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하나를 주웠다.

주운곳은 학교 도로변 근처였는데, 케이스는 심하게 긁혔지만 내용물은 비교적 건사했다

모양도 꽤나 고급스러운데다 32GB라는점에 혹해서

나는 그걸 집으로 들고왔다.




Usb를 어떻게 확인할까 하다가

부모님이 마우스를 회수한것이 생각났다.

결국 dvd에 usb를 꽂고 볼수밖에 없었다.

당시 남동생이 보던것을 취소시켰기에
남동생은계속 내 옆에서 항의중이었다.

한마디로, dvd를 보고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사진파일만 보였다.

그마저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검은색 화면이었다

별 생각없이 사진파일들을 보는것을 그만두고, 난 비디오 항목으로 들어갔다.


체험.avi


남동생이 항의를 멈추고 화면을 쳐다보았다

난 그것을 야동(..)이라고 생각했고 남동생도 마찬가지였던것 같다.

난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시켜봤다.





여자 두명, 남자 세명

남자는 두명이 보이고 여자도 두명이 보였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남자였다



내 동생은 옆에서 중얼거렸다

'요새 개봉한 폐가 같은데...?'

나도 들어본적 있는 영화였다.

Tv제작진과 흉가체험 카페 멤버들이 갔다가 변을 당하는 내용... 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걸 계속 보는동안

화면에서는 끔찍한일이 계속되었다


여자가 넘어지더니 일어나지않았다


남자 한명이 그녀를 흔들자, 그녀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화면이 흔들리며 '퍽' 하고 꽤나 큰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돌멩이로 여자를 내리찍은것 같았다

여자는 눈을 뒤집고 쓰러져있고, 남자는 온갖 욕설을 하며 여자를 밟았다


동생은 초조한듯 손을 물어뜯었다

'형 이거 그만보자'

난 공포영화를 꽤 좋아했기에 동생을 놀리고 싶어졌다

'공포영화잖아 영화. 근데 실감나게 잘 찍었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초조한건 여전했다

남자 한명이 여자한테 당해서 죽고, 다른사람들은 그 여자를 다시 구타해서 죽인것 같았다



여자가 구타를 당하면서도 웃어제끼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잘하나 싶었다

목이 찢어지는듯한 소리와 구타하는 장면이 너무 실감났다

카메라맨은 이동중 항상 욕설을 해댔다

'씨발,개 좇같은 일이, 얨병할 새끼야...'

여자 한명은 미쳐서 소금을 여기저기에 뿌려댔다

술을 머금고 여기저기에 뿜고 카메라에도 튀었다

한참을 미친짓을 하는데

갑자기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카메라를 향해 웃으면서 뒤를 돌았다


동생과 나는 어느새 몸을 붙이고 뒤로 한껏 물러나 있었다


그녀가 아까 소주를 내뿜듯이 볼을 부풀리고 ... 뱉어내었다


카메라 렌즈에 튄건 소주가 아니었다

혀를 깨물었는지 핏물이 가득했다

계속 카메라가 피칠이 되고 남자가 도망쳤다

카메라맨도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도망쳤다

삑삑 거리는 소음이 계속되다가 이윽고 꺼져버렸다.



난 usb를 뽑아버리고 애써 밝은척 했다

'졸라 실감나네 그치?'

동생은 얼어붙은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밤, 난 꿈을 꾸었다


내가 직접 그 폐가에 가있었다.

동생이 겁먹은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보고있었다

난 너무 반가워서 그에게 뛰어갔다


그런데 뭔가에 맞은듯한 느낌이 들며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것 같은 혼미함 속에서

내 몸이 저절로 동생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경악한 표정을 손톱으로 한번 긁으려던 찰나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날 아침, 동생이 나와 비슷한 꿈을 꾼것을 확인하고, 나는 그 usb를 주운곳으로 가봤다.

그리고, 절을 발견했다


절 맞은편에 떨어진 usb라는 설명과 함께 스님에게 가져다 드리자, 스님은 눈살을 찌푸리시더니 염주를 굴리며 무어라 말하셨다



잠시 뒤에

불상 대신 usb를 놓고 스님들이 둘러앉아 염불을 외우시기 시작했다

나와 동생도 함께 그곳에 앉아있어야 했다.




공양이 끝나고 usb를 불에 태우는동안

난 분명히 들었다

우는소리와 한숨소리... 이런것들이 섞인 소리가 마치 하늘로 올라가듯이 옅어졌다




우리가 봤던 영상은 영화같은것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빙의현상을 생생하게 찍어낸

그야말로 저주받은 영상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