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주나라, 당나라, 조선은 모두 신분제 사회 였으며
사농공상의 구별이 뚜렷하였고, 농업을 최우선으로 하던 사회였다.
주로 자급자족이었으며 작은 규모의 물물교환과 극히 일부의 화폐가 존재했다.
옛 돈인 엽전의 무게와 부피를 보면 절대 활발한 거래는 없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드라마와 현실을 착각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이런 사회에서 역마살이란 참 무시무시한 살인 것이다.
농업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걷어야 하며 그 부피는 어마어마하다.
작은 화초라도 가꾸어 본 분은 알겠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은
1주일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탈이 난다. 농작물은 더 심해 늘 보살펴야 한다.
즉 자리를 떠나면 농사를 망치고, 겨울에 굶어야 한다는 말이고,
그 큰 무게와 부피를 들고는 겨울에 조차 이동이 불가하다.
또 대부분이 씨족이 모여 사는 작은 촌락이라 외지인에 대한 배타성 역시 높았다.
‘농자천하지대본’ 이란 말에 알 수 있듯이 공업기술 그 다음이 상인이었으니
돌아다녀야 한다는 역마살은 평민 중에서는 최하위 신분이었던 것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최하위 신분이 뜻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또 관리라 하더라도 길이 험하고 교통 수단이 없다보니
중국에 사신이라도 되어서 파견가거나 하면 길에서 병나서 죽고,
산적의 공격으로 죽고, 풍랑 등 천재지변, 사고로 죽을 확률도 높았다.
그래서 역마살이란 말은 수천년간 부정적인 뜻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겨울내내 가족이 먹고 살 양식 정도는 카드 한 장이며 해결되고
사신들이 가다가 길에서 병으로 죽던 중국도 하루에 2~3번도 다녀올 수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고, 기회는 도처의 널렸으며
사농공상의 귀천은 없어진지가 옛날이며,
오히려 자본주의 영향으로 상인이 더 대접 받는 사회이고,
충청도 촌에서 태어나 평생 전 세계를 떠돌던 사람이 전 세계의 수장이 될 수도 있다.
평생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을 주변머리 없어 집도 못 늘리는 답답한 사람이라 하는
때이니 현대의 역마살은 반가운 살이다.
역마는
사해(巳亥)충, 인신(寅申)충이다.
그래서 冲을 변화의 기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니 충이 되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충이 되어 나쁘다.”는 틀린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역마살, 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싹 걷어 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