의 발가락을 풀어 제거하면 벗이 와서 믿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육오효(六五爻)에서 “군자가 사사로운 동류의식을 풀어 제거하면 길하니 소인에게서 증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모두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새매로 상징되는 패역(悖逆)한 소인을 제거하여 천하를 화평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5, 渙괘 ; 風水渙

 

괘상으로 보면 환괘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물이 바람에 날려서 흩어지는 모습이므로 인심이 이산(離散)된다는 의미가 된다. 둘째는 감괘(坎卦)가 험난함을 상징하므로 환괘는 험난함이 해소됨을 뜻하기도 한다. 즉, 환괘는 이산된 인심을 수습하는 방도, 또는 험난함을 극복하는 방도에 관해 말하는 괘라고 할 수 있다.

 

괘사에 “환은 형통하니 왕이 종묘에 이르며,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 바름을 지켜야 이롭다.”에서 ‘왕이 종묘에 이른다.’는 말은 전자의 경우이고,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말은 후자의 경우이다. 효사를 예로 들면 “구이는 흩어질 때에 평상으로 달려가니 후회가 없어질 것이다.”가 전자이고, “상구는 그 피를 흩어서 떠나가며 근심에서 벗어나니 허물이 없다.”가 후자이다.

 

흩어진 인심을 한곳으로 모으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종묘를 세우고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괘사에서 ‘왕이 종묘에 이른다.’고 하고, 「대상(大象)」에서 “바람이 물위에 불어오는 것이 환괘이니, 선왕이 (괘상을) 본받아서 상제에게 제사 드리고 종묘를 세운다.”고 한 것이 그 방법을 말한 것이다. 종묘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은 자신의 근본에 대한 보답으로 성경(誠敬)을 다해 의례(儀禮)를 집행할 때 그 본심이 회복되어 이산된 마음을 다시 모을 수가 있는 것이다.

 

동시에 환괘에는 ‘흩어지게 함으로써 모은다.’고 하는 역설적인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육삼은 그 몸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니 후회가 없어질 것이다.”고 한 것은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과 욕망을 버림으로서 흩어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육사는 그 무리를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크게 길할 것이니 흩어짐에 언덕처럼 모인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효사는 사사로운 붕당을 해산시킬 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 환괘와 췌괘는 상함(相含)되어 있다는 역의 음양대대적(陰陽對待的)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6, 坎괘 ; 坎爲水

 

감괘는 팔괘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두 개 겹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감(坎)은 본래 ‘구덩이’를 의미하는데, 괘상을 보면 양효가 음효 사이에 빠져 있는 형상이므로 ‘빠지다(陷)’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험난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감괘가 중첩되어 있으므로 이 괘는 험난함이 중첩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상징한다. 3효에서 “오며 가며 빠지고 빠져 험난하여...”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괘사에서 “습감(習坎)은 믿음(孚)이 있어 오직 마음으로 형통하니 진실한 믿음의 마음가짐으로 행한다면 가서 공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험난한 상황이 중첩되어 있으나, 내적인 진실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즉 감괘는 험난함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4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효사를 보면 “한동이의 술과 한그릇의 밥에다가 질그릇을 쓰고 창문으로부터 간략하게 드리는 것이니 마침내 허물이 없으리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동이의 술과 한그릇의 밥’은 검소함을 상징하고 질그릇은 꾸밈없는 진실함을 상징한다. 검소함과 진실함이야말로 험난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도인 것이다.

 

7, 蒙괘 ; 山水蒙

 

몽(蒙)은 무성하게 자란 풀에 의하여 덮혀 있는 모습을 뜻하는 글자인데, 여기에서 ‘어둡다(昧)’라는 의미가 파생되었으며, 사물이 태어나 아직 어릴 때는 몽매하기 때문에 ‘어리다(稚)’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 괘는 몽매한 어린아이를 교육시켜 계몽하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는 괘이다. 이이(李珥)의 아동 교육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은 몽괘 상효(上爻)의 효사 “몽매함을 깨는 것이니, 도적이 되는 것은 이롭지 못하고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롭다”에서 따온 것이다.

 

괘상을 보면 산 아래에 험난함이 있어, 갈곳을 찾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는 형상이다. 그러나 괘사에서 “몽은 형통하니 내가 동몽를 구하는 것이 아니요 동몽이 나를 구하는 것이니, 처음 점을 치면 알려주고 두 번 세 번 점을 치면 모독하는 것이다. 모독하면 알려주지 않으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하였듯이 ‘형통하다’라고 평한 것은 몽괘에 발몽(發蒙), 격몽(擊蒙)의 원리와 방법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5효인 동몽(피교육자)이 발몽의 주체(교육자)인 2효에게 적극적인 자세와 정성된 마음으로 가르침을 구하고, 2효는 엄격한 교형(敎刑)과 포용력으로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교육자의 능동적인 의지와 진실한 마음가짐임을 몽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8, 師괘 ; 地水師

 

사(師)는 ‘퇴(0x979e : 작은 언덕)’와 잡(帀 : 두루다)의 합성어로서, ‘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를 나타내는 문자인데, 여기에서부터 군사(軍師: 중국고대의 군제(軍制)에 의하면 2,500명을 사(師)라고 한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사괘는 1개의 양효와 5개의 음효로서 구성되어 있다. 유일한 양효인 2효는 강건한 힘과 중용의 덕을 겸비한 장수를 상징하고, 음효들은 장수의 지휘에 순종하는 병사의 무리를 상징한다.또한 괘상이 땅속에 물이 모여들어 고인 모습이므로 모여 있는 무리,즉 군중을 상징한다.

 

괘사는 “사는 올바르고 장인(丈人)이라야 길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고하여 ‘올바름(貞)’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전쟁에 있어서 무엇보다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초효에서 “법률에 의하여 군사를 출동시켜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이겨도 흉할 것이다”라고하여 법을 내세운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장인’이란 장노(長老)를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군주의 신임을 받아 군사를 통솔하는 노련한 장수인 2효를 가리킨다.

 

5효에서 “맏아들이 군사를 통솔해야 하니, 작은 아들들이 주관하면 올바를지라도 흉하리라”라고 한 바와 같이 전쟁에서의 승리는 정당한 지휘권과 중용의 덕을 갖춘 장수가 아니면 불가능함을 사괘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山괘해설

 

1, 遯괘 ; 天山遯

 

육십사괘 중 건괘(乾卦:)와 간괘(艮卦:)가 겹쳐서 의 형상을 이루는 괘를 말한다.

하늘 아래에 산이 있음을 상징한다. 은둔을 뜻하는 괘로서,

군자(君子)가 그 지위에서 물러나 세상을 피해서 산다는 뜻이 있다.

군자는 은퇴하여 형통하고 소인은 바른 길을 지켜서 이익을 보는 달이다.

 

2, 咸괘 ; 澤山咸

 

하편의 첫 번째 괘이다. ‘함(咸)’은 일반적으로 ‘모두’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나, 고대에 ‘감(感)’과 통용된 문자로서 『주역』에서는 ‘감응(感應)’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함괘는 소녀(少女)인 태괘(兌卦)와 소남(少男)인 간괘(艮卦)로서 구성되어 있으며 6효가 모두 정응(正應) 관계로서, 젊은 남녀사이의 강렬한 교감(交感)을 상징한다. 대표적인 혼인괘(婚姻卦)이다.

 

또한 「설괘전(說卦傳)」에서 “산과 연못은 기(氣)를 통한다.”고 말한 바와 같이 두 기운이 서로 감통하는 괘상을 보여준다. 함괘의 6효는 인체에서 상징을 취해 감응이 점차적으로 깊어지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초효는 엄지발가락, 2효는 장딴지, 3효는 넙적다리, 4효는 심장, 5효는 등, 상효는 뺨과 혀를 상징한다.

 

그런데 괘사에서 “함은 형통하다.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우니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고 하여 ‘형통하고 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올바름(貞)’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남녀는 서로 감응되기 쉽고, 또한 그래야만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감응함에 만물이 변화 생성된다.”고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가 있다. 이것이 『주역』 상편이 천지를 상징하는 건곤괘로 시작하는 것에 대응해 하편이 남녀관계를 상징하는 함항괘로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녀는 부정한 관계로 발전할 위험성이 농후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효인 4효에서 “올바르면 길해서 후회함이 없어질 것이니, 부단하게 왕래하면 벗만이 너의 생각을 따를 것이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3, 旅괘 ; 火山旅

 

여(旅)는 ‘나그네’ㆍ‘여행’을 의미하는 글자다. 괘상을 보면 산은 아래에서 정지되어 있고 불은 위에서 타오르는 모습인데, 이것은 정지되어 있는 고정된 장소에서부터 떠나감을 뜻한다.

 

또한 산은 여관, 불은 나그네를 상징하기도 한다.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 사회에서 여행은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다. 여괘는 힘들고 위험한 여행길에서 나그네가 취할 방도에 관하여 말하는 괘이다. 여괘의 6효에서 양효는 모두 부정하며 좋지 못한 반면에 음효는 초효를 제외하면 중정 또는 중을 얻었고 좋다.

 

그 이유는 객지를 떠도는 나그네에게 무엇보다 유순하고 겸허한 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육이는 “나그네가 여관에서 노자를 가지고 정직한 동복(童僕)을 얻었다”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은 유순한 성품으로 겸하(謙下)하는 태도를 지녔기 때문에 여행의 최고 조건을 얻은 것이다.

 

반면에 지나치게 강한 구삼(九三)은 육이(六二)와 반대로 “여관을 태우고 동복을 잃어버렸으니 올바를 지라도 위태롭다”. 특히 상구(上九)는 “새가 그 둥우리를 태우고 나그네가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울부짖는다. 경솔하게 소를 잃어버렸으니 흉하다”라고하여 항극한 상효(上爻)는 처음에는 남보다 윗자리에 거하여 기뻐하지만 유순, 겸허한 덕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4, 小過괘 ; 雷山小過

 

과(過)는 ‘지나쳤다’는 뜻으로, ‘소과’는 ‘사소한 일이 지나쳤다’ 또는 ‘약간 지나쳤다’는 의미이다. 유학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중용(中庸)이라고 하는데, 이것보다 지나치거나 모자란 것을 잘못으로 본다. 따라서 ‘과’는 ‘허물’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괘상으로 보면 음효가 4개이고 양효가 2개이다.

 

내용

 

『주역』에서 소(小)는 음을 의미하므로 소과는 음효가 양효보다 많다는 것으로 대과(大過)와 반대가 되는 괘이다. 또한 양효 두 개가 가운데에 있고, 음효가 상하에 두 개씩 있어서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새는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힘이 들고 아래로 내려와야 안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을 규범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사치하고 오만한 양강(陽剛)한 행위와 지나치게 겸손하고 검소한 음유(陰柔)한 행위는 모두 중용을 잃어버린 것이지만, 공자가 “예(禮)는 사치스러운 것보다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다.”고 했듯이 지나친 겸손, 검소한 행위, 즉 ‘소과’한 행위가 올바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괘사에서 “소과는 형통하니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작은 일은 해도 되지만 큰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나르는 새가 소리는 남김에 올라가는 것은 옳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마땅하니 내려가면 크게 길할 것이다.”고 하여 아래로 내려가야 길하다고 한 것은 이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용이 최선이지만 때로는 이것을 벗어나 지나친 것이 올바른 경우가 있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산위에 우뢰가 있는 것이 소과이니, 군자가(이것을) 본받아 행위에는 공손함에 지나치고 장례에는 슬픔에 지나치고 재물을 쓰는 것은 검소한 데에 지나친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여름에는 옷을 얇게 입고 겨울에는 두껍게 입는 것이 시중(時中)이다. 효사를 예로 들면 구삼은 ‘과강불중(過剛不中: 지나치게 강하고 중이 아님)’해 모든 음의 공격 대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강함만을 믿고 방비를 과하게 하지를 낳아 해를 당한다. 이런 경우는 정도에 지나치다고 여겨질만큼 철저히 방비를 하는 것이 올바르다. 지나치게 하는 것이 마땅할 때는 지나치게 하는 것이 중용인 것이다.

 

 

5, 漸괘 ; 風山漸

 

점(漸)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뜻이다. 괘상은 간괘(산)가 아래에 있고 손괘(나무)가 위에 있어서, 산위에 있는 나무가 해마다 서서히 자라나는 모습을 상징한다.

 

점괘는 괘사에서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규정한 바와같이 혼례를 중심으로 예법에 관하여 설명하는 괘이다. 중국고대에 있어서 납체(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이라는 6단계의 예를 거쳐야 정실부인이 되었다.

 

이러한 예법을 지킬 때, 「대상전(大象傳)」에서 “산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괘이니, 군자가 (괘상을 본받아) 써서 현덕(賢德)에 거하며 풍속을 선하게 한다”라고 한 바와 같이 풍속을 선하게 바꿀 수 있다.

 

점괘의 6효는 일정한 과정을 서두르지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초효는 기러기가 물가로 서서히 날아 가는 것이며, 2효는 반석으로, 3효는 육지로, 4효는 나무위로, 5효는 높은 언덕으로, 상효는 구름길로 날아가는 모습이다.

 

간괘의 6효는 대부분 길(吉) 또는 무구(无咎) 등의 점사로 규정하는데, 유독 3효는 “남편이 가면 돌아오지 못하고 아내가 잉태하면 기르지 못하여 흉하니 도둑을 막아야 한다”라고하여 흉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구삼(九三)의 배필은 육이(六二)인데, 구삼이 양강(陽剛)하여 위에 있는 육사(六四)와 혼인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사는 정실부인이 아니므로 ‘잉태해도 양육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6, 蹇卦 ; 水山蹇

 

건(蹇)은 본래 ‘발을 절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부터 ‘어렵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괘상은 물아래 산이 있는 형상인데, 여기에서 산은 높은 장애물을 상징하고 물은 험난함을 상징한다.

 

즉 높은 산과 깊은 물에 가로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간괘(艮卦)는 ‘정지’를 뜻하기 때문에 「단전(彖傳)」에서 “험난함을 보고 능히 멈출 수가 있으니 지혜로운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와 같이 험난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 말해 주는 괘이기도 하다.

 

괘사에서 “평탄한 서남쪽으로 가면 이롭고 험난한 동북쪽으로 가면 이롭지 못하다.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로우니 올바르면 길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바로 험난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건괘에서 제시한 험난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도는 무엇보다도 ‘멈추다’, ‘오다’등과 같은 음적인 행위이다. 초효와 상효에서 “가면 어렵고 오면 칭찬받을 것이다.”, “가면 어렵고 오면 큰 공을 세울 것이다”라고 경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음양이 연대이다.

 

육사(六四)는 비효(比爻)인 구삼(九三)과 힘을 합하고, 구오(九五)는 응효(應爻)인 육이(六二)의 도움을 받을 때 큰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수양임을 「대상전(大象傳)」은 강조한다.

 

“산아래에 물이 있는 것이 건괘이니 군자는 건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자신에게 돌이켜 덕을 닦는다.” 외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은 자신의 내적인 도덕성에 있음을 건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7, 艮괘 ; 艮爲山

 

복희팔괘(伏羲八卦)·문왕팔괘(文王八卦) 중의 하나에 속한다. 괘상(卦象)은 ☶과 □인데, 앞의 것은 복희팔괘·문왕팔괘에서의 상이며, 뒤의 것은 64괘에서의 상이다.

 

내용

 

간괘는 문왕팔괘방위지도(文王八卦方位之圖)에 의하면 동북방에 위치하며 괘사(卦辭)·효사(爻辭)·단전(彖傳)·상전(象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 등에 의해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간괘는 그 방위와 의미에 의해 한국 사상에서 독특하게 해석된다.

 

정몽주(鄭夢周)는 “자세히 간괘 6획을 보니 『화엄경』을 읽은 것보다 좋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간괘의 괘사와 단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송대(宋代)의 역학가들은 괘사와 단사를 망아(忘我)·무아(無我)·무욕(無欲)·시중(時中) 등의 유가(儒家)의 도덕 실천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정몽주의 시는 유가와 불가가 대립하던 고려 말기의 상황에서 그가 송학(宋學)을 수용하고 송대의 역학가들의 해석에 입각해 유가의 학문이 불가를 능가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술회한 것으로 이해된다.

 

승려인 득통(得通)은 『현정론(顯正論)』에서 “역에 이르기를 ‘무아·무인이면 무슨 허물[咎]이 있겠는가?’라고 했으며, 부처도 말하기를 ‘무아·무인으로 일체의 선법(善法)을 닦으면 보리(菩提)를 얻으리라.’고 했으니, 이것은 성인(聖人)이 시대를 달리했어도 그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간괘에 대한 송학적 해석에 입각하여 유가와 불가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조선조의 유학자들의 간괘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송학의 역설(易說)을 그대로 답습했는데, 그 틀을 벗어난 학자로 정약용(丁若鏞)을 들 수 있다. 정약용은 실학·고증학의 학풍에 의거하여 송대 이전의 역학설과 방법론에 의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는 서괘전·잡괘전에 의거해 간을 그침[止]의 의미로 파악했다. 간괘의 모양[象]이 형성되는 과정과 상(象) 자체(自體), 그리고 설괘전의 간괘에 대한 설명 등에 의거해 간의 의미가 그침이 되는 이유를 밝히고, 괘사나 단사·효사 등 사(辭)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아(爾雅)』 등 고전을 통해 글자나 단어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고 한대(漢代)의 역학을 수용하여, 특히 괘변(卦變)·지괘(之卦)의 설에 의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정약용은 간괘 단사의 의미를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은둔하는 군자로 해석했는데, 이것은 송유의 해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간괘와 관련하여 조선조 후반기에 발생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사상으로 후천사상(後天思想)을 들 수 있다. 즉, 문왕팔괘와 낙서(洛書)를 선천으로 보고, 이 선천의 시대가 지나 장차 후천시대가 도래하며, 그 시대의 주역이 한민족이라는 사상이다.

 

설괘전에 “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시작함에 간이 가장 왕성하다.”, “간에서 말을 이룬다.”, “간은 동북의 괘이다.” 등의 말이 보이는데, 우리나라가 동북방에 위치하므로 곧 간방(艮方)이라고 본다. 그리고 간방은 만물을 마치고 시작하는 곳이므로 선천시대가 끝나고 후천시대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사상은 복희팔괘·문왕팔괘·하도(河圖)·낙서와 『주역』의 십익(十翼)에 대한 독특한 해석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는, 『정감록』·『격암유록』 등의 비결과 관련하여 마치 불교에서 미륵불의 이상세계의 도래를 신앙하는 것과 유사한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사상은 역학에 대한 진지한 연구의 성과로 발표되기도 하였고, 단지 민중을 현혹하는 사이비 종교에 의해 이용되기도 하였다. 역학의 차원에서 발표된 것으로는 조선조 말기에 이루어진 김항(金恒)의 『정역(正易)』이 있으며, 조선조 말기에서 일제 강점기에 특히 사이비 종교에 의해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 사상은 지금도 역학의 차원과 종교의 차원에서 저서·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일부의 종교 집단에 의해 원용되고 있기도 하므로 역학가의 진지한 연구가 기대된다.

 

 

8, 謙괘 ; 地山謙

 

이 괘는 낮은 땅 아래에 높은 산이 있는 형상으로, 자신을 굽혀서 낮은 자보다 더욱 낮추는 겸하의 상이다.

 

연원 및 변천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겸(謙)은 경(敬)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은 본래 절대자에 대한 경외심을 뜻하는데, 절대자 앞에 섰을 때 인간은 자만심을 버리고 겸하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겸과 경은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내용

 

유일한 양효인 구삼(九三)이 내괘에 있는 것은 지고한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온 것이며, 땅이 산보다 위에 있는 것은 골짜기가 높은 언덕이 되듯이 자신을 낮추는 자가 오히려 높임을 받는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황을 「단전(彖傳)」에서 “천도(天道)는 아래로 내려와 교합하고, 지도(地道)는 낮아서 위로 올라간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천도는 가득 찬 것을 이지러뜨리고 겸손한 것을 보태어 주며 지도(地道)는 가득 찬 것을 변화시켜 겸손한 곳으로 흐르며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자에게 복을 주며 인도(人道)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듯이 가진 자의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자에게 보태어 줌으로서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의 도덕 원리인 것이다.

 

자신을 비워서 낮추는 겸괘는 6효 가운데 내괘 3효는 길(吉), 외괘 3효는 이(利)로서 부정적 평가가 전혀 없는 유일한 괘이다. 특히 “구삼(九三)은 공로가 있고 겸손하니 군자가 종결짓는 것이 있어 길하리라.”라고 했듯이 공로가 있으나 이것을 자랑하지 않고 더욱 자신을 낮출 때 모든 사람들이 감복하게 된다.

 

그러나 겸에만 치우칠 경우에는 균형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육오(六五)에서 “부유하지 않고 그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다. 침벌(侵伐)하는 것이 이로우니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여 겸덕(謙德)으로서 감복시킬 수 없을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겸손의 극치인 상육(上六)의 단계에 오면 “겸손하다고 인정받는 것이니 군대를 동원해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를 정벌해야 한다.”라고 하여 무력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극복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주장한다. 나는 겸손한 사람이라는 의식까지 버려야 진실한 의미의 ‘겸’이 가능한 것이다.

 



 

地괘해설

 

1, 否괘 ; 天地否

 

비(否)는 불(不)과 같은 자로서, 본래는 ‘새가 위로 날아가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라는 뜻으로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문자인데, 비괘에서는 ‘막힌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음은 ‘비’이다.

 

괘상은 하늘 아래에 땅이 있는 형상으로, 가벼운 천기는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지기는 아래로 내려와 두 기운이 교합, 소통되지 못하여 막혀 있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을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교합하지 못하여 만물이 소통되지 못하며 상하가 교합하지 못하여 천하가 무정부 상태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순양괘인 건괘가 외괘이고 순음인 곤괘가 내괘이기 때문에(양은 군자이고 음은 소인이므로) 소인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고 군자의 세력은 축소되는 상황이 된다. 괘사에서 “비는 사람이 아니니, 군자가 올바름을 지키기에는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올 것이다”라고 하였고, 「단전」이 “소인이 안에 있고 군자가 밖에 있으니, 소인의 도가 성장하고 군자의 도가 소멸된다”라고 해석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11번째 괘인 태괘(泰卦)와 정반대이다. 그러나 일음일양(一陰一陽)의 원리에 의하여 비색한 상황은 중반을 넘어서면 차츰 태통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5효는 ‘비색함이 그치는 단계’이고 마직막효에 이르면 “상구는 비색함이 기울어지니, 앞에서는 비색하지만 뒤에는 기쁨이 올 것이다” 라고하여 극즉반(極則反)의 역리(易理)를 보여주고 있다.

 

2, 萃괘 ; 澤地萃

 

췌(萃)는 풀들이 무리를 지어 무성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뜻하는 글자인데, 여기에서 모으다[聚]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괘상을 보면, 땅위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이며, 또한 두 개의 양효를 중심으로 네 개의 음효가 집중되어 있는 모습이다.

 

췌괘는 인심을 모으는 방법에 관하여 말해주는 괘로서, 59번째 괘인 환괘(渙卦)와 상반되는 괘이다. 인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방법은 괘사에서 “왕이 종묘에 이르러 제사를 드린다.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로우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커다란 희생을 바치는 것이 길하고, 가는 것이 이롭다.”라고 한 바와 같이 종묘를 건립하고 정성을 다하여 효향(孝享)을 극진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종묘는 조상의 영혼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제사지낼 때, 사람들은 한 조상을 둔 후손임을 확인하고 혈연적 일체감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훌륭한 지도자가 정당한 이념과 방법으로 통치할 때에 인심이 통일될 수 있음을 괘사는 주장한다.

 

3, 晉괘 ; 火地晉

 

진(晉)은 일(日)과 지지(至至:이르다)의 합성어로서 ‘해가 떠올라 (햇빛을 받고) 만물이 성장해 나간다’는 뜻을 갖는 문자인데, 여기에서부터 ‘나아간다(進)’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괘상은 불을 상징하는 이괘가 위에 있고,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아래에 있어서 해가 땅에서부터 밝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밝은 태양이 지상에서 떠오르는 것이 진이니 군자가 (진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스스로 밝은 덕을 밝힌다.”고 한 것은 밝음의 이미를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진괘에는 ‘나아감’과 아울러 ‘밝음’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역』에서 ‘나아감’에 대한 괘에는 진괘외에 승괘(升卦)와 점괘(漸卦)가 있는데 이 괘들은 진괘보다는 의미가 약하다.

 

괘사는 “강후(康候)가 천자로 부터 많은 말을 하사받고 하루에 3번 천자를 접견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제후로서 최고의 위치에 까지 오른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괘는 2개의 양효와 4개의 음효로서 구성되었는데, 음효들은 ‘길(吉)(초효 2효)’, ‘회망(悔亡)(3효)’, ‘길무불이(吉无不利)(5효)’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양효들은 “다람쥐처럼 나아가니 바를지라도 위태롭다.”(4효), “그 뿔에 나아가는 것이니, 읍을 정벌하면 위태로우나 길하고 허물이 없으나, 바를지라도 인(吝)할 것이다.”고 하여 부정적으로 평가되어 있다. 이것은 앞으로 나갈 때에 성급하고 과격해지기 쉬운 경향을 경계한 것이다.

 

「단전(彖傳)」에서 “밝은 태양이 지상에서 떠올라 순응하여 크게 밝은 데에 걸리고 부드러운 것이 나아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고 했듯이 진보에는 유순한 덕이 요구되는 것이다.

 

 

4, 豫괘 ; 雷地豫

 

‘예(豫)’는 본래 ‘큰 코끼리’를 뜻한다. 큰 것은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하므로 ‘예비하다’는 뜻으로 발전되었으며, 예비해 여유가 있으면 즐겁기 때문에 ‘즐겁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예괘는 즐거움에 처하는 방도에 관해 말하는 괘이다.

 

예괘는 구사(九四) 하나의 양효와 5개의 음효로 구성되었다. 구사는 강한 운동성을 상징하는 진괘(震卦)의 주효(主爻)로서 상하 5개의 음효가 여기에 감응해 즐거워한다. 또한 아래는 땅이고 위는 우뢰로서 겨울 동안 땅속에 뭉쳐있던 양기가 초봄에 땅위로 분출되면서 ‘통창화예(通暢和豫)’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땅은 ‘순(順)’하고 우뢰는 ‘동(動)’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운동함으로 일월과 사계절의 변화가 어긋나지 않듯이 성인이 이 법에 순응해 움직임으로 형벌이 맑아서 백성들이 열복(悅服)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괘사에서 “예는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출동시키는 것이 이롭다.”고 말한 것은 제후가 이 법에 순응해 다스릴 때에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따르게 된다는 유교의 정치사상을 말해 준 것이다.

 

인간이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면 쾌락에 탐닉하기 쉽다. 예괘의 6효사는 대부분 이 점을 경고한다. 초육(初六)은 구사(九四)의 총애를 받아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내기 때문에 흉하다.

 

육삼(六三)은 구사(九四)와 음양 관계로서 부정한 위치에서 쾌락에 빠지기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 육오(六五)도 구사(九四)와 음양 관계이면서 음효가 양효를 타고 있다. 쾌락에 탐닉해 고질병이 걸려 있는 상태다.

 

상육(上六)은 열낙(悅樂)의 극치로서 즐거움에 눈이 어두어졌으나 극한에 도달했기 때문에 크게 변화해 욕구를 절제하고 행동을 삼가기 때문에 허물이 없게 된다.

 

“육이(六二)는 절개가 돌처럼 굳으니 날을 마치지 않으니 올바르기 때문에 길하다.”고 했듯이 중정(中正)한 덕을 갖고 자신을 굳건히 지켜나갈 때 쾌락의 유혹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5, 觀괘 ; 風地觀

 

관괘에서 ‘관(觀)’은 ‘위에서 아래로 보여준다’는 뜻과 ‘아래에서 위를 본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괘사에서 “관은 관수(盥手: 제사를 지내려고 할 때 손을 깨끗이 씻는 절차)를 하고 제물을 올리기 전에 믿음을 가지면 우러러 볼 것이다.”고 말할 때의 관은 첫 번째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제사에서 관수를 하고 제물을 올리기 직전, 엄숙한 마음과 정성이 극치를 이루어 한 점 티끌도 없이 결청(潔淸)해진다.

 

지도자가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장경(莊敬)한 모습을 보여 줄 때 민중들은 그를 진실로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단전(彖傳)」은 “대관(大觀)으로 위에 있어서 순응하고 겸손해 중정(中正)한 덕을 천하에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아래의 민중들은 그를 보고 감화(感化)된다.”라고 말하는데, 이 때의 ‘관’은 두 번째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괘상으로 말한다면, 구오(九五)와 상구(上九) 두 개의 양효는 위에 거해 아래의 네 음효에게 양강(陽剛)한 덕을 보여주는 것이고, 네 개의 음효는 두 개의 양효를 바라보고 순응하는 것이다.

 

효사에서의 ‘관’은 두 번째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관괘에서 주장하는 참다운 ‘관’은 어린아이와 같이 얕고 근시안적인 ‘동관(童觀)’이나 문틈으로 엿보는 것처럼 전체를 볼 수 없는 ‘규관(闚觀)’이 아니다.

 

“육삼(六三)은 나의 생(生)을 보아 나아가고 물러난다.”, “구오(九五)는 나의 생을 보아 군자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구(上九)는 그 생을 보아 군자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는 효사에서 ‘생(生)’은 ‘성(性)’과 또는 ‘성행(性行)’의 뜻을 함축하는 글자로서 ‘나의 생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깊이 관조하고 실천한 바를 치열하게 반성하는 높은 차원의 성찰이다.

 

이와 같은 성찰을 통해 하늘의 신묘한 도를 깨달아, 이것으로 교화할 때 천하가 마음속에서부터 감화되어 따르게 되는 것이다.

 

 

6, 比괘 ; 水地比

 

비(比)는 두 사람이 서로 쫓아서 가는 모습을 그린 문자인데, 여기에서 ‘친하다’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비괘는 사괘(師卦)와 같이 1개의 양효와 5개의 음효로서 구성되었다. 양효가 천자를 상징하는 5효이므로 이 괘는 군주가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 즉 『대학』에서 말하는 친민(親民)의 방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괘가 된다.

 

괘상은 땅위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으로, 이 때에 땅과 물사이에는 간격이 있을 수 없음으로 더 할 수 없는 친밀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땅위에 물이 있는 것이 비괘이니, 선왕(先王)이 (비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만국을 세우고 제후를 친애한다.”고 말한 것은, 치자와 피치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괘사에서 “비(比)는 길하니 두 번 점을 쳐서 인(仁)과 영원함과 올바른 덕이 있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불안한 자들이 올 것이니, 뒤에 오는 사내는 흉할 것이다.”고 말한 것은 백성을 친애할 수 있는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5효의 효사와 같이 ‘그물의 한 면을 열어놓고 앞에서 새가 달아나는 것을 잡지 않는’ 생명에 대한 사랑, 곧 인이 가장 필요하다.

 

초효에서 “초육(初六)은 믿음으로 친애하는 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믿음이 질그릇에 가득차면 마침내 별도의 길함이 있을 것이다.”고 한 것은 친밀한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믿음과 꾸밈없는 질박한 성품이 전제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는 진실성에 바탕을 둔 친밀한 인간 관계, 즉 사랑임을 비괘는 보여주고 있다.

 

7, 剝괘 ; 山地剝

 

‘박(剝)’은 ‘떨어지다(落)’ ‘다하다(盡)’ ‘소멸하다(消)’라는 뜻이다.

 

박괘의 전체를 보면, 초효부터 5효까지 다섯효가 음효이고 상효 하나만이 양효로서 음기가 아래에서부터 점점 자라나 극에 달해 양기를 떨어뜨려 소멸시키려는 모습이다. 또한 내ㆍ외괘로 보면 땅위에 솟아 있던 산이 무너져 지상에 부착되어 있는 형상이다. 이것은 사악한 세력이 점차 확대되어 가면서 정의가 소멸되려는 위기의 상황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박은 가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고 하여 현 상태에서 일을 중지할 것을 권한다. 「단전(彖傳)」에서 “상황에 순응해 그치는 것은 박괘의 괘상을 살펴 본 것이니 군자가 양기의 소식영허(消息盈虛)하는 이치를 숭상해 따르는 것이 천도의 운행에 합치하는 것이다”고 한 것처럼 양기가 다해 박락(剝落)되는 시기에는 이에 순응해 더 이상 일을 진전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악한 세력이 정의를 끝까지 소멸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박괘는 강조하고 있다. 6효의 전개 과정을 보면 처음에 침상의 다리를 떨어뜨리고, 이어서 침상의 동체와 피부까지 떨어뜨리지만 5효에 오면 양효의 총애를 구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아있는 상구(上九)의 효사에서는 “큰 과일(碩果)은 먹지 말아야 한다. 군자는 수래를 얻고 소인은 집이 무너질 것이다.”고 경고한다. 과일 속에는 씨앗이 들어 있다. 이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날 씨앗이다.

 

이것마저 먹어버린다면 부활의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것을 없애버린 악한 세력은 자신의 안식처를 부셔버리고,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둠이 짙을수록 밝음의 씨앗은 소중히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다.

 

 

8, 坤괘 ; 坤爲地

 

곤괘(○○)는 음효(陰爻)로만 이루어진 순음괘(純陰卦)이다. 곤(坤)의 글자 뜻은, 토(土)가 십이지(十二支)에서 신(申)에 해당되므로 토와 신이 합하여 이루어졌다고 한다. 곤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건(乾)과 대응되는데, 건의 성질이 강건(剛健)함에 비하여 곤은 유순(柔順)함을 말한다. 즉, 건이 남성적이라면 곤은 여성적 성질을 대표한다.

 

설괘전(說卦傳)에서는 곤을 땅·어머니·신하·배(腹)·소 등에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곤의 성질과 기능에 대해 괘사(卦辭)와 단전(彖傳)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곤은 원하고 형하고 이하며 암말의 정이다. 군자가 갈 곳이 있을 때 앞서면 미혹되고 뒤에 가면 얻을 것이니 이로움을 주장할 것이다.”, “서남쪽은 벗을 얻고 동북쪽에는 벗을 잃을 것이니, 정에 편안하면 길할 것이다.”

 

건괘의 괘사와 비교해볼 때 드러나는 것은 사덕(四德) 가운데 정(貞)을 암말[牝馬]로 규정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馬]은 양물(陽物)로서 건괘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바로 곤이 건적(乾的)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여성은 남성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순응해야만 자기의 올바른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사에서 건이 만물의 생명의 시원으로 설명되고 있음에 비해, 곤은 생육자로서 하늘을 좇고 계승하는 존재(順承天)로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괘사의 “앞서면 미혹되고 뒤에서 가면 얻는다.”든가, 효사에서 “왕사(王事)를 좇는다.”, “주머니를 여민다.” 등 곤의 모든 성질과 기능은 천도(天道)인 건에 대한 종속적 관계를 언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서남득붕, 동북상붕(西南得朋, 東北喪朋)’이다. 서남은 음방(陰方)이고 동북은 양방(陽方)인데, 음은 반드시 양을 좇아 그 붕류(朋類)를 떠나 잃어버려야 화육(化育)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전에서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는 후덕(厚德)으로써 사물을 싣는다.”고 했는데, 이것은 곤의 순후함용(順厚含容)한 성격과, 건의 자강불식(自彊不息)이라는 시간적 영원성과 대비된 공간적 무한성을 의미한다고 보겠다. 이익(李瀷)은 『역경질서(易經疾書)』에서 “곤도는 순승(順承)함을 덕으로 삼는다.”고 하여, 곤괘의 4덕은 곧 건괘의 4덕을 순승하는 것이며, 건을 용으로 상징하고 곤을 말로 상징한 것도 이와 같은 까닭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음을 대표하는 곤이 건에 대해 열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곤이 적극적으로 건과 관계할 때 비로소 생명이 창조된다. 조선조 말기 김항(金恒)이 『정역(正易)』에서 음을 억누르고 양을 높인다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을 비판하고, 음과 양을 조율한다고 하는 조양율음(調陽律陰)을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건이 천도로서 지선지공(至善至公)한 정의(正義)를 의미한다면, 곤은 지도(地道)로서 후덕과 풍요의 공리(共利)를 상징한다. 시원으로서의 건과 생육자(生育者)로서의 곤이 정위(正位)할 때 올바른 가치관과 질서가 확립되며, 양자가 교감조화(交感調和)할 때 만물이 생성되어 생명력을 올바르게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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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태 이 진 손 감 간 곤~무한한 역리(주역)의 운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