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환생] 이쁜 내 딸, 알고보니 전생의 여동생!

[전생/환생] 이쁜 내 딸, 알고보니 전생의 여동생!

26 도수빈 0 6,084 2020.06.28 02:20

 

10여년전 한 미스터리 프로그램에서 58세의 전생 부인과 함께 사는 캄보디아의 참 뿌라(34)란 사나이를 취재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참뿌라의 가족은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캄보디아 내전에서 사망한 것이 확실한 가장이 14세의 앳된 모습으로 가족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치 환상이나 착각처럼, 때로는 정신병적 발작 증세처럼 취급되는 전생에 대한 기억. 이를 증명할 만한 의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참뿌라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州) 푸에블로 마을에서 최면 카운슬러인 모레이 번스타인이 루스라는 여인을 상대로 역행 최면을 걸어 그녀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의 최면은 루스의 기억을 역행, 그녀의 전생을 알아냈다. 바람기 있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루스의 전생은 심각한 수다쟁이에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사귀는 불성실한 여인임이 밝혀졌다. 그 업으로 인해 현생에는 거꾸로 남편의 바람기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버지니아 대학의 이언 스티븐슨 박사의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프라카시(26)는 남부 인도 체타라는 도시에 사는 가난한 직공의 아들이었다. 그는 3, 4세쯤부터 비몽사몽간에 길거리로 나가 자신이 코시카란에 있는 보라나스가(家)의 니르마르라고 했다. 양친은 아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했으나 결국 아들의 뜻대로 100여㎞쯤 떨어진 코시카란에 데려갔다.




보라나스가는 매우 부유한 집안이었기에 부모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였으나 뜻밖에도 가족들은 그들을 반겨줬다. 그리고 프라카시는 들어가자마자 집 주인에게 “아버지”라면서 와락 안겼다. 그리고 “자대슈 형, 수리마티 누나”라고 말하며 가족들의 이름도 알아 맞췄다. 프라카시는 전생의 자신이 썼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5년 전 천연두로 죽은 차남 니르마르의 방이었다. 한참 방을 둘러보던 프라카시는 니르마르의 장난감을 집어 들더니 “내꺼다”라고 소리쳤다.




우리나라에도 전생 체험의 기록이 남아있다. 대성인이라 불리는 진묵대사는 조선 명종 때 스님으로 선과 교에 밝은 청정 비구 스님이었다. 진묵 대사의 일생은 유난히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일이 많았다.




진묵대사는 전북 김제군 만경면 화포리에 마흔이 넘도록 아이가 없는 불심 깊은 부부 사이에서 출생했다. 그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전주 서방산 봉서사에서 생남기도를 올리던 어느 날 부인의 꿈에 영롱한 구슬이 떨어지더니 차차 변해 부처의 모습이 됐다. 부인은 그 부처에게 절을 하다가 잠이 깼는데 그때부터 태기가 있었고 이렇게 해서 태어난 진묵대사의 아명은 일옥(一玉)이었다.




진묵대사는 7세 때 모친을 졸라 봉서사에 들어가 혜영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사미가 돼 전국을 떠돌며 수행을 시작했다. 어느덧 발걸음은 창원 마산포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평소 진묵대사를 흠모해 오던 한 여인이 대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사는 운수행각을 멈출 수 없어서 홀연히 떠났다. 이를 한탄하던 여인은 시름이 깊어 얼마 후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10여년이 흐른 어느 날, 전주의 대원사에서 좌선을 하고 있던 대사 앞에 마산포 여인의 환영이 나타났다. 전생에 자신이 여인이었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았다 생각했던지 그녀는 “제가 이번 생에는 남자의 몸으로 환생해 시봉코자 찾아갈 테니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이튿날 대사 앞에는 마산포에서 왔다는 15세의 기춘(奇春)이란 소년이 “시봉을 허락해 달라”며 큰 절을 올렸는데 생김새가 여인과 똑같았다. 진묵대사는 백겁이 지나도 인연을 만날 때는 자신이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아서 그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시자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승을 떠나 영계로 들어온 영가는 인연 따라 환생을 하게 된다. 인연의 법칙은 때론 무섭게 들어맞는다. 언젠가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이 늦둥이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원래 가족으로 회귀하려는 영가의 바람은 참으로 강렬한 것. 그러나 내가 경험한 두 가지 이야기는 좀 달랐다. 우습고 엽기적인 케이스였다고나 할까.




대전 유성에 한 여인이 백일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여인은 나에게 다가와 이상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걱정하는 엄마를 보고는 아이가 두 손가락을 얼굴에 대고 웃었다고 한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것은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소에 즐겨 하시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생전에 “다음에 태어나면 니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다. 여인은 정말 이 아이가 어머니의 환생인지 물었지만 나는 그냥 웃으며 아이 잘 키우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 잠실 후암정사에 어떤 여인이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은 여섯 살 정도의 꼬마로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갔다는데 누가 봐도 귀엽고 예쁜 꼬마 숙녀. 그런데 언뜻 본 딸의 눈에 귀기가 서려있었다. 얼굴 자체를 보면 너무나 해맑았지만 눈동자에 번뜩이는 귀기는 속일 수 없었다.




여인의 사연은 이랬다. 딸이 심하게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유달리 보챘던 아이는 밤잠을 못 자게 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툭하면 떼를 쓰고 친구들과도 자주 다퉈 속을 썩인다 했다. 이 정도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딸이 때론 저를 꾸짖기도 해요.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언젠가는 저를 째려보면서 ‘언니! 이러면 안 돼!’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어린 딸이 엄마에게 “언니”라니. “어린 시절 동생이 개천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딸이 저를 ‘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나서….”




여인은 딸을 무서워했다. 그런 자신이 답답했던지 구명시식으로 원인을 알고 싶어 했다. 딸자식이면 무조건 예뻐야 하는데 귀기가 도는 딸의 눈을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피했다고. 이 어른스러운 여섯 살 꼬마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구명시식을 올리자 꼬마의 비밀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구명시식에 나타난 죽은 여동생 영가. 그 영가는 외쳤다. “언니가 미웠어요.” 때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언니와 함께 개천에서 멱을 감던 여동생은 자신을 버려두고 혼자 노는 언니를 쫓아가다가 그만 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언니를 향해 허우적거리면서 “살려 달라”고 했지만, 언니는 혼자 노는데 너무나 집중했던지 동생이 죽어가는 줄도 몰랐다고.




그것이 원한이 돼 여동생 영가는 언니의 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계속 언니를 괴롭혔다. 6년 동안.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딸이 죽은 여동생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가족들은 공공연히 알고 있었다. 죽은 여동생과 쏙 빼닮은 탓도 있었지만 노는 짓, 말투, 성격까지 영락없이 동생이었다. “설마, 설마”했지만 현실로 나타날 줄이야.




여동생 영가는 언니에 대한 원망을 쉽게 풀려고 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딸로 태어났겠는가. 하지만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때 개천에서 너를 잘 돌보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라. 이번 생에는 너에게 최선을 다할게.” 진심어린 사과에 여동생 영가는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 그 순간 원망의 고리가 풀리기 시작했고.





얼마 뒤 여인은 다시 딸을 데리고 후암정사를 찾았다. 딸의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고. 딸은 더 이상 보채지도, 말썽을 피우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여섯 살배기 그대로였다. 해맑은 미소 뒤에는 귀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동생 영가의 원망이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이제 딸을 열심히 키우겠다”며 딸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여인을 보면서 인연의 끈이 참으로 질기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엄마가 딸을 무서워해야만 했던 사건. 현생에는 자매가 아닌 모녀로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닌 아들로, 딸과 함께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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