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아버지는 동굴탐험이 취미셨어
단순 취미라고 하기엔 20여년을 이어온데다 나름 알아주는 배테랑이셨어
못해도 한달에 한번은 동료분과 함께 꼭 탐험을 하러 가셨었지
좀 먼곳의 새로운 동굴을 탐험하는 날엔 몇날 몇일을 돌아오지 않는 날도 허다했다고 해
그 취미를 단번에 끊게 만든 사고가 있었는데
그 사고로 큰 아버지는 가장 친했던 친구를 잃으셨데
사고로부터 3년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그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어
그날도 여느 날처럼 친구 분과 둘이서 동굴 탐험을 하고 계셨데
제법 좁고 깊은 동굴이라서 손전등 없이는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고
둘이 나란히 걷기도 힘들 정도라서 큰 아버지가 앞서 걸으셨데
탐험을 마치고 돌아나오던 길에 작은 지진이났는지
조금 흔들리더니 동굴 안쪽에서 부터 암석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더래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큰 아버지와 친구분은 달리기 시작하셨는데
꽈르릉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나서 큰아버지가 돌아보니
뒤따라오던 친구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위에서 떨어진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깔려있더래
그걸 보고 큰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라
서둘러서 네발로 기다시피 뛰쳐나오셨다는 거야
[형님...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형님.. 제발..]
하고 외치는 소리가 동굴을 다 빠져나올때까지 귓전에 맴돌았대
아니 입구에 다다를 수 록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대
여기까지 들었을때 난 솔직히 큰아버지에게 조금 실망했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엔 누구나 마찬가지일지 모르지만
가장 좋아했던 친구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버리고 혼자 도망칠 수 가 있는 거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큰아버지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으시고 한숨을 쉬듯 깊게 연기를 내 뿜으시더니 말을 이으셨어
[그 친군 어떻게 봐도 살아있을 수 없는 상태였어..]
큰아버지가 놀라 손전등으로 친구를 살펴봤을때
떨어진 바윗덩어리에 의해서 허리가 완전히 짖이겨져 두동강이 난 모습이었다는 거야...
다행이도 큰아버지가 무사히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후 곧 동굴은 입구까지 와르르 무너져 내렸대
신고를 하고 구조대원들에 의해 꺼내진 친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친구 분은 역시 그 자리에서 즉사하신 거였다고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시던 큰 아버지는
[내가 잘못들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똑똑하게 들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야..]
하고 쓴웃음을 지으시며 담배를 비벼 끄셨어
그 소린 정말 큰아버지의 단순한 환청이었던 걸까?
만약 큰아버지가 친구를 구하려고 옆에 남아있었다면 어떻게 되셨을까?
혹시 비명횡사한 그 친구가..
혹은 친구를 그렇게 만든 그 무언가가 큰아버지도 함께 데려가려고 한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