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라 - 장자

(철학)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라 - 장자

G 고은 0 3,825 2021.01.29 01:01

"지금 저 물소는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은데, 이 소는 크기는하지만 쥐한마리도 잡을 수 없다. 이제 그대에게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나무의) 쓸모없음이 걱정된다면,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고을',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심어놓고, 그 옆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거닐면서, 나무 아래에서 유유자적하며 낮잠이라도 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 큰나무는]도끼에 잘릴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칠자가 없을것이니, 아무 쓸모가 없지만 어찌 곤경에 이를것인가."

... ...

물소는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으나 정작 쥐 한마리도 잡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그 물소를 조롱하고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물소의 진정한 쓰임이 과연 쥐 한마리 잡는데 있을 것인가?

세상은 시시각각 '나'에 대해 이런저런 '쓸모'를 요구하고, 설상가상으로 나조차 나의 쓸모를 확신하지 못 할때, 결국은 거대한 물소가 늙은 고양이에게 나아가서 쥐 잡는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삶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할 것이다.

장자는 무용의 비유를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약삭빠른 살쾡이를 선망하지 말고 내 속에 감춰진 거대한 물소를 직시하라고 이야기 한다.

'유용'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은 어찌 보면 살쾡이의 탈을 뒤집어 쓴 물소의 형국이다.

반면 쥐잡는 일에 전혀 쓸모없는 '물소'는 어쩌면 그 무용으로 인해 비로소 하늘 높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물소가 자기의 진면목을 회복하여 하늘에 닿았다면 거기에 별도의 귀천, 고하, 유용, 무용의 구별이 붙어 있을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참고로 성서의 '누가 복음'은 '쓸모'의 모티프를 '하나'의 비유로 풀어냈다.

그들이 길을 가는데,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었다.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의 발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 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 해 주십시오."

그러나 주께서는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은 하나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그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누가복음] 10:38-42 )

성서가 직시하듯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그 한가지 일을 자각하고 이를 힘써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장자가 말한 '무용'의 참된 본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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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인간이 되라'와 같은 기발한 비유와 직설적 표현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복잡하면서도 천편일률적 현대를 내달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입니다.

절대적 자유를 꿈꾸도록 인도해주는 사상가, 바로 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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