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우리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그때는 찌는듯한 여름이었고, 그 여름은 시원하게 지낼수 있었다.
하지만 가을을 지나고 겨울이 되자, 아무도 에어컨을 켜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내 어린 여동생이 에어컨 리모컨을 가지고 놀다가 7시간동안 에어컨을 켜놓았다
끄는법은 모르고 방은 점점 추워지니 동생은 그냥 마루로 가버렸고, 거실은 계속 에어컨이 돌아간 상태였던 것이다
당시 어머니는 전깃세를 아까워 하긴 했지만 별 생각 없이 넘어가셨다
그리고서 1주일 뒤, 난 이상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고 몸이 타들어가는듯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마치 가스실에 있는것처럼 숨을 쉴수가 없었다
더욱 희안한것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고양이같은 목소리였다
그런 악몽이 며칠동안 계속되니 난 미칠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을 잔것같지가 않고 숨이 막혔고
한겨울인데 내 침상은 땀투성이었다
할머니는 내 그런 소식을 듣자마자 '신병' 이라고 단언하셨다
온몸에 열이 오르는걸 보아하니 틀림없다고 하시며 재촉하셨다.
부모님은 결사적으로 반대하시며 병원에 몇번 나를 데려갔지만 나아지는것이라곤 없었다
2주 뒤에 결국 난 무당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들은 대답은
귀신은 귀신인데 사람 귀신이 아닌것같다는 것이었다
원흉을 찾아야 할텐데 찾을수가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별 나아진것도 없었고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밤중에 눈을 뜨면 부모님이 날 안고 울고있는경우도 있었고
이젠 꿈에서 동물같은것이 날 갈기갈기 찢으려하는것도 종종 보았다
또 애완견도 친척집에 보내버렸다
나만 보면 나를 물어뜯으려 하고 으르렁거렸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동물들에게도 같았다
나만 보면 이빨을 세우거나 도망쳐서 난 동물 기피증까지 얻었다
6개월정도가 지났다
5학년 생활을 하면서 난 점점 수척해지고
귀신형상도 간혹 보았다
그때 제일 무서웠던것은 문 옆에 머리만 들이밀고 눈을 디룩거리던 귀신이었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틈만나면 히죽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무어라 말을 하는것 같았지만 난 선생님의 손끝 분필만 바라보며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여름
다시 에어컨을 틀 시즌이 돌아왔다.
에어컨을 틀었는데, 원인모를 소음이 심하게 들렸다
몇분뒤에 난 악몽에서 느끼던 끔찍한 열기를 느끼고 비명을 질러댔다
부모님은 황급히 에어컨을 끄고 날 침실에 데려갔고
에어컨을 떼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며 에어컨 기사를 불렀다
생각해보면 그때온 에어컨기사가 내 은인이었다
소음문제 원인을 실외기로 지목하고 그는 실외기를 열었다
그리고... 피부가 썩고 안의 창자들이 서서히 썩고있는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다
적어도 반년은 썩은듯한 그 모습에 그들은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부모님과 기사가 그 잔인한 현장을 처리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 난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귀신같은것도 더이상 보지 않게되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모든 원인이 동생이 겨울에 에어컨을 켜서 실외기를 돌렸다는것에 있으리라는 것이다.
나에게 붙은 고양이는따뜻한 실외기에 있다가 나갈길을 찾지못하고 , 반년동안 그 속에서 썩어가야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