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괴담) 벽을 두드리는 소리

(일본괴담) 벽을 두드리는 소리

G 은이랑 0 4,789 2021.02.21 09:57

몇 년 전에 T씨라는 잡지 편집자가 도쿄의 오오모리(大森)로 이사했다.
목조 모르타르로 지은 2층짜리 아파트였는데
T씨의 집은 1층의 안쪽 끝집이었다.

이사온 첫날 밤이었다.
9시 정각에 쿵쿵, 쿵쿵 하고 빠른 박자로 T씨의 집 벽을,
그것도 바닥에서 겨우 4, 5cm 위에 있는 낮은 부분을
누군가가 두드리는 것이었다.

'누구지? '
T씨는 창문을 열고 소리가 난 쪽을 봤다.
그러나 거기 사람이 있는 기척은 없었다.
그때는 잘못 들었나 했는데,
그 다음에는 한밤중 2시 정각에
쿵쿵, 쿵쿵 하고 똑같은 소리가 났다.

또 창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일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어느날, 친구가 놀러와서 자고 가게 되었다.
그날 밤에도 여전히 9시 정각에 쿵쿵, 쿵쿵 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가 왔어?" 라고 묻는 친구에게
"아니, 사실은 매일 밤마다 이 시간이 되면 그런 소리가 나.
그래서 밖을 보잖아? 그럼 아무도 없어. "
라고 T씨가 설명했다.

"아닌데? 누가 있어. "
친구는 의아하다는 듯이 창문을 열고 몸을 쑥 내밀고는
바깥 상황을 살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밤 2시가 되면 있잖아, 방금 그거랑 완전 똑같은 소리가 나. "
T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둘이서 원인을 찾아보자. "
T씨와 친구는 오전 2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쿵쿵, 쿵쿵.
오전 2시 정각에 그 소리가 났다.
친구는 당장 창문을 열고 벽 바깥쪽 부분을 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이때 T씨는 벽에 손을 대고 그 소리를 확인했다고 한다.
쿵쿵, 쿵쿵 하는 소리와 동시에 그 진동이 확실하게 손에 전해졌다.
물리적 현상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 이야기가 T씨의 지인들 사이에 퍼져서
불가사의한 그 현상을 확인하려고
어느샌가 지인들이 T씨의 집에서 자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속에서
변함없이 밤 9시 정각과 오전 2시 정각에 똑같은 일이 생겼다.
그러나 그 소리가 나는 원인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유령이 하는 짓이 아닐까?" 라고 주변 친구들이 떠들어댔다.
그러나 벽을 두드리는 것 이상의 일이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 달, 두 달 지나는 사이에 T씨도 친구들도
그 소리에 적응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T씨 집에 친구 몇 명이 모여서 마작을 했다.
날이 새고, 모두들 집에 가겠다고 해서
T씨는 일단 역까지 친구들을 바래다 주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T씨가 집에 돌아갔을 때 생긴 일이다.

현관문을 철커덕 열자, 코타츠※ 위에 여자가 서 있었다.
"아, 집을 잘못 찾았네요. 죄송합니다. "
당황해서 그렇게 말하고 현관문을 닫았는데
역시 그곳은 T씨 집 현관이었다.

그러면 방 안에 있던 여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여자는 흰 원피스를 입었고, 왠지 외국인 같았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고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여전히 여자가 코타츠 위에 서 있었다.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창문 밖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여자의 목 위에는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T씨는 그 후 기절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여자는 없었다.
겁이 난 T씨는, 그동안 친해진 맞은편 전파상의 아저씨에게
"저 아파트,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에요?" 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저씨는
"네가 물어보니까 가르쳐 주는 건데,
그런 데서 용케 몇 달이나 살았구나." 라는 것이었다.

"예? 무슨 말씀이세요? "
"네가 사는 1층 안쪽 끝집이랑, 바로 위에 있는 2층 끝집은
옛날부터 사람이 못 살았어. 다들 일주일도 안돼서 이사를 갔지. "

그러고 보니 T씨가 처음 이사를 갔을 때에는
2층에 외국인 노동자가 살고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외국인은 곧 방을 뺐고,
그 다음에 여대생이 이사를 왔다.
그때는 남자친구와 함께 즐겁게 아파트에 짐을 옮겨넣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랬는데 이틀 후에, 그 남자친구와 입을 꾹 다물고 짐을 들어내는 것도 봤다.

그리고 어느새 또 외국인이 이사를 왔다.
그 사람은 음악가인지, 아니면 그냥 취미인지
하여간에 밤낮없이 끽끽대며 바이올린을 켰다.

그 소리가 2층에서부터 울려와서, 시끄러운 녀석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이올린 소리도 4, 5일도 안되는 사이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사를 나간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빈 집이 되어 있었다.

아저씨 얘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2층 사람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원인이 뭔데요?" 라는 질문에
"사실은 너희 아파트에서 2, 3년 전에 외국인 여자가 목을 매고 자살했어. "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여자가 자살한 집이, 지금 네가 사는 1층 안쪽 끝집이야. "
"정말요!? "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전파상 아저씨는 그 당시에, 목을 매고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시신을 내리는 것을 도와줬기 때문에
그때 상황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T씨는 전파상 아저씨를 집으로 모시고 갔다.
"어디쯤이었어요? "
"목을 맸던 자리는 저기였지. "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은, 코타츠를 둔 자리 바로 위였다.
그때, T씨는 헉 소리를 내며 깨달았다!

T씨가 본,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코타츠 위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코타츠 위의 공중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벽을 두드렸던 소리의 원인도 알 것 같았다.
여자가 목을 맸을 때, 공중에서 발버둥을 치면서 발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딱 그 벽 쪽이었다. 소리가 나는 위치가 낮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목을 매고 죽었던 그 순간이
매일 밤마다 소리가 되어 되풀이된 것인가…….
T씨는 그날 친구 집에서 자고, 그 다음날 이사를 했다.

단지, 그 소리가 왜 밤 9시와 오전 2시, 하루에 두 번이나 들렸는지,
T씨 앞에 나타났던 여자는 왜 손가락으로 창 밖을 가리켰는지,
그리고 2층 윗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지금도 그 아파트에서는 밤 9시와 오전 2시에
벽이 쿵, 쿵 하고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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