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괴담) 흰 기모노를 입은 여인

(일본괴담) 흰 기모노를 입은 여인

G 은이랑 0 4,643 2021.02.21 09:53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Y씨가 세이부신주쿠(西武新宿)선 전철의 카미샤쿠지이(上石神井)역에서 내렸다.
밤 11시가 넘어서, 개찰구에서 나온 인파가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Y씨도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 줄에 섰는데
마침 비가 와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약간 안달이 났다.

문득 깨달았는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Y씨 바로 앞에서 흰 기모노를 입은 젊은 귀부인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뒷모습과 목둘레 옷깃이 무척 청결해 보였고
몹시 느낌이 좋은 미인일 것 같았다.

귀부인의 옆얼굴이 살짝 보였다. 역시나 미인이었다.
'예쁜 사람이구나. '
Y씨는 집에 가고 싶었던 것도 잊고 멍하니 있었다.

이윽고 그 부인이 택시를 탈 차례가 되었고
그녀는 우아하게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탁 소리를 내며 택시 문이 닫혔는데, 곧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내밀고는 Y씨를 향해
"저기, 저는 진다이지(深大寺)까지 가요.
가시는 데까지 태워 드릴 테니까 괜찮으시면 같이 가지 않으시겠어요? "
라고 물었다.

Y씨의 집은 진다이지 쪽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
평소 같았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텐데, 상대가 너무 미인이어서
"그러세요?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라며 Y씨는 택시를 탔다.

그때, Y씨는 문득 그 사람이 기묘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진다이지에 간다면 왜 일부러 멀리 떨어진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탔을까.
진다이지는 JR(Japan Railways) 미타카(三鷹)역이나
케이오(京王)선 쵸후(調布)역에 내리는 게 훨씬 가깝다.
밤이 깊었지만 전철이 끊길 시간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택시는 금세 Y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
Y씨는 부인에게 인사를 하고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부인이 Y씨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 이걸 받아 주셨으면 하는데요. "
라면서 보라색 보따리를 내미는 게 아닌가.

Y씨는 "예?" 하고 되물었다.
"이걸 받아 주셨으면 하는데요. "
그녀는 여전히 보따리를 내밀었다.
"저……. 오늘 처음 만난 분께 물건을 받다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
라고 Y씨는 사양했다.

"꼭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
부인은 또 그렇게 말했다.
"아뇨, 진짜 못 받겠습니다. "
그러자
"당신이시니까 받아 주시기를 바라는 거예요. "
라고 부인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라고 물었지만
"제발" 이라며 보따리를 들이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걸 받을 수는……. "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손님, 그만 좀 하시지요. "
라고 택시 운전기사가 한 마디 던졌다.
할 수 없이 Y씨는 그 부인에게서 보따리를 받고 말았다.

집 현관문을 열자 Y씨의 어머니가
"비가 와서 어떡했니?" 라며 Y씨를 맞이했다.
"그래서 택시 타고 왔어" 라고 대답하면서 구두를 벗는데
어머니가 보따리를 보고 "너, 손에 든 게 뭐야?" 라고 물었다.

"응, 그게 있잖아……. "
Y씨는 조금 전에 택시 안에서 생긴 일을 설명했다.
"흐음, 그래서 그 보따리 안에는 뭐가 들었는데? "
"글쎄, 나도 몰라. "
Y씨는 어머니 앞에서 즉시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조의금(※2) 봉투! "
보따리 속에는 조의금 봉투가 열몇 개 들어 있었다.
봉투를 열어 보니 3천엔, 5천엔씩
액수는 크지 않지만 모두 돈이 들어 있었다.

"얘, 그 여자,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이었니?" 라고 어머니가 물었다.
"몰라. 그래 보이지는 않았는데. "
"어떤 사람이었어? "
"그게……. 흰 기모노에 흰 허리띠를 매고 있었어. "

"장례식에 흰 옷 입고 가는 법은 절대로 없어.
게다가 뭐? 흰 기모노에 흰 허리띠? 그건 소복이잖아. "
어머니의 그 말씀을 듣고 비로소 Y씨는 오싹했다고 한다.

틀림없이 그 부인의 기모노에 무늬는 없었다. 소복이라니 확실히 묘하다.
그리고 목적지는 진다이지 절.
조의금 봉투.

왠지 그 여인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조의금은 어떡하지……. "

그 뒤로 한 달 정도, Y씨는 카미샤쿠지이 역에 내리기가 무서웠다고 한다.
언제 또 그 소복 입은 여자가 나타나서
"보따리 속은 보셨는지요?" 같은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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