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병의 신을 목격한 사공

(일본) 역병의 신을 목격한 사공

G いたいけ 0 5,209 2021.01.03 01:43

천하에 역병(疫病)이 유행하고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렸다. 어느 무렵, 세타(瀨田)의 나루터에, 오츠(大津) 쪽으로부터 수도(首都)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신분이 높은 듯한 젊은 여자가 한 명 와서, 미시(未時:오후 2시경)에 나룻배를 고용해서 탔다.

맞바람으로 배는 빨리 나아가지 못하고, 물결에 흔들리며 천천히 가고 있었다. 배에 탄 여자는 넓은 포대기를 꺼내어, 그것을 덮어쓰고 튀어올라 오는 물보라를 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갑판위에 누워서 잠을 자는 듯했다. 가볍게 코를 골고 있었으나 포대기가 아래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사공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살그머니 포대기를 들고 살며시 살펴 보았는데, 다음 순간 기겁을 했다. 포대기 아래에 있어야 할 여자는 없고, 수 많은 뱀이 서로 엉켜 있는 것이었다. 전부 세면 천 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사공은 혼비백산하고 이마에는 식은 땀을 흘렸다. 등골도 서늘해지고 무엇이라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건너편 물가에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 소리로 주위가 시끄럽게 되었다. 그 소리 탓이었는지 포대기가 젖혀지고 부시시 눈을 뜨고 일어나는 것은 아까의 그 여자였다. 여자가 뱃삯을 지불하려 해도 사공은 기어이 사양하고 돈을 받지 않았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왜 받지 않아요?」하고 물으니, 사공은 마땅히 둘러댈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떨면서 우물우물 혼잣말만 해대는 것이었다.

여자는 재미있어 하며,
「그러고 보니 나를 보았는가. 절대 남에게는 말하지 마. 나는 사역(蛇疫)의 신이다. 나는 지금부터 쿠사츠(草津:지금의 군마현)로 들어간다. 한달 정도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다」
하고, 대나무숲이 우거진 곳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 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여름, 쿠사츠의 마을들중, 하나의 마을도 남김이 없이 역병이 유행하여 7백인 이상의 사람이 죽었다. 그 봄부터 여름 무렵까지는, 교토에서 역병이 유행해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수도에서는 역병이 안정되어 갔다.

덴쇼8년(天正,1580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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