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외국인

G 통찰 1 5,071 2021.11.01 23:52

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무렵의 이야기이다.



근처에 살고 있던 우리 할아버지는 무역상을 하고 있어서 그 나이대로서는 드물게 영어에도 능숙하여 말을 잘하는 분이셨다.

또한 나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건강했고, 나와 여동생은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가 잘 데리고 놀아 주었다.
여름방학이 되어 동생과 둘이서 할아버지 집으로 놀러 가니 현관앞에 남자 한사람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 집의 현관문을 쭈욱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앗 외국인이다·········)

우리가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어려워 조금 떨어졌더니 우리 상태를 보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길래 우리는 그냥 신경쓰지 않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우리 왔어 」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뒤를 뒤돌아 보니 더이상 외국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할아버지에게


「밖에 외국인 아저씨가 있었어」


라고 말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확인하러 나갔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외국인 유령을 봤구나」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고 외국의 괴담을 시작해서 나는 외국인 남자의 일을 금방 잊고 말았다.




저녁을 거기서 먹은 다음에 할아버지가 집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우리는 그 날 피곤했는지 푹 잠들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급성 심부전으로 돌아가신 것은 그 날 밤이었다·········






시간은 흘러.



나도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할아버지의 집을 물려받아 살게 된지도 8년째········· 그것은 바로 요 전날의 일이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일기가 한권 나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읽던 나는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거기에는 이런 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관동 대지진 때 혼란스러운 시기, 일본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우물에 독을 던졌다고 하는 유언비어가 흘렀다고 한다.




사람들은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있어서 그 유언비어에 감쪽같이 놀아나 많은 외국인들을 집단 폭행했다.
영어를 아는 할아버지도 그런 난폭자들의 통역으로서 같이 동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할아버지 일행은 여섯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있던 미국 남성을 폭행해서 죽여버린 것 같다.
아무리 지진재해 후의 혼란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 상냥한 할아버지가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도 죄의식이 남아 있었는지

「그 미국인 딸이 눈앞에서 살해당할 때의 표정이 지워지질 않아. 나는 크나큰 죄를 저질러 버렸어」

라는 말로 그 날의 일기는 끝나 있었다.
다 읽고 난 뒤 나는 망연자실해서 일기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 순간 일기에 끼워져 있었는지 한 장의 사진이 톡하고 마루에 떨어졌다.
뒤에 할아버지의 필적으로
「내가 저지른 죄의 희생자. 모쪼록 딸과 함께 평안하길」

이라고 쓰여진 그 사진에 찍힌 것은 틀림없이 그 여름날 내가 봤던 외국인의 얼굴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라, 엄마 뭘 보는거야?」



6살난 딸아이가 돌아와서 내 손안의 사진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 외국인 아저씨 방금 현관문 앞에 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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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외국인 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