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 후반인 큰아이를 키울 때는 중2병이란 단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해져서인지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는데

둘째, 세째 연년생 남매를 키울 때는 중2병란 신조어도 생기고

그 단어에 어울리게 엄청난 고생을 했었습니다.

 

갑자기 없던 병이 생긴 걸까? 세상이 달라진 탓일까?


그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중2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2, 15세가 되면

신체는 성인과 비슷해 집니다.

어떤 면에서는 성인보다 우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을 인간답게하는 전두엽이 완성되는 시기는 23세입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사회적으로는 15세면 성인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15살은 아기 취급을 당합니다.

그래도 키는 부모와 비슷해지거나 더 크니

이젠 어른이고 싶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또래집단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어른인 척해야 합니다.

 

위에 글을 보면

그래도, 그런데 같은 접두사 반복이 됩니다.

그만큼 모순이 많은 시기가 바로 사춘기입니다.

그 모순에서 문제가 비롯됩니다.

 

우선 신체의 불균형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신체가 급격히 성장합니다.

1년에 12cm가 넘게 크는 아이도 있죠.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하는건 키 뿐이 아닙니다.

뼈는 물론이고, 근육, 혈관, 심장, 간, 신장, 뇌 등 모든 것이

급격하게 커집니다.

문제는 너무 빠르게 커지니 이들 기관들이 자라는 속도가 달라

불균형이 생긴다는 겁니다.

심장은 160cm 키에 혈액을 감당할 수 있고

혈관은 165cm의 키에 맞는 혈액을 실어 나를 수 있는데

키는 170..... 뭐 이런 식인겁니다.

그러니 여기 저기 아프고, 저리기도 합니다.

각 기관의 원활한 활동을 도와야하는 호르몬도 매일 들쭉날쭉하고요.

일단 신체가 이렇게 불완전하니 감정도 불안정합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자라는 때는 영아기인데

0세~1세 사이에 약 20cm 정도가 자랍니다.

이 기간에는 하루 12시간 이상 잠을 자니 별 문제가 없지만

요즘 사춘기 아이들은 하루 7시간 자기도 어렵습니다.

 

둘째 과업의 과부하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또래집단입니다.

부모보다 친구요, 스승보다 고작서너살 많은 아이돌이 맨토입니다.

'우리'를 형성하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지라

사춘기에 강력한 연대를 맺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독립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 지적 성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과업이 친구를 만드는것입니다.

 

신체적 성장만 해도 감당이 안되는데 엄청난 양의 공부는 물론,

사회적 관계도 넓히고 깊게해야 하니 그야말로 과부하가 걸립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아기때부터 보고 자란 마을 사람들에 책이 전부였으니

신체변화만 감당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SNS로 전국, 아니 전 세계를 받아드려야 합니다.

 

셋째 신체 능력과 사고력과 책임감의 모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신체능력은 성인수준입니다.

동물은 2세를 만들 수 있으면 성인으로 여겨지고

그만한 능력을 갖추며, 그에 맞게 삽니다.

과거에는 인간 사회도 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현대는

복잡한 사회체계와 기술문명의 발달로

그에 걸맞는 복잡하고도 발달된 도덕적 판단과 지적수준을 요구합니다.

판단력, 이해력, 도덕심 등 이성적 사고능력은 전두엽이 관장하는데

전두엽은 23세가 되어 완성되니 15세면 아직 미숙하기 이를 때 없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아기인 것이지요.

 

그런데 학교 등 또래집단에서는

완벽하게 성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길 요구합니다.

특히 공부에 대해서는 과한 책임을 묻죠.

1등하면 왠만한 말썽을 부려도 그냥 넘어가지만

하위권 모든 일에서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합니다.

그러나 공부 외에 모든 일은 부모가 다 알아서 해주는

책임감의 심각한 불균형이 아이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게다가

아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미래의 계획을 세우라고 강요 받습니다.

 

이쯤되면 중 2병 환자들이 너무 가엽지 않나요!

간혹 “우리 애는 사춘기가 없어”라고 말하는 학부모를 만납니다.
그런데 애가 완벽하게 모범생이면 겁이 납니다.
지나서 잊어버렸거나  아직 오지 않았을 뿐, 사춘기를 겪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범생인 경우, 그래서 사춘기가 뭔지 모르고 지나갔던 아이들은
학업과 주변의 기대에 맞춰
본의 불안정한 심리와 욕구를 모두 억누르거나 외면하며 살아온것입니다.
이렇게 외면당한 욕구는 언젠가는 터져 나오기 마련인데
참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분출됩니다.
때론 40,50대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20대에 나옵니다.



자살 기도 등으로 상담실에 온 대학생의 부모를 만나보면
한결 같이 ‘너무 착한 아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서울대 심리학교수님의 말씀이
명문대일수록 심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사춘기 때 충분히 반항하고, 방황하고, 자기를 탐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아이들은
더 이상 그럴 일이 없지만
공부에 매달려 다른 발달 과업을 무시한 아이들은
뒤늦게 그것들을 하느라 심하게 앓은 것이지요.
수두, 홍역도 어린아이보다 어른이 더 심하게 앓고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 다들 아실 겁니다.



난을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울 추위를 겪지 않은 난은 봄에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어떤 식물은 씨앗을 일정 기간 냉장 보관해야 싹이 나옵니다.
무엇이든지 제때, 제 할 일이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그걸 발달 과업이라고 하는데
그 시기에 그걸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나중에 하려면 엄청 힘이 들고요.
사람 뿐 아니라 식물이던, 일이던 다 마찬가지입니다.
일찍 해도. 늦게 해도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사춘기의 방황과 반항은 과업 중 하나입니다.



지금 중2병 때문에, 사춘기 때문에 힘드신가요?
‘우리 아이가 제 때 할 짓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시고
기특하게 여기세요.



마치 처음 걸음마를 할 때 기뻐했던 것처럼

사춘기(思春期)
글자의 뜻을 보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인생을 1년으로 보면 봄이며
중2면 양력 4월, 인, 묘월쯤이 되고요.
이 글자들, 계절의 특징을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꽃은 흐드러지게 피는데 아직 곡식은 자라지 않아 보릿고개이며
갑자기 비바람이 불기도 하고, 어느 날은 눈이 내리기도 하며
엄청나게 건조하기도 합니다.
영국도 비슷한지 한 시인은 황무지란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죠.
4월초 날씨가 중 2병과 비슷하지 않나요?
봄을 그리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은 때가 바로 중2입니다.



따뜻하면 웃자라 줄기가 힘이 없어지고, 가물면 물을 찾아 뿌리를 길게 뻗기 때문에  
그때의 가뭄은 뿌리가 더 깊게 내려 여름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기 위함이고
그때의 추위는 급한 줄기를 더 단단하고 굵게 하기 위함이랍니다.

이른 봄에 아이들이 반항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기다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寅, 卯를  좀 더 볼까요?


인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기운입니다.
반항적 기질이 다분하죠.
성급하니 실수가 잦습니다.
언 땅에 새싹이니 희망입니다.
그래서 뭐든 될 것 같아 성급히 일을 시작하여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고, 또 금방 희망을 찾아 새로운 일을 꿈꿉니다.



인을 가진 사주들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춘기가 막 시작된 아이들이 가진 특징이기도 합니다.



묘는 옆으로 벌어지려는 기운입니다.
새싹이 좀 더 자라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는 모습입니다.
겨우내 칙칙했다가 화창하니 더욱 예쁩니다.
예쁜 만큼 뽐내고 싶고,
봄철 비바람을 견딘 것으로 마치 태풍이라도 이겨낸냥
의기양양하여 뽐내고 싶어 하고
언 땅을 뚫고 나와 이만큼 자랐다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 듭니다.
잎도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니 소모량은 많은데
광합성을 못 해 영양이 부족해 뿌리로부터 받는 영양분이 절대적입니다.
부모의 지원이 절실하죠.
겨울이 됐다, 여름이 됐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립니다.



묘를 가진 사주의 특징이며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주에 인, 묘를 가진다고 다 그런 것 물론 아닙니다.

옆의 글자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잘 보면 저런 점들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