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십신 따위로 기계적으로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다. 상관견관 하나 떴다고 그 사람 인생이 끝났다고 단정하는 식은 수준 낮은 판단이다. 마찬가지로 갑일간이 신월 이후 병정화, 경신금 만나면 무조건 흉하다고 보는 것도 얕은 해석일 뿐이다. 사주는 자연 원리와 계절을 토대로 읽어야 한다.
계절에 맞춘 기운이 핵심이다. 봄철 목왕지절에 금이 많으면 겉보기에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하다. 언제든 부러질 수 있어 결국 목도 금도 상처 입는다. 여름 화왕지절에 토가 지나치면 불균형이 생긴다. 이때는 반드시 금수로 조절해야 하고, 후에는 추수할 목이 필요하다.
그러나 병정화가 많은 여름이라고 다 흉한 것은 아니다.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하다. 폭염 수준이 아니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가을 금왕지절은 목이 많을수록 좋다. 특히 갑목이 을목보다 훨씬 빛을 발하고, 임계수가 함께해도 해롭지 않다.
하지만 금왕지절에 토가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곡식은 줄고 맑은 물은 탁해진다. 겨울 수왕지절은 토가 많아도 크게 문제 없다. 영하 30도에 옷을 껴입는 것과 같다. 다만 과하면 둔해질 뿐이다. 한겨울에 수가 여러 개 떠도 그 자체가 흉은 아니다.
일간이 어떤 오행을 싫어하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갑목은 대체로 경금을 좋아하지만 신금은 꺼린다. 을목은 차가운 계수에도 잘 견디지만 신금은 두려워한다. 목일간이라면 대체로 신금을 싫어하는 게 맞다.
병화는 꺼리는 게 거의 없지만 임수가 없으면 불안하다. 특히 오월생 병화는 무토를 피해야 한다. 무토와 병화는 십이운성이 같아 사실상 비견, 겁재처럼 작용한다. 정화는 약한 불이라 갑목과 경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갑목만 있으면 웬만한 건 신경 쓰지 않지만, 늘 병화에 가려지는 2등의 위험을 안고 산다.
무토와 기토는 수를 제어하려 하지만 수는 가장 다루기 힘든 성분이다. 특히 임수는 기토를 독극물처럼 싫어한다. 토는 특이하게도 한두 글자는 좋지만 3글자 이상이면 사주를 크게 해친다. 금을 매금해버리고, 봄의 새싹도 막는다. 금은 웬만한 병정화의 극도 잘 버티지만 매금만큼은 답이 없다. 결국 목이 와야 풀리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금은 무기토를 싫어한다.
경금은 정화의 제련을 통해 제 역할을 찾는다. 병정화가 없는 금은 한량이 되기 쉽다. 반대로 신금은 수일간과 잘 어울린다. 이미 완성된 금이기 때문에 불로 두드려 맞는 것보다 물로 씻겨 나가는 걸 선호한다. 신금은 병화가 곁에 있으면 화려해진다. 이 때문에 금의 본질을 요약한 말이 ‘벽갑인정’, ‘금수쌍청’이다.
임수는 어떤 경우에도 오염되면 안 된다. 기토와 붙으면 특히 치명적이다. 월간이나 시간에 임수가 붙으면 인생 초반 30년은 고생할 확률이 높다. 보통 임수, 무토 조합을 좋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편이 더 낫다. 물은 고이면 썩기 때문이다.
임수는 금이 많아 맑아지거나 목화로 식상, 재격이 잡히면 그나마 괜찮지만 관격은 별로다. 계수는 음 속에서 양이 태어나 목과 친하다. 임수보다 목을 더 강하게 키우지만, 차이가 있다면 온도다. 임수가 많으면 그저 수기운이 강할 뿐 흉은 아니지만, 계수가 많으면 나무가 얼어 죽거나 병정화가 손상돼 문제가 커진다.
다만 한여름에는 계수가 온도를 식혀주어 사주를 안정시킨다. 계수는 본인이 피해를 입기보단 남을 힘들게 한다. 겨울철 목이 과다한 상태에서 계수가 뜨면 목은 자라는 게 아니라 얼어 죽는다. 그래서 목은 계수를 본능적으로 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