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서 일어난 일

도서실에서 일어난 일

G いたいけ 0 4,445 2021.01.16 01:23

여름 방학이 다가오는 시험기간 이었답니다.

친구의 선배는 평소 음주가무 라고 해야 하나요?

그것에 절어살다가 시험기간이 다가와서야 부랴부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네요.

예전에 이 친구 축제한다고 놀러 오라고 해서 가본적이 있는데요.

학교가 산을 등지고 위치해 있더라고요.

그게 부평까지 이어지는 약산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약산 자체가 워낙 흉흉한 일들이 잦은 곳이라 인천에 살면서 약산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 안 들으신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하튼 평소에 하지도 않던 공부를 할려니 잠이오고 허리가 아프고 책만 잡았다 하면 밀려오는 고질병들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둘까 했다네요.

하지만 포기 할수는 없었는지 학교의 도서실(독서실인지?)을 이용해볼까 하고, 수업이 끝난 후 방문해

보기로 했답니다.

마침 시험기간이라 자리는 거의 만원이지만, 평소에는 전혀 가질수 없던 끈기로 자리를 하나 차지 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공부하기를 몇 시간.

슬슬 몸도 마음도 지쳐가더랍니다.

날도 제법 어둑어둑 해졌는지, 형광등의 불빛이 더 밝게 느껴져 시계를 보았답니다.

대략 8시 정도.

벌써 그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공부에 몰입해 있었다는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네요.

'커피나 한잔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그렇게 많이 빈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처음보다는 여기저기 비어있는 자리들이 눈에 띄더라 했다더군요.

'응?'

그때 였다네요.

저만치 눈에 확 뜨일 정도로 옆모습이 예쁜 여자가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자기도 모르게 그냥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친구의 설명에 의하자면,

단발머리가 목에서 어깨부분을 살짝 닿을까 말까 할 정도에 목선은 머리카락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만큼 긴 목선이 그려지더랍니다. 콧날은 오똑했고,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인다고 느껴지는 길다란 속눈썹이 커다란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되어 졌다고

하네요.

그렇게 관찰하듯 바라보다가 번뜩 정신이 들며 커피 자판기의 모습이 스쳐지나가자 선배는 관찰하기를

멈추고 커피자판기로 향했다고 합니다.

다가선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꺼내 넣고는 누구나 즐겨찾는 밀크커피를 누르고 '지잉' 소리를 기다리고

있자니, 금새 컵을 빼라는 '삑'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허리를 숙여 컵을 꺼내들고 한 모급 살짝 홀짝거리며 자리로 돌아갈려던 그 때 였다네요.

컵을 들고 돌아선 때였는데, 바로 눈앞까지 좀전 넋을 놓고 바라보았던 그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네요.

그에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후다닥 피해주었다는데,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정면으로 볼수

있었답니다.

머리 한가운데의 가르마를 타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목까지 뻗은 단발머리.

매끈하게 드러난 이마 아래로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눈이 위치하고, 어딘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던 그 깊이가 자신을 잠깐 향할때는 손에 든 커피잔을 떨어뜨릴뻔 했다고 하는군요.

약간 화가 나있는 듯 한 표정에 꾹 다문 여자다운 입술.

함부러 말이라도 걸었다간 당장이라도 뺨을 맞을 것 같이 도도해 보이기도 했답니다.
(제가 듣고 상상한 이미지는 이렇네요)

'.........'

그렇게 선배는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지도 못 할 지경이어서 쭈뼛쭈뼛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기에

바뻤다네요.

살짝 스치듯 지나쳐 어디론가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마에도 정신을 뺏길 정도로 굉장한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저런 여자가 학교에 있었나.....'

그렇다고 학교 미인들에 관심이 있는 선배는 아니었지만, 저정도의 미인이라면 학교 내노라 하는 남자들이

가만두지 않았을텐데 하는 쓴맛을 다시면서 자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강렬한 그녀의 임팩트만을 간직한채 그날 도서실에서 뭘 공부했는지는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좋아하는 술도 마다하고 홀리듯 도서실로 향했다네요.

의아해 하는 놀자 동료들을 뒤로하고, 오직 어제 스친 그 여자 얼굴만을 떠올리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차피 이야기해봐야 놀림감 되는 것 뿐이지...'

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도서실 풍경에 대한 기대는 예상과는 달랐다죠?

꽉 들어찬 좌석들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훗..내가 미쳤나...공부하러 와놓고는...'

스스로 위안을 해보는 수가 가장 좋은 수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몇일이 지나도록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매일 생각은 나도 그 강렬했던 영상은 슬슬 기억으로만 재생이 되던 터라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시험이 끝나고, 도서실에는 한동안 갈일이 없겠다 싶은 나날이 계속 되던 어느날 이었답니다.

도서실에 갈일은 없었지만, 불행하게도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찾아온 리포트 제출때문에 시험이 끝나도

끝난게 아니었다네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동안 공부한다고 도서실에 출입했던게 조금은 남아있었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의외로 저항없이 리포트에 열중 할 수 있었다네요.

하여 좀더 제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도서실을 찾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허허...이거...'

도서실 문을 열자 한눈에 봐도 빈자리는 절대 없을 것 같은 풍경이 들어왔답니다.

그 시간이 약 오후 6시 정도?

'시험때만 사람이 있는게 아니었군.'

하는 생각을 하며, 빈 강의실이 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이었답니다.

때마침 운동장 쪽으로 창가가 있는 어느 한 강의실을 발견 할 수 있어서 그곳에 또아리를 틀 생각을

했다죠.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고 맨뒷쪽 자리 창가를 등지고 앉아 짐을 풀기 시작한 후로 굉장히 열중했는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것도 몰랐답니다.

하지만 서서히 어두워지는 창문가에 신경이 쓰여지기 시작했답니다.

'어차피 밝은데 그냥 하자.'

괜히 달리는 열차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지 않았다나요? 형광등 스위치를 올리러 가는 것도 귀찮았고,

그러자니 리포트에 대한 집중력이 깨질 것 같아서 그대로 버티기로 했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제법 밝아 읽고 쓰는데는 큰 지장은 없었다 합니다.

그 때 였답니다.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확 곤두서며 입구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더라네요.

'뭐지?'

끼익 소리가 나자 굉장히 느린 모습으로 문이 안쪽으로 열리더랍니다.

그리고 완전히 열려 벽에 거의 다 밀착되서는 손잡이 부분이 벽에 부딪히며 가볍게 소리를 내더랍니다.

'퉁'

그리고 약 5초?

5초 정도 후에 믿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라고 했습니다.

완전히 열려버린 문에 보이는 것은 복도의 벽뿐.

선배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 왼쪽에서 희끗한 뭔가가 보이는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것은 옷자락의 일부분이었고, 그것은 조금씩 전체를 드러내며 미끄러지듯 열려진 문틀에 올라

서더랍니다.

'아.....'

이제는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보게 되는 그것.

그 모습은 도서실에서 본 단발머리의 그녀 였답니다.

짙은 어둠은 아니었어도 앞의 문가는 어두워 사물의 분간이 힘든 상태였는데 차갑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는군요.

그렇게 선배는 완전 얼어붙어서 미동도 못하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모를 그녀와 시선을 마주

한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네요.

선배의 말로는 그 시간은 숨도 안 쉬어 질 정도로 답답하고 긴 시간이었는데, 그럼에도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도 잊혀져갈 무렵 문틀의 그녀는 미끄러지듯 스르륵 이쪽으로 향했다고 하네요.

그에 선배는 엉덩이에 힘이 확 들어가면서 의자를 밀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발생한 마찰음이 그렇게

크고 공허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네요.

말그대로 움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려고 하는 그 찰나 그녀는 자신에게 오는 듯한 방향을 바꿔 맨

앞자리에 스르륵 멈추더랍니다.

그리고는 다른 움직임 없이 그대로 앞을 보고 앉더랍니다.

".........."

따르는 긴 침묵.

선배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중에 가장 촛점이 맞춰지고 있는 생각이,

'움직이질 못하겠다. 저쪽으로 갔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어느순간 부터 그 생각은 거의 지배적이 되었고, 뒤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뒷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답니다.

정말 한치의 미동도 없이 뒷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다가가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신호를 계속 발산하고 있는 듯 했답니다.

앞으로 다가가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고, 숨 쉬는 것 마저도 크게 할 수 없었답니다.

그냥 그자리에 앉아서 벌벌벌 거리는 수밖엔 도저희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하네요.

어설프게 짐을 챙겨 나갈려고 시도 했다가는 위험이 닥쳐 올 것 같아 짐은 그냥 두고 미친듯이 달려나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와 동시에 어떤 영화에서 본건지 자신이 문을 향해 뛰면 마치 문이 살아있는 듯

쾅 하고 닫혀버리고는 교실안에 고립되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상상이 들면서 말도 안될것 같은 오만가지

상황도 식은땀이 나도록 그려지더랍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도 분간하기 힘들었다나요?

그러나 사람은 어쩔수 없는 것인지, 아무리 긴장해도 풀리는 때에 이르자 엉덩이쪽에 저려움이 느껴지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담담하게 자리에서 일어날려고 했다죠?

'끼익'

정말이지 적응이 될 수 없는 공허함에 메아리치는 듯한 마찰음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답니다.

'가방은 일단 두고가자.'

가방따위를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네요.

본능적으로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끼는 상황에 일단 살고 봐야겠다하는 생각 뿐이었다죠?

그렇게 겨우 마음을 다잡고 한걸음 한걸음 그녀의 뒷모습에만 집중하면서 걸어나갔다네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는 뒷모습.

조금씩 걸어나가자 다가오는 그 모습에 스스로,

'그냥 사람일수도 있다...그냥..사람인거야...'

하고 자꾸 되뇌어 봤지만, 본능은 속일수가 없었답니다.

이미 그녀의 강렬했던 아름다움은 사라진지 오래고 본능이 계속 도리질 쳐오는 위험신호에만 몸을 맡기고

시선에 온 신경을 집중해 나아가는 도중이었다죠?

그때 였답니다.

'파팟'

하는 느낌에 번뜩 고개를 들어 천정을 쳐다보며 시큼해짐을 맛보는 때였답니다.

"선배 뭐해요?"

"뭐?"

익숙한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찡그린 시선으로 목소리가 들린쪽을

쳐다보았다네요.

후배 한명이 형광등 스위치에 손을 댄채 뭐하는 거냐 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야! 여기......"

하며 가르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의자만 보이더랍니다.

뭐가 있었냐는 듯이 물어보는 듯한 의자.

"..........."

스르르 무너지듯 가르킨 팔을 내리며, 한동안 멍하게 의자만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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