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0년 가까이 많은 사주들을 접하다보면 보통은 봄에 새싹이 움트고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에 결실을 거두다가 겨울에 갈무리하는 과정을 밟지만, 때로는 성장해야할 시기에 찬 서리를 맞아 시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는 그 시련을 가을 의 국화같이 이겨내어 화사한 향기를 품어 내는 것도 본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이란 드문 것이다.

사주학의 고전에 ‘적천수’라는 책이 있는데 사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로 꼽힌다. 그 책안에 진짜 좋은 사주를 만나게 된다.

 辛丑년 癸巳월 甲子일 丙寅시이다.

火는 土를 생하고 土는 金을 생하며 金은 水를 생하고, 水는 木을 생하며 木은 다시 火를 생한다. 오행이 모두 있으면서 위의 辛 癸 甲 丙은 아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여덟 글자(八字)가 막힘이 없이 상생하고 있어 머리 회전은 부드럽고 총명하며 어떠한 흉한일이 닥쳐도 어렵지 않게 설설 풀린다.

또한 사람이 강유(剛柔)를 겸비하고 어질고 덕이 있으며 벼슬은 고위직에 오르고, 어마어마한 재산에 자식은 13명에 100세까지 살았는데 병이 없이 깨끗하게 임종을 맞이했다고 적혀져 있다.

이 사주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官(직장, 명성)은 뿌리가 단단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印綬(학문, 윗사람)는 좋아서 깊은 학문적 소양과 윗사람의 배려가 있어 항상 알짜배기 자리에서 맴돌며 본인의 위치(태어난 날)는 견고하여 자기의 주관은 뚜렷하고, 식신(부하 , 베푸는 마음, 식복)이 뒷밭침해주어 윗사람과 본인 그리고 아랫사람의 연결고리가 두터워 주위의 신뢰 속에서 평생을 보낸다.

관과 인수가 좋다는 것은 사람이 책임감이 있고 정직하며 깊은 수양으로 인품이 돋보인다는 뜻이고, 다시 식신이 보태어주니 남에게 베풀며 살고 그것이 식신생재(食神生財)하여 재물로 화한다.

사주공부를 하면서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것은 전생은 분명히 있고 전생의 인연으로 이생에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나의 사형 한분이 10여 년 전에 히말라야의 티베트에 갔는데 그곳의 고승이 사형을 보고 “당신은 전생에서 스님이었는데 수행을 열심히 하여 이생에서 부자로 살았고 말년은 전생에서 다하지 못한 공부를 마무리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사형은 요사이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 들어가 천지의 기운에 스스로를 융화시키며 초절입선(超絶入仙)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나의 사주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돌 되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어 얼굴도 모르며, 재복은 엉망이라 평생 여유롭지 못하였으며 청력이 좋지 않아 장애를 안고 살았다. 분명 전생에서 살생을 많이 한 업보를 이생에서 이런 사주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명심하고 있는 것은 이생에 와서 내가 해를 끼친 분들에게 항상 참회하고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나의 사주는 탁한 중에서 그래도 한 점의 맑은 기운은 살아있어, 학문과 도(道)에 성취를 이룰 수 가 있게 나오니까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