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보상과 감옥

윤회, 보상과 감옥

G 수제비 0 4,415 2020.09.28 19:04




윤회론에 의하면, 그중에서도 초기불교 윤회론에 의하면, 중생(생명체)은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인 5도(道)를 윤회한다.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은 사는 동안 쌓은 선업과 악업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선행을 하면 더 높은 즉 더 좋은 곳으로 환생을 하고, 악행을 하면 더 낮은 곳 즉 더 나쁜 곳으로 환생을 한다고 한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선행에 양(+)의 값을 악행에 음(-)의 값을 준 다음 가중치까지 고려하여, 죽을 때까지 한 모든 선악행의 가중합을 구해서, 그 값이 양이냐 음이냐에 따라 내생이 결정된다. 양이면 상계로 올라가고, 음이며 하계로 내려간다.) 여기서 더 높은 곳이나 더 낮은 곳은 문자 그대로 지리적인 의미이다. 지옥은 땅 밑에 천국은 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가 둥근 공 모양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위아래(上下)가 있을 수 없다. 종교의 싹이 돋아나던 청동기시대의 고대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리적 위아래’라는 망상을 야무지게 했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윤회론에는 다른 석연찮은 점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동물이나 지옥중생이 자력으로 축생계나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동물은 선행을 할 수 없다 
특히 육식동물은 악행만 짓는다 

동물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동물이 선행을 해서가 아니다. 전생에 인간이 악행을 해서 동물(계 界)로 태어났다가 형기를 다 채우고 인간계로 출소한 것이다. 동물은 선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에 사는 동물이 무슨 선행을 하겠는가? 누 사슴이 무슨 선행을 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악행을 해서 다음생에 사자로 태어나면, 당신의 다다음 생은 필시 아귀나 지옥이다. 

(가뭄이 들어 초식동물이 급감해 굶어죽으면 아귀로 태어나고, 평생 동안 대체로 비가 풍성히 와 번성한 초식동물을 마음껏 잡아먹으면 지옥행이다. 살생을 한 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등활(等活)지옥이다.) 

사자가 무슨 선행을 할 수 있겠는가? 매주, 매달, 매년 살생중죄만 짓지 않겠는가? 특히 악어나 뱀으로 태어나면 지옥행을 예약한 거나 다름없다. 사자는 사냥감의 숨통을 물어 질식사시키지만, 악어는 먹잇감의 온몸을 잔인하게 찢어죽이기 때문이고 뱀은 먹잇감을 산채로 위장이라는 강(强)염산구덩이에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일단 하계로 떨어지면 능동적으로 전생의 악업을 만회할 기회가 있어야 할 터인데, 사자나 악어나 뱀으로 태어나면 만회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살생이라는 악업만 더 쌓게 된다. 그 결과로 더 험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덜 험한) 지옥으로 보내는 게 옳을 것이다. 

축생계는 죄값을 치르는 감옥이다 
형기가 다하면 출소하는 감옥이다 

하지만 축생계를 죗값을 치르는 감옥으로 보면 이런 문제가 풀린다. 같은 감옥이라도 지내기 좋은 곳과 나쁜 곳이 있듯이, 축생계로 떨어지더라도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잡아먹는 쪽이 나을 것이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환생신(還生身)으로 누나 노루보다는 사자나 호랑이를 택할 건 분명한 일이다. (백수(百獸)의 왕 아닌가? 또 호골주를 먹느니 차라리 호랑이 뼈가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특히 육식을 그중에서도 육회를 몹시 좋아한다면 말이다. 생선회를 좋아하면 알레스카 그리즐리 곰이 제격이다. 목을 잘 잡으면, 산란기에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떼를 지어 올라오는 살 오른 싱싱한 연어를 배터지게 날로 먹을 수 있다. 

(하도 맛이 좋아서, 역설적으로 당사자는 이런 환생을 벌이 아니라 상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항상 몹시 심각한 문제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축생도 전생을 기억하지 못해, 자신의 처지를 벌로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주 심각한 약점이다. 필자 기억으로는,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즉, 노루나 사슴이라는 감옥보다는 사자나 호랑이나 곰이라는 감옥이 더 나은 감옥이라는 말이다. 축생계는 감옥이다. 그러므로 축생계에서 형기를 다 치루면 인간계로 복귀한다. 다른 세계로 가지 않는다. (가끔 예외가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이 그렇다.) 

(주인을 대신해 죽은 개들은 아마 천국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천국에는 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천계도 마찬가지이다. 천계는 보상을 받는 곳이다. 공을 세우고 특별휴가를 받은 병사들일지라도 휴가기간이 다하면 귀대(歸隊)해야 하는 것처럼, 천인도 복이 다하면 인간으로 태어난다. 동물로는 환생하지 않는다. 천인은 사악한 죄를 지을 일이, 즉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은 더욱 불가능하다. 

지옥도 죄값을 치루는 감옥이다 
선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선업을 쌓아서 자력으로 벗어나는 곳이 아니다 

지옥도 선행을 할 수 없기는 축생계나 마찬가지이다. 지옥중생은 아무 힘도 없고 낮이나 밤이나 쉴 틈 없이 끓는 물과 불구덩이와 칼뫼(刀山 도산)에 던져지며 고문만 당하는데 무슨 선행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악행 역시 할 수 없다. 설마 지옥중생이 고문받을 때 ‘남보다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게’ 악행이라 간주될까? 그래서 지옥형기가 연장될까? "너는 너무 크게 비명을 질러 그렇지 않아도 공포에 절은 다른 지옥중생의 마음에 부당하게 여분의 공포를 주었으므로 1겁(56억7천만년) 동안 (지옥)형기를 연장한다. ‘탕탕탕!’"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라고. 당신은 비명을 지르는 게 죄가 된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는 지옥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한다. 규환(叫喚)지옥이다. 소위 처참한 환경을 묘사할 때 쓰는 용어 아비규환‘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말한다.) 

혹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옥졸에게 저주를 하는 일이 벌어질까? "악! 악~! 으악! 야, 이 ***아. ****야. 니가 전생에 나에게 무슨 원한을 품었길래 이렇게 지독하게 고문을 해대니?" 

(속세의 고문은 양반이다. 속세의 고문을 벗어나려면 비밀을 불면 되지만, 지옥에서는 비밀을 불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고문을 해댄다. 전향서나 반성문을 쓰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고문을 위한 고문을 해댄다. 지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반인륜적인 발명품이다. 그런대도 사람들은, 심지어 고문을 증오하는 인권운동가들마저도, 그걸 믿는다! 세상은 정말 기이한 망상투성이이다.) 

그런데 그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어느 종교경전도 "지옥에 가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거나 지옥옥졸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는다. 지옥에 떨어지지 말라고 말할 뿐, 막상 지옥에 떨어지는 경우에 지옥에서 어떻게 처신하라고 가르치는 일은 전무하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지옥에 가더라도 거기서 선행을 해서 모범수가 되어 형기를 단축하거나 최악의 아비지옥에서 규환지옥으로 승격해야지, 악행을 해서 규환지옥에서 아비지옥으로 강등당하거나 형기가 연장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라"는 가르침이 전혀 없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게 맹귀우목(盲龜遇木)처럼 힘든 일이라면 분명 대부분의 중생들이 축생 아귀 지옥에 태어날 것이므로, 상기 주의사항과 가르침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을 처음으로 인식한 대승불교인들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발명한 것이 '지장보살'일 수 있다. 

지옥처신경 

세속지옥에 해당하는 세속의 감옥도 모범적으로 수형생활을 하면 보석 사면 형집행정지 강제노역면제 등으로 벌을 줄이고 단축시켜 주는데, 지옥에는 그런 일이 없단 말인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지옥에 갈 짓을 하지 말라고 할 뿐이지, 지옥에 가는 경우 어떻게 처신(處身)하라는 말은 전혀 없다. 

기독교야 무기지옥이므로 빠져나올 길이 없으므로 그렇다 쳐도, 불교는 왜 그럴까? 왜 ‘지옥처신경(地獄處身經 Manuel for the Hell Residents)’ 같은 경전이 없을까? 지옥에 가는 경우 형기를 단축하기 위해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하는 점들을 빠짐없이 세세하게 기록한 실용적인 경전도 없고, 지옥에서조차 복을 쌓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귀한 경전도 없다. 

예를 들어 가장 경미한 등활지옥(等活地獄)에 빠진 사람이, 가장 지독한 무간지옥(無間地獄 고통이 쉴 틈 없이 엄습하는 지옥, 즉 고문이 간단없이 자행되는 고문실)에 빠진 사람을 가엾이 여겨 대신 무간지옥으로 가는 선행을 하여 크게 지옥형기를 단축했다든지 하는 내용을 담은 경전이 없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지옥이 철저히 벌을 받는 곳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악인이 죽을 때 '아미타불을 염하라‘는 말 대신 '지옥에 가면 잘 처신하라고' 지옥처신경을 독송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너 평소에 욕을 입에 달고 살던데 지옥에 가서도 그러다가는 큰일 난다. 부디 조심하그레이." 아무래도 악인이 극락에 가는 것보다는 지옥에 갈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해도 아미타경설법과 지옥처신경설법은 1:9는 되어야 적당할 것이다. 

천국처신경 
천국은 적립한 복을 돈처럼 사용하는 영적 리조트 

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천국에 가서도 계속 선행을 하고 복을 지어서 천국거주기간을 늘이라는 가르침은 전무하다. (불교)경전은 "천계에서 천인의 수명이 다하여 하계(下界)로 떨어질 즈음에 나타나는 현상은, 화관(花冠)이 시든다, 옷에 때가 탄다, 웃음이 사라진다" 등으로, 자세히 묘사하면서도 그런 일을 막거나 연기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천국은 복을 쓰는 곳이지 복을 쌓는 곳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즉, 천국은 복을 지불카드로 사용하는 영적 리조트이다. (지불카드에 적립한 복을 다 쓰면 영적 리조트에서 쫓겨난다.) 

아귀 지옥은 인간의 감옥이므로 형기가 다하면 인간으로 출소한다 
천국은 영적리조트이므로 사용료인 복이 다하면 들어간 곳인 인간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악인이 지옥살이를 벗어나는 것은, 지옥에서 선행을 쌓았기 때문이 아니라, 형기를 다 채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옥중생은 다음생에 인간으로 태어난다. 인간이 큰 죄를 짓고 땅 밑 감옥으로 갔다가 인간계로 출소하는 것이다. 지옥중생이 죽어 축생으로 태어나는 법은 없다. 지옥이나 아귀계와 마찬가지로 축생계 역시 감옥이기 때문이다. 형기가 다하면 일단 감옥을 나오지, 그러지 않고 다른 감옥으로 가서 추가로 옥살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귀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죄를 지으면 아귀로 태어났다가 형기가 다하면 인간계로 출소한다. 

따라서 지옥 아귀 축생 천인은 인간계하고만 왕래를 하지 즉 환생을 하지, 자기들끼리 환생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옥에서 천국으로 화생(化生)하거나 천국에서 지옥으로 화생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일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타종교인 기독교에서조차, 타락한 천사장인 사탄은 지옥에 가지 않고 버젓이 우주를 싸돌아다니며 하나님과 맞짱을 뜬다. 지옥은 오로지 인간들 몫이다.) 

또 형기와 복이 다하면 그만이지, 지옥중생이 죽어 다시 지옥으로 환생하거나, 아귀가 죽어 다시 아귀로 환생하거나, 천인이 죽어 다시 천인으로 환생하는 일은 없다.  

축생은 지옥에 가지 않는다 
축생이라는 형기가 다하면 인간으로 출소한다 

이런 곳들은, 즉 지옥 아귀 축생 천인은, 인간이 인간의 행위에 대한 상벌의 개념으로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축생이 지옥으로 환생하는 법은 없다. 세계 여러 곳에서, 지옥과 천국이 발명된 이래로 수천 년 동안, 제작되어 남아있는 지옥도(地獄圖)에는 축생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옥에서 고문 받는 개 소 닭 오리 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서 받는 대표적인 벌인 화탕(火湯)지옥과 도산(刀山)지옥 벌은 축생시절에, 매운 고춧가루를 마구 듬뿍 뿌린 닭도리탕 꼬치구이, 얇게 저민 불고기 삼겹살 샤브샤브 고문 등으로 이미 다 받았다. 천국에도 축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인이건 지옥인이건 모두 인간 모습이다. 

2억 년 전의 천국에는 인간모양의 천인이 살았을까 
아니면 공룡모양의 천인이 살았을까 

그런데 아직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던 공룡이 득실대던 2억 년 전의 천국에는 사람모양의 천인들이 살았을까? 그럼 지금 인간모양으로의 진화는 미리 예정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진화론(evolution theory)은 ‘생물체가 미리 정해진 특정한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방향성과 결정론을 부인하므로,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과 조계종 영적지주 송담 스님이 진화론을 반대하실 만도 하다. 

특수 영적 리조트인 극락에도 곤충은 물론이거니와 야생동물과 가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모기나 파리가 '욍욍'하고 날아다니는 극락을 상상할 수 있는가? 또 모기나 파리가 무슨 복과 선행을 쌓았다고 극락에 갈 수 있겠는가? 

지상낙원에서의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 

(흥미로운 사실은 낙원은 하늘이 아니라 바로 이 지상에 건설된다고 믿는 종교인들의 낙원에는 사자 호랑이 악어 사슴 양 뱀 토끼 등 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절대 서로 잡아먹지 않는다. 모두 채소와 과일만 먹고 산다. 

예를 들어 여호와증인들이 그리 믿는다. 낙원을 뜻하는 파라다이스의 어원이, ‘동물원이 있는 왕실정원’을 뜻하는 페르시아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잃어버린 낙원인 에덴동산 역시 동물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종의 개방형동물원식 정원이다. 이 역시 페르시아 낙원 파라다이스에 기원을 둔다. 기독교에 의하면, 사람들이 동물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은 40일간의 노아의 대홍수로 인하여 지구상에서 식용식물이 일시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 생존한 노아가족들은 노아의 방주에 실은 동물들을 잡아먹었을까? 종류별로 한 쌍씩만 실었는데도? 40일간의 대홍수기간에 방주에서 낳은 새끼들을 잡아먹었나? 종교경전은 정말 스스로 모순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가득하다. 

아! 그런데 이들이 놓친 게 있다. 고래 꽁치 상어 등 물고기들이다. 이 사람들의 낙원에는 이 물고기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 페르시아 왕의 정원에 고래 꽁치 상어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지구를 떠나 하늘에 있는 천국으로 가는 것은 지상낙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처음부터 거기 산 것이 아니므로, 또 그곳에 전혀 가본 적이 없으므로, 그곳으로 가는 것은 성취해야만 하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이다. 그런데 그곳에 아무 공도 없는 동물들이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낙원의 원형인 고대 페르시아 왕의 정원에 동물원을 만든 것처럼, 지상의 정원에야 그냥 동물들을 데려다 놓으면 되지만, 하늘의 천국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정원이 얼마 안 되는 우주선을 타고 낙원행성으로 가는 경우, 과연 동물에게 돌아갈 자리가 있을까? 천국이라는 낙원이 외계행성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한마음선원 창설자 대행 스님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하늘나라에서 지구로 비행접시를 띄운다고 주장했다. 

아, 이 지상낙원 주의자들이 빠뜨리고 언급을 안 한 게 있다. 상어 악어 사자 호랑이 범고래 피라니 하이에나 아나콘다 같은 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상낙원에서는, 이 벼룩 빈대 모기 거머리 바퀴벌레 등 해충과, 전갈 독거미 거머리 등 독충과, 회충 요충 편충 촌충 십이지장충 등 기생충과, 마마 결핵 에이즈 에볼라 말라리아 헬리코박터 균들이 채식을 하며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을 하는가?) 

우주가 지옥이라는 감옥과 천국이라는 영적리조트를 운영하는가 

당신 생각에는 어떤가? 우주가 인간을 벌주고 가두는, 지옥 아귀 축생이라는, 감옥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는가? 또 우주가 인간에게 상을 주는, 72명의 처녀가 기다리는, 이슬람천국 같은 영적 리조트를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는가? 이런 것들은 너무 인간적인 체취가 물씬 풍기는 개념들이 아닌가? 너무 상상력이 빈약한 건 아닌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왜 지옥중생들과 천인들은 인간처럼 생겼을까 
동물보다 더 악업을 지은 지옥중생은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왜,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인 5도(道) 중, 축생과 인간만 같은 곳에 살까? (아수라와 천인(天人)도 같은 곳에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초기불교에는 아수라가 없다.) 

지옥은 벌을 받는 곳이므로 인간계보다 훨씬 못한 곳인데, 왜 또는 감히 지옥 중생은 사람모양을 하고 있을까? (지옥을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종교인들이 종교에 관계없이 하나같이 그리 묘사한다.) 

동물은 벌을 받아 가죽을 뒤집어쓰고 네발로 다니는데, 동물보다 못한 지옥중생은 왜 사람모양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또, 천국은 상을 받는 곳이므로 인간계보다 훨씬 나은 곳인데 왜 천인들은 누추하게 인간모습을 하고 있을까? (천국을 다녀왔다는 종교인들이 종교와 관계없이 하나같이 그리 묘사한다. 천인들이 인간처럼 생겼다는 데에 한 점 의심도 없다. 불경에는 부처님이, 속세에 두고 온 아름다운 부인 생각에 괴로워하는, 제자 난다에게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녀를 보여주어 인간여인에 대한 집착을 끊게 하는 일화가 등장한다. 난다가 천녀의 미모에 감탄한 것을 보면, 천녀는 눈이 3개 달리거나 팔이 4개 달린 이상한 모양이 아니라 사람모양을 한 것이 분명하다. 또 척추도 ‘X’자 형이거나 ‘Y’자 형이 아니라 사람처럼 ‘I‘자 형이 확실하다.) 

천국에도 공기가 있나? 왜 천인은 콧구멍과 귓구멍이 있을까? 축생과 사람이 다르게 생겼듯이, 지옥중생과 사람이 다르게 생겨야 하고, 천인(天人)과 사람이 다르게 생겨야 하지 않겠는가? 천인이 외계인이라면 최소한 ET처럼은 생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똑같이 생긴 것은, 천국과 지옥이 인간의 창작물이자 발명품이라는 걸 그리고 수천 년 전(前) 고대인들의 상상력이 빈약하다는 걸 웅변적으로 고백한다. 지금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3D 영상으로 정말 실감나고 기발하게 지옥중생과 천인들의 모습을 창조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왜 병원균과 기생충과 암세포는 지옥에 가지 않는 것일까 
왜 페니실린 곰팡이는 천국에 가지 않는 것일까 

무수한 축생과 인간을 도살하는 살인병기 생명체들인 마마 수두 홍역 독감 결핵 흑사병 에이즈 에볼라 산욕열 메르스 파상풍 콜레라 장질부사 말라리아 간디스토마 소아마비 디프테리아균들은 왜 지옥으로 가지 않는 것일까? 무슨 이유로 이 벼룩 빈대 회충 촌충 요충 촌충 편충 거머리 등 기생충들은 지옥으로 가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감에도 불구하고 단지 경전에 언급이 없는 것일까? 그 많은 암세포들은 다 어디로 갈까? 지옥에 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일까? 

무수한 사람들을 살린 페니실린 등의 곰팡이들은 왜 천국으로 가지 않을까? 천국은 한쪽 구석일지라도 푸르스름하게 곰팡이가 피면 안 되는 것일까? 설마 결벽증으로 우주정의를 희생시키는 건 아니겠지. 혹시 일부 의사(醫師)들의 전생은 페니실린일까? 

혹자는 의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일은 업(業)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 말이 옳다면 물론 당연히, 의식이 없는 병원균이나 암세포나 곰팡이들은 지옥이나 천국에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동물도 자기가 전생에 지은 업을 만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동물로 환생하는 경우에, 의식이 있는 인간이 전생에 지은 악업을, 인간보다 의식이 없는 동물이 무슨 수로 의식적으로 선업을 지어서 만회할 수 있겠는가? 

육체의 부활을 믿는 종교는 사람을 잡아먹은 동물도 할 수 없이 부활시켜야 했다 
삼킨 사람고기를 토해내게 하기 위해서 

종교는 정말 불가사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웃게 만든다. 테르툴리아누스 같은 초기 기독교교부들은 천국에서 망자(亡者)의 몸이 문자 그대로 부활할 걸로 믿었다. 그래서 사람을 잡아먹은 짐승이나 물고기도 부활해야만 했다. 부활할 사람의 살을 돌려주기 위해서!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의 토르첼로 성당에는 짐승과 물고기가 ‘최후의 심판’ 일에 살아나 자기들이 먹은 사람 살을 뱉어내는 11세기 모자이크 그림이 남아있다. 중세 신학자들은 짐승의 천국행이 가능한지 생각해보았지만 페니실린 곰팡이 등은 고려하지 못했다.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미개한 고대의 신들은 다 쫓겨났는데 
왜 그때 만들어진 천국과 지옥은 그대로 있나 

과학이 비상하게 발달하여 올림포스 산정에 살던 그리스 로마 신들은 다 쫓겨나고 살해당했다. (대신 사람들이 산정을 박차고 구르며 스키를 타고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유대교 신은 유대인들에게 버림받고 기독교에 의탁하고 살고 있지만, 분노 시기 질투 폭력 살의 학살 등의 화끈한 성격을 다 박탈당하고 남좋은 일만 해주는 거의 무골호인(無骨好人 뼈 없는 비비큐 닭처럼 먹기 좋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사랑의 하나님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무색무취한 이신(理神)으로 다시 변신하고 있다. 이런 우주의 법칙으로서의 이신을 믿는 깨인 사람들은 지옥과 천국의 존재를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의 지옥과 천국도 그리스 로마의 신이나 고대 기독교 신 신세가 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옥과 천국이, 설사 존재하더라도, 외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에 존재한다는 유심지옥(唯心地獄) 유심천국(唯心天國) 이론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은 땅 밑에 지옥이 없고 하늘 위에 천국이 없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지옥과 천국이 지리적으로 물질적으로 우주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지옥은 땅 밑에 그리고 천국은 하늘 높이 어딘가에.)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인류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은 1961년 4월 12일 지구 밖의 우주 공간에서 외쳤다. "여기 신이 없네!(There’s no God up here!)" 

그리고 그 후로 벌써 54년이나 흘렀다. 그 사이에 허블망원경이 우주를 이 잡듯 샅샅이 뒤졌고, 보이저호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초속 10km의 엄청난 속도로 태양계를 가로질러 탈출했다. 인간도 태양계의 무지를 탈출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탈출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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