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뇌 이식

(공포/괴담) 뇌 이식

25 업계포상 0 4,545 2020.09.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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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보다 더 간절할 수가 없었다. 카드 값, 전세값, 할부로 산 차 두대의


값, 학자금 대출한 금액 등등을 내고 나서도 음식을 살 돈이 조금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매일 매일 기도했다.


나와 남편은 이미 투잡을 뛰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중 한 명이 "호스트 뇌"가 되기로 결정하면, 우리는 둘 다 직장 하나 씩 관둬도 되고,


모든 빚을 다 갚고 완전히 새출발을 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상적인 스토리 그 자체였다.



기관에서는 나의 뇌 조직이 내 남편 것보다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나는 그 일을 얼른 헤치워버리기로 했다. 사실, 나는 꽤 기대하고 있기까지 했다.




이 기관은 5년 정도 전에 시작했는데, 처음 몇 년 간은 반대 시위에 부딪혔다.


한 사람의 육체에 두 영혼을 태우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라나 뭐라나...


이것이야 말로 영생을 얻는 방법이라고, 사람들은 주장했다.


죽어가던 늙은이들은 (그들이 부자라는 가정 하에) 그들의 기억과 의식을 


살아있는 호스트에게 옮길 수 있었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이 방법은 원래 호스트를 지워버리는 건 아니다. 그 호스트가 되는


사람은 뇌 기증자의 모든 기억들을 받고 노인은 그냥 호스트의 정신 안에 묻혀있기만


하는 것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탑승자"일 뿐이다 "운전자"는 나고. 


그래서 호스트는 뭘 받는가? 첫째, 호스트는 이 노인이 살아온 완전 다른 인생의 기억을 


옅볼 수 있게 된다. 둘째, 알다시피 오지게 많은 돈을 받게 된다.




나는 호스트를 찾고 있는 노인들이 보낸 파일들을 쭉 읽다가 할머니 하나를 골랐다.


이 사람은 90대 후반으로 오늘 내일 하던 중이었다. 나는 이 할머니 뇌를 내 뇌에


이식하고 싶다고 기관에 의견을 전달했다. 우리 신경 조직은 그럭저럭 잘 맞았고, 


나는 짧게 그 할머니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할머니는 굉장히 상냥하고 매력적이었다. 이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보고 싶었고,


할머니는 나라는 타인의 눈을 통해서 인생을 체험할 수 있게 돼서 기대된다고 했다.


남편이 나가고 할머니와 내가 뇌 이식이 준비됐을 때 할머니가 말했다.




"남편이 정말 끝내주게 생겼구만 그래요. 저 남자랑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 불쾌하지 않다면, 저 남자랑 "그거"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는 헤헤 웃으며 남편과 나는 광란의 섹스라이프를 즐기고 있다고 안심시켜줬고, 금방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20억원이 우리의 통장으로 날아왔다.


내가 재활하는 동안, 남편이 우리의 빚을 다 정리했고 나는 내가 얻은 새로운 기억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끔찍한 살인들.... 찢어발겨지는 수 많은 사람들의 고깃덩어리.... 


굴러다니는 소화기관, 치아, 뇌 같은 것들....실종된 수 많은 사람들...


뇌수와 피로 덕지 덕지 칠해진 지하실...  




아무도 이 작은 할머니가 이런 괴물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살면서


조사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이 할머니는 원래대로라면 나한테 아무런 영향을 못 끼쳐야 했다.


이 할머니는 원래대로라면 그저 내 몸에 탄 승객에 불과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내가 빨리 기관에서 볼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을 찢어 널어 놓고 싶어 


안달이 나는지 설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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