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경험한 기묘한 일

일본에서 경험한 기묘한 일

G Anadel 0 4,414 2021.03.06 01:08

어느 일요일 밤, 도쿄에 사는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 지금 친구집에서 전화하는 거야. 이제 내 아파트에는 안 갈 거다. "
"무슨 일 있었어? "
"내 말, 거짓말 아니다. 진짜야. 믿어줄 거냐? "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고. "
"너는 안 믿을지도 모르지만……. "

그 일은 며칠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자기 아파트에 갔더니
평소에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고 다녔던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어? 정리한 기억이 없는데……. "

혼자 사는 그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와 여자친구 뿐이었다.
'여자친구가 와서 방 정리를 해줬구나. 별 일이 다 있네. '
그날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깨끗이 정리된 방에서 잤다.

하지만 남자가 혼자 사는 집이라는 게
정리해도 2~3일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돌아오니까
다시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또 여자친구가 정리했구나 싶어서 전화를 해 봤다.

"너 바보야? 내가 뭐 때문에 지저분한 네 방을 청소해야 되니?
나도 내 일이 있단 말이야. 해 달라고 부탁해도 안한다. "

좀 쌀쌀맞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는 여자친구가 한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방을 점검해 보았다.
없어진 물건은 없는지, 자기밖에 모르는 물건은 어떻게 되었는지.

책장의 잡지는 순서대로,
책상 서랍 속의 작은 물건부터 잡동사니까지
전부 완벽하게 자기가 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주방의 식기류는 씻어서 찬장에 넣어놓고
음식쓰레기는 깨끗이 버려진 상태였다.
벽장에 쑤셔넣었던 더러운 속옷들은
세탁 뿐만 아니라 잘 개어서 벽장 안에 넣어놓았다.
지갑, 저금통, 저금통장 등은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상하다기보다 섬찟한 느낌이 앞섰다.
방 안 여기저기를 뒤져보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영향도 있어서
그날 밤은 그냥 됐다며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는 아연실색했다.
전날 밤에 뒤집어 엎듯이 어질렀던 방이
또 깨끗하게 정리되어서 청소까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가 자는 사이에 누군가가 그 방을 청소한 것이었다.

일요일.
일부러 어지른 방 한복판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그는 혼자서 그 '무엇'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방에 혼자 있는 건 심심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침대 위에 엎드려서 만화책을 보는 사이에
그만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헉 하며 눈이 뜨였다.
이미 방 안은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다.
이상했다.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지른 방에 있었던 게 꿈이었는지
깨끗하게 청소가 끝난 방에 있는 게 꿈인지…….

조사해 봐도 깨끗하게 청소가 된 것 이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래, 붙박이 서랍장.
거기는 전에 조사했을 때 열어보지 않았다.

제일 위쪽 서랍.
거의 안 입는 옷들이 역시나 세탁되어 있었다.
두번째 서랍. 마찬가지였다.
세번째, 네번째, 제일 아래쪽 서랍까지 열었다.

"으악! "
제일 아래쪽 서랍 안에는 할머니가 한 명 있었던 것이다.

작은 방석 위에 무릎꿇고 앉아서
자주색 기모노를 입은 아주아주 작은 할머니.
그 할머니는 방긋이 미소지으며 정중하게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친구집에 더부살이를 하다가 곧 이사를 갔다.
친구는 그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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