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귀뚜라미

G 박기린 1 4,509 2021.11.27 16:09

초등학교 때. 친구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 집 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귀뚜라미가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녀 엄마가 하루종일 귀뚜라미 잡느라고 고생이라고 친구는 불평했다.

툭툭 튀어다니는, 바퀴벌레처럼 거무튀튀한 색의 불쾌한 곤충이, 그것도 한 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왠지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년쯤 지나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가기 전, 문득 그 생각이 났지만 설마- 했다. 단독주택으로, 정원이 딸린 오래된 집이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깐.

현관을 열자마자 방 마루에 한 마리의 귀뚜라미. 정말 저것도 큰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위이잉- 하는 모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그치자 안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나왔다. 거실 식탁 위에는 조금 큼지막한 믹서기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과자가 진수성찬처럼 쌓여있었다.

믹서기 안을 흘낏 보니까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유리의 내용물은 뭐지? 참깨? 한방약?

그후 친구의 어머니가 어디에선가 돌아왔다.

손에는 대량의 귀뚜라미. 그것을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 ON. 그리고는 가만히 그 광경을 응시하는 친구의 어머니.

「응, 우리 엄마, 조금 머리가 이상해졌거든」
 
친구는 조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과자를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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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곤충의 원조,뻔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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