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와 시간

24절기와 시간

21 이가온 0 4,551 2020.07.24 10:26

 

한국은 예로부터 1년을 춘·하·추·동의 네 계절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24개의 주기적 틀인 24절기로 나누었다. 이것은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이 만들어내는 주기적인 리듬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활용하는 참으로 놀라운 지혜와 경험과학이다. 그래서 “농부農夫는 태양을 보고 들에 나가고, 고기 잡는 어부漁夫는 달을 보고 바다에 나간다.”는 말이 있듯이, 자연과 순응해 자연스럽게 살아온 증거가 바로 24절기로 농경사회인 우리민족의 삶과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인간이 월력月曆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계절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기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24절기도 이런 바탕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24절기의 한 절기와 다음 절기의 사이는 대부분 15일이며, 경우에 따라 14일이나 16일인데 그 이유는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형이어서 태양을 15°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한 달에 절기가 두 번쯤 들어 있다. 그러나 어느 절기가 그 달의 가운데에 들어 있으면 그 달에는 절기가 한 번밖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24절기는 양력으로도 따지기는 하지만 주로 음력으로 계산한다. 특정한 절기가 월초에 있는 것은 절기節氣라 하였고, 월중에 있는 것을 중기中氣라 하였으며, 각 기를 대략 5일 간격으로 세분하여 초후, 중후, 말후로 불렀다. 다시 이야기하면 한 달에서 5일을 1후候, 3후인 15일을 1기氣라 하여 이것이 기후氣候를 나타내는 기초가 된다. 24절기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달이 아닌 태양이 기준인데, 24절기의 이름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를 잘 나타내도록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


달의 운행과 변화를 보고 만든 달력, 즉 순태음력純太陰曆은 태양의 운행과 무관하기 때문에 계절의 주기(변화)와 맞지 않아 불편하다. 즉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보고 농사를 짓는 데는 순태음력純太陰曆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음력에서는 태양의 운동(운행)에 따른 계절의 변화, 즉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黃道를 15˚ 돌 때마다 황하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 등을 나타내는 명칭을 붙인 24절기를 도입하여 같이 사용한다. 따라서 음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24절기로 표시하여 주기 때문에 태음태양력(우리가 흔히 음력이라 말하는 것은 원래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의 준말이다 여기서 ‘陰’은 ‘달’을 뜻하고 ‘陽’은 태양을 뜻한다)이라고 한다. 즉 달과 태양의 운동을 모두 고려하는 역법이란 뜻이다.


서양에서도 태어난 날짜에 따라 별자리를 배정하는데 이것은 24절기와 관계있다. 24절기가 태양의 운동을 기준으로 15도씩 나누어진 구간을 나타내는 것과 비슷하게, 서양 별자리는 춘분점을 기준으로 30도씩 나누어 별자리를 배정하였다. 서양별자리는 계절을 12절기로 나눈 것이고, 나누는 눈금은 동양 24절기의 중기中氣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황도를 12궁으로 처음 나누었던 2000년쯤 전에는 춘분점이 백양에 있었지만 지금은 물고기자리에 있다고 한다. 춘분점이 대략 2100년 주기로 별자리를 옮겨가는 이유는 세차운동 때문이다. 세차운동이란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 면에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구의 팽이운동을 말한다. 세차운동의 주기는 약 26000년으로 황도 12궁으로 나누면 대략 2100년마다 춘분점이 별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참고로 24절기는 아니지만 다른 세시 풍속으로 설날(음력 1월 1일), 대보름(음력 1월 15일), 한식(동지로부터 105일째 날(15×7)), 삼짇날(음력 3월 3일), 단오(음력 5월 5일), 유두(음력 6월 15일), 칠석(음력 7월 7일), 백중(음력 7월 15일), 추석(음력 8월 15일), 중양(음력 9월 9일) 등이 있다. 이 중에는 의외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 많은데, 대개 달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하는 서양과는 정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추석날에 보름달이 뜨면 가족들과 함께 나와 가족의 안녕과 간절한 소원도 빌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다. 그리고 정월대보름의 대보름달의 달집태우기는 모든 부정과 악한 기운을 불태워버리는 정화의 상징으로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동양학의 가장 큰 업적은 지금의 현대 과학기술로는 증명할 수조차 없는 물物 이면의 상象을 알아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적 흐름에 따른 하늘과 땅의 상象을 밝혀놓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이다. 우리가 흔히 띠로 보는 12지지地支와 10천간天干이 배합을 이루어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시계 단위와 비교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계는 60초에 1분이 되고 60분이 1시간이 되므로 명리학의 육십갑자六十甲子와 같은 단위이며, 또 12시간을 시계에 표시하고 있으니 12지지地支와 같으며, 10초씩 구분 짓는 십진법은 10천간天干과 동양의 순旬 개념과도 같다. 결국 시계란 지구의 시간적 흐름을 구분해서 표현한 것으로, 그 단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동양의 개념과 일치한다.


그런데 서양의 시간단위와 동양의 시간단위 사이에는 큰 차이도 보이고 있다. 바로 서양은 하루를 24시간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동양의 시간은 여전히 12시간 단위라는 것이다. 즉 이것은 단지 12단위로 임의 상 편하게 나눈 것이 아니고, 실제 2시간마다의 단위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운象이 바뀌는 포인트라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 시간단위(년, 월, 일, 시)는 그 시점을 가리키는 표시 이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숫자단위일 뿐이지만, 동양의 시간단위(년, 월, 일, 시)는 그 시점의 하늘과 땅이 드러내는 상象의 의미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진정한 의미는 그 해에 하늘의 기운이 경금庚金으로 지구에 작용하고, 그 기운을 받은 지구에서는 자수子水의 기운이 발현된다는 기운의 코드표시이다.


우리가 쓰는 자정子正은 자시子時의 정 가운데를 뜻하니 밤 12시이며, 정오正午는 오시五時의 정 가운데이니 낮 12시를 표현한 것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계는 서울을 기준으로 한 동경 127.5도가 아닌 일본을 기준으로 한 동경 135도를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실제 오시午時는 원래 오전 11시~13시인데 30분을 추가한 이유는 동경 135도에서 오시午時는 우리나라에서 30분을 더 기다려야 된다. 즉, 1도는 4분에 해당하므로 동경 135도와 동경 127.5도와는 30분의 차이가 나는데,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오전 11시 30분~13시 30분이 우리나라의 실제 오시午時가 되는 것이다.


<동양의 시간단위는 12시간>


子時: 오후 11시 30분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

丑時: 오전 1시 30분부터 오전 3시 30분까지

寅時: 오전 3시 30분부터 오전 5시 30분까지

卯時: 오전 5시 30분부터 오전 7시 30분까지

辰時: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

巳時: 오전 9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午時: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未時: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申時: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酉時: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戌時: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亥時: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사주명리학은 태양계의 변화에서 각도를 중시하며 입춘을 1년의 시작점으로 본다. 

동지와 춘분의 각도를 90도로 볼 때 입춘점은 대략 45도 정도인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위치(각도)를 태양을 기준으로 하여 각도로 나타내는 것과 같다. 


24절기節氣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節氣로 나타낸다. 


그런데 만세력萬歲曆의 1년 24절기節氣에 대한 관측 내용들이 현대의 천문 관측에서

나온 내용들과 거의 일치하는 수치가 나오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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