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이로운 행운의 상징과도 같은 정령, 요정이 주로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한을 품은 귀신만 나타나며, 주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그것도 모자라 무당에게 빙의까지 하며, 현실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주로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데, 영격이 높은 영이 한낱 사람에게 붙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찮은 잡귀가 주로 사람에게 붙기 마련인데, 무당들은 이를 영험하다며 받들어 모시기 바쁘다.

잡귀는 신들의 서열상 최하위에 속한다.

잡귀잡신은 저승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정처 없이 저승을 떠돌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원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위험한 존재로 여겨진다.

잡귀는 대개 보통 때는 사람들에게 천대를 당하고 꺼려지는 대상이지만, 사람들이 그들의 힘을 필요로 할 때에는 잠시 대접을 받는데 그럴 때는 잡신(雜神)으로 받들어진다.

애초에 미련이 없는 영은 성불해서 새롭게 환생해서 태어나지, 이승에서 떠돌아 다니지 않는다.

이 귀신은 조선인의 삶과 연관이 깊다.

한국인의 삶은 비교와 좌절의 반복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정신병적으로 남의 시선과 타인의 평가를 극한까지 신경쓰며 살아왔다.
인정받기위해 남을 짓밟고 짓밟히면서 스트레스와 원한이 극한까지 쌓이기 마련이다.

이러니 죽어서도 안식을 찾을 수가 없다.
조선인의 민족정서가 원한이기 때문에 죽어서도 원한을 품고 성불하지 못하는 귀신이 많은 이유이다.

한국의 귀신은 99.9% 나쁜 해를 끼치는 악귀가 대부분이며, 주로 객귀, 잡귀, 영산, 상문, 왕신, 몽달귀신, 처녀귀신, 부출각씨 등이 대표적이다.

객귀는 사람이 집에서 죽지 못하고 밖에 나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말한다. 사람이 집밖에 나가 죽는 것을 객사라 하는데, 객귀는 객사한 사람의 영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객귀가 붙어서 병이 났다고 판단되면 객귀를 퇴송하는 ‘객귀물림’을 한다.

잡귀는 일정한 성격을 독특하게 지니지 않은 온갖 잡스런 귀신 일체를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잡귀 속에는 객귀와 영산, 상문 등의 귀류(鬼類) 일체를 포괄하기도 한다. 그래서 귀류와 하등신(下等神)들을 싸잡아서 잡귀잡신이라 부르는 것이다.

영산은 젊어서 요사하거나 횡사하여 억울하게 죽은 사령 일체를 말한다. 특히 영산은 서울․경기지역의 무속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인간을 괴롭히기 때문에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 하는 잡귀류의 일종이다.

상문은 상가에 서려 있는 온갖 불길한 기운을 말한다. 상문은 상갓집의 시체방, 문, 대청, 추녀 밑 등 곳곳에 서려 있고, 이런 불길한 기운이 다른 가정 집안으로 따라 들어오면 사람을 해친다고 믿었다. 상문은 영산과 마찬가지로 서울․경기지역의 무속에서 전송되는 잡귀류의 일종이다.

몽달귀신은 장가가지 못하고 죽은 총각귀신을 말하는 것으로, 장가도 들지 못한 채 죽은 귀신이기 때문에 원한을 품고 여러 사람에게 악행을 행하는 악귀(惡鬼)로 여겨왔다.

몽달귀신은 왕신처럼 집안에 모셔 두지는 않으나, 사나운 악귀여서 사람을 병으로 죽게 만든다. 몽달귀신이 달라붙을 때는 가마니나 멱서리, 멍석, 삼태기 같은 것으로 사람을 머리에서부터 덮어씌운다고 하여 삼태귀신이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황진이(黃眞伊)의 일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상사병에 걸려 죽은 귀신도 여기에 속한다.

한편, 병을 일으키는 역신으로는 천연두를 앓게 하는 호구신(戶口神)이 대표적인데, 호구아씨·호구별성·호귀별성(胡鬼別星)·별성마마·호성마마·별상신·별신·손님·손님마마·마누라·두신(痘神)·두역지신(痘疫之神)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이름 중에서 대표적인 명칭이 ‘손님’이다. 손님이 들어오면 온 동네 아이들을 휩쓸어갈 정도로 무서운 죽음이 몰아닥치기 때문에 손님을 극진히 대접해야 했다. 과거 의약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3년에 한번씩 ‘손님’을 위한 별신굿을 하여 마을로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빌었다.

그 밖의 잡신으로는 도깨비, 정귀(精鬼), 여신, 수배신(隨陪神), 타살, 살(煞) 등이 있다.

죽어서 안식을 찾는것도 정상적인 국가와 민족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조선인으로 태어나서 죽는것은 원한을 품고 죽어서 세상을 떠도는것과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