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주를 받아 태어난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주를 받아 태어난다

G 가람 1 2,347 2023.03.28 17:38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어쨌든 글귀가 쌓이는 속도 이상으로 순간은 쌓이고 있다.
순간들. 순간의 이어짐들.

돌이켜보면 내게 소중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던가.

물론 언제나 행복한 순간들만을 나는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울하고 찝찝하고 슬픈 순간들, 더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 심지어는 잊혀지고 내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 조차도 현재의 나를 만들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도와주고 있었으리라, 나는 믿고 있다.
만약 어느 한 순간이라도 내가 쌓아온 시간의 궤적에서 빠져버린다면 그건 내가 아닐 것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을 상상할 수 없듯이, 아득한 과거의, 아무리 생각해도 별 의미 없을 것 같은 아주 사소한 한 순간이라도 내게는 한 없이 소중한 의미였음을 나는 새삼 깨닫는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사주를 받고 태어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바로 몇 시간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십년 전에도 사람은 태어났고 자신의 사주를 살고 있을 것이다.


己 丁 壬 辛
酉 巳 辰 卯


 
방금 이러한 사주를 가진 친구가 태어났다.
여자 아이라면 입묘 당한 관성으로 인해 꽤나 고생할 것 같다.

쓸데 없이 재성은 왜 띄워놓았는지 모르겠고, 재관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에 비록 재주는 있더라도 현달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 풍파가 느껴진다.

 

언뜻 사기꾼의 느낌도 있다.

그러나 꿋꿋하게 살아가겠지.
살아갈 것이다.

세상 누구의 인생에서도 의미 없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현재의 순간에 의존하여 돌아가는 지구에게도 이 친구에게 남긴 여덟 글자의 흔적은, 지구의 인생에서 버릴 수 없는 어떤 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무너졌다면 현재의 지구의 인생은 없다.

좋은 팔자, 나쁜 팔자, 귀한 팔자, 천한 팔자.

그 의미는 인간의 눈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장단과 고저를 못 박아놓지만 어떤 팔자든 순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현재를 보증해주고 있다.

내 인생에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말도 안되는 팔자라 하더라도 제쳐놓거나, 묻어놓을 팔자는 없다.

지구의 기억에서 소중하지 않은 기억이 없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팔자도, 그로 인한 인생도, 소중하지 않은 건 없다고

"비록 안 좋은 팔자라고는 하지만 이 사람이 태어났을 당시 나는 웃고 있었겠지"

어느 날 문득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고 나는 이 생각이 금방 좋아졌고 이러한 결의를 가지고 살자고 생각했다.

Comments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저도 모든 사주, 모든 이들의 인생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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