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에어컨 이야기

기묘한 에어컨 이야기

G 세츠나 1 6,759 2021.05.15 20:34

초등학교 5학년때 우리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그때는 찌는듯한 여름이었고, 그 여름은 시원하게 지낼수 있었다.

하지만 가을을 지나고 겨울이 되자, 아무도 에어컨을 켜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내 어린 여동생이 에어컨 리모컨을 가지고 놀다가 7시간동안 에어컨을 켜놓았다

끄는법은 모르고 방은 점점 추워지니 동생은 그냥 마루로 가버렸고, 거실은 계속 에어컨이 돌아간 상태였던 것이다


당시 어머니는 전깃세를 아까워 하긴 했지만 별 생각 없이 넘어가셨다




그리고서 1주일 뒤, 난 이상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고 몸이 타들어가는듯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마치 가스실에 있는것처럼 숨을 쉴수가 없었다

더욱 희안한것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고양이같은 목소리였다



그런 악몽이 며칠동안 계속되니 난 미칠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을 잔것같지가 않고 숨이 막혔고

한겨울인데 내 침상은 땀투성이었다



할머니는 내 그런 소식을 듣자마자 '신병' 이라고 단언하셨다

온몸에 열이 오르는걸 보아하니 틀림없다고 하시며 재촉하셨다.

부모님은 결사적으로 반대하시며 병원에 몇번 나를 데려갔지만 나아지는것이라곤 없었다




2주 뒤에 결국 난 무당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들은 대답은

귀신은 귀신인데 사람 귀신이 아닌것같다는 것이었다

원흉을 찾아야 할텐데 찾을수가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별 나아진것도 없었고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밤중에 눈을 뜨면 부모님이 날 안고 울고있는경우도 있었고

이젠 꿈에서 동물같은것이 날 갈기갈기 찢으려하는것도 종종 보았다

또 애완견도 친척집에 보내버렸다

나만 보면 나를 물어뜯으려 하고 으르렁거렸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동물들에게도 같았다

나만 보면 이빨을 세우거나 도망쳐서 난 동물 기피증까지 얻었다




6개월정도가 지났다

5학년 생활을 하면서 난 점점 수척해지고

귀신형상도 간혹 보았다

그때 제일 무서웠던것은 문 옆에 머리만 들이밀고 눈을 디룩거리던 귀신이었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틈만나면 히죽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무어라 말을 하는것 같았지만 난 선생님의 손끝 분필만 바라보며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여름

다시 에어컨을 틀 시즌이 돌아왔다.

에어컨을 틀었는데, 원인모를 소음이 심하게 들렸다

몇분뒤에 난 악몽에서 느끼던 끔찍한 열기를 느끼고 비명을 질러댔다

부모님은 황급히 에어컨을 끄고 날 침실에 데려갔고

에어컨을 떼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며 에어컨 기사를 불렀다

생각해보면 그때온 에어컨기사가 내 은인이었다

소음문제 원인을 실외기로 지목하고 그는 실외기를 열었다

그리고... 피부가 썩고 안의 창자들이 서서히 썩고있는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다

적어도 반년은 썩은듯한 그 모습에 그들은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부모님과 기사가 그 잔인한 현장을 처리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 난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귀신같은것도 더이상 보지 않게되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모든 원인이 동생이 겨울에 에어컨을 켜서 실외기를 돌렸다는것에 있으리라는 것이다.

나에게 붙은 고양이는따뜻한 실외기에 있다가 나갈길을 찾지못하고 , 반년동안 그 속에서 썩어가야했던것이다....

Comments

42 윈저그린 2021.05.16 06:49
고양이는 요물, 길 고양이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