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의 이단

연립주택의 이단

G 수희벌레 0 3,902 2021.06.18 21:09

[오후 한 시]

"엄마. 나 귀신봤어"
학교에서 돌아온 10살 아들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삘래를 하며 대답한다.
"귀신이 어디있니? 숙제나 해"

[오후 5시]
장을 보고 연립 입구로 으로 들어서는 젊은 산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멀리서 입구에 서있던 남자의 모습이 가까워 질수록 히미하게 보이더니 마침내는 사라졌다.

[저녁 10시]
술에 취한 40대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연립 앞 공원에 앉아서 담배를 핀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돌아 보니 자신의 옆에 히미한 남자가 담배를 피고 있다.
술이 덜 깬것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자 히미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놀이터로 향한다
한 발 자국 갈때 마다 몸이 점차 사라져간다.

[아침 6시.]
산책을 하기 위해 계단에서 내려가던 부부는 자신을 통과해서 지나치는 남자를 언듯 발견한다.
그러다 깨닫는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

2.

작은 연립이다. 유령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어느 사인가 유령을
목격한 연립주민은 절 반이 넘었고 일주일이 넘어가자 곧 모든 연립주민이 목격했다.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4층의 끝 에 살고 있는 남자다. 붙임성이 좋았으며 제법 돈을 잘 번다는 소문이 있다.
밤에 여자도 데려오지 않았고 생활도 깨끗한 편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지만 유일하게
혼자서만 유령을 보질 못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남자를 만날때 마다 유령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남자는 난처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그 사람만 보질 못하는 거지?"
"마치 우리만 이상한 사람이 된것 같잖아"
"안 그래도 집값 떨어질까봐 쉬쉬하고 있는데... 자신만 안본다고 함부로 떠들면 어쩌지?"

유일하게 유령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곧 왕따가 되었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고 뒤에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3.
화창한 일요일 오후.
날이 좋아서 연립주민들은 앞에 있는 공원에 많이 나와 있다.
아이들은 뛰어다녔고 주민들은 잔디밭에 삼삼 오오 모여 앉아 잡담을 나눈다.

공원을 가로 질러 유일하게 보지 못하는 남자가 걸어온다.
주민들의 눈동자가 일시에 남자를 주목한다. 눈동자에는 마치 이단을 보는 듯한 종교적인 광기가
서려있다. 왜. 너.만. 볼.수.없.는.거.야. 라고 외친다.

그 순간 일어났다.
남자가 홀연하게 사라진것은...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원을 가로 질러 가는 남자의 모습이
점차 히미해지면서 투명하게 변했다. 마침내 공원을 벗어날 무렵에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4.
사람들이 놀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 달이 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4층 끝 집의 그 남자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
목소리와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공백이었다.

4층 집으로 찾아갔지만 비어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모두들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 할수 없었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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