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라는 건 해당하는 년월일시마다 이름 붙여진 육십갑자를 네 줄로 세워놓은 것을 의미하는데, 사주 여덟 글자를 세우면 나의 위치가 만들어진다.
時日月年
X 나 X X
X X X X
저 자리에는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가운데 어떤 글자이든 올 수 있다.
입문하는 시기에는 저 자리에 놓인 글자가 자신을 지칭한다는 이유로 괜스레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따라서 글자의 의미 또한 여러 정보 검색을 통하여 열심히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맥이 빠진다.
음, 내가 甲인데 갑이란 건 시작을 의미하고 고개 숙이지 않는 성질이며 그래서 사람이 뻗뻗하고 시작이란 창조를 의미하니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한 마디로 갑을 관계에서 내가 갑이다라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 갑이 제대로 된 갑이면 진짜 갑이 되는데, 좀 모자라게 되면 꼴깝이 되거나 깝을 떤다느니 하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정도 지식을 갖추게 되면 다음엔 뭘 해야 하나... 맥이 빠진다.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왜 저 위치를 나로 보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년, 월, 일, 시라는 각 기둥을 15년씩 살아가게 되는데 년월이라는 30년을 살게 되면 마침내 일에 진입하게 된다.
서른이 넘어가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이고, 비로소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게 된다.
년이라는 시기를 살게 되는 인생 초반 15년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 밑에서 크는 시기이고, 다음 15년은 머리 좀 컸다고 우쭐대겠지만 그러나 독립하기에는 아직 멈칫한 시기이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유독 김광석이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시기가 매번 또 하루 멀어져감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부터 멀어져가는가?
마음 편하게 공부하던 시기로부터 멀어져가고, 술 먹고 사고치던 시기로부터 멀어져가고, 부모님의 품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순수로부터 멀어져가고, 예술로부터 멀어져간다.
반면 가까워지는 것도 있다. 술과 담배.
그리고 사주 여덟 글자가 세워지면 세로로 선을 그을 수도 있지만, 가로로 선을 그을 수도 있다.
가로로 선을 그으면 위로 가지런히 네 개의 글자가, 아래로 가지런히 네 개의 글자가 놓이게 된다.
나 라는 위치는 아래가 아니라 위에 놓여진다.
사주라는 공간 안에서 아래는 지지라고 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땅의 세계를 의미하고, 위는 천간이라 하며 천사가 살아가는 하늘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땅을 밟고 살아가니 나의 위치 또한 땅에 있어야 하는데, 애꿎게도 나라는 존재의 위치는 하늘에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날개 잃은 천사이기 때문이다.
사주는 음양오행론에 기반하고 있다.
앞서 팔자 여덟 글자를 놓고 하늘과 땅을 나눈 것도 하늘을 양으로 보고 땅을 음으로 보는, 모든 것을 음양으로 보는 시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음양이라는 이론을 짚고 넘어가보기로 하자.
음양이라는 게 별 건 아니고, 우리 사는 세계가 음양의 거대한 운동이라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음은 어둡고, 양은 밝다. 하루가 그렇게 이뤄져 있다.
낮과 밤이 교차하고, 이걸 계절로 확대하면 계절 자체도 거대한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환 안에 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1년 중에 낮이라 할 수 있는 여름과 밤이라 할 수 있는 겨울이 순환한다.
이 여름을 양으로 놓고 火라는 이름을 붙인다.
겨울을 음으로 놓고 水라는 이름을 붙인다.
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엔 시간이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음에서 양으로 가는 과정과 양에서 음으로 가는 과정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에 이름을 붙이게 되면, 겨울과 여름의 사이 즉, 음에서 양으로 가는 과정을 봄이라 하고 여기에 木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를 가을이라 하고 여기에 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렇게 음양에서 사행, 즉 네 개의 움직임이 나온다.
그리고 각각의 성향도 갖게 된다.
화는 밝고 가벼우며, 수는 어둡고 차분하다.
목은 어둡고 차분한 곳에서 밝고 화사한 곳으로 가려하니, 탈출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되며, 금은 밝고 화사한 곳에서 어둡고 차분한 곳으로 가려하니 완결을 지으려 하고 거둘 걸 거두어 가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각각의 성향들은 너무도 분명하며 따라서 마찰을 빚기도 쉽다.
마치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 싸우기 시작하면 답이 안나오듯이 적절한 중재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각각의 성향들이 가장 분명한 곳에서 土라는 기운이 발생하며 따라서 토에 힘입어 마찰은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하나의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넘어가는 시기. 예컨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거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거나 이러한 과도기적인 시간이 무리 없이 느껴지는 까닭은 토의 의뭉스런 성향이 마디마다 존재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팔 두 개 다리 두 개 라는 사지가 있다.
이 사지가 모인 곳이 몸통이 된다.
토는 음양으로부터 뻗어나간 네 개의 기운이 마디 짓고, 연결 되는 몸통의 기운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음양에서 목화토금수라는 오행으로 분화하는 기운들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 것이고, 모든 것은 음양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목화토금수라는 오행을 또 다시 반으로 쪼개야 겠다. 목이라면 음목과 양목으로, 금이라면 음금과 양금으로.
이렇게 각각을 반으로 쪼개다 보니, 5 곱하기 2는 10이 되어 십천간이 성립하게 된다.
목을 갑을로 나누고 화를 병정으로 나누며, 토를 무기로 나누며 금을 경신으로 나누고 수를 임계로 나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이것은 순수한 기운들. 천사들이 사는 세계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사주 여덟 글자를 상하로 나누었을 때 위쪽에 위치하는 기운들이다.
그런데, 인간들이 사는 땅은 잡스럽다.
때문에 열 개의 지지가 아니라 열두 개의 지지가 성립한다.
땅에서는 목을 寅卯로 나누고 화를 巳午라 나누며, 금을 申酉로, 수를 亥子로 나누는데, 이 각각의 마디마다, 辰戌丑未의 토가 위치하게 된다.
이 토의 위치성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재밌는데, 토는 앞서 동북아균형자 역할을 해주는 기운이라고 말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에서 무기가 토가 되는데, 여기서도 음양을 나눠보면 갑을병정이 양에 속하고 경신임계가 음에 속한다.
이렇게 천사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크게 음양으로 나눠지는 부분에 토가 위치하게 된다.
반면, 인간이 사는 땅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 마디마다 토가 위치하게 된다.
지지는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지장간으로 하늘의 기운이 세 개씩 혹은 두 개씩 짝을 지어 결정화된 기운인데, 각각의 다른 하늘의 기운이 뭉쳐져 있다보니 잡스럽고 때문에 각각의 계절의 기운이 충돌하는 자리마다 토가 있어줘야 안정감을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십천간과 십이지지가 설명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다시 한 번 일간을 바라보도록 하자.
時日月年
X 나 X X
X X X X
그리고 저 위치에 아무거나 넣어보도록 하자.
時日月年
X 辛 X X
X X X X
辛이라는 글자는 금의 기운, 순수하게 가을을 상징하는 기운 가운데서도 음금에 해당한다.
금의 속성을 생각해보자. 금이란 양에서 음으로 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가을은 폭력을 상징하는데, 그 이유는 봄 여름 동안 성장했던 기운들을 잘 거두어줘야 겨울로 넘어가 봄을 기다리면서 다시 생명의 기운을 잉태하고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추수를 하고, 열매가 떨어진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낙엽이 지고 이파리도 떨어진다.
이러한 서늘한 기운을 살기라고 하고 그 중에서 적극적으로 살기를 펼치며 생명을 거두어가는 것은 양금이 되는 庚의 역할이 되고, 금은 무섭고 폭력적인 기운으로 이것이 양의 적극적인 모습을 띨 땐 언뜻 무식해보이는 도끼나 식칼이 되나, 한편으로 금의 음적인 모습은 보석처럼 찬란한 매혹적인 모습을 띠기도 한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나이프를 펴보면 그 모습이 서늘하기도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또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렇게 각각의 오행, 그의 양적인 모습과 음적인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과정이 첫째이고, 다음으로 뭘할까를 생각해보면, 월이라는 것이 중요해진다.
時日月年
X 辛 X X
X X 子 X
자월이란 겨울 중에서도 한 겨울을 뜻한다.
사주는 가상의 기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계절은 일간에게 어떤 명령을 부여한다.
한 겨울에 음금으로 태어난 기운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얼마만큼 잘 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깃털처럼 많은 사주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된다.
겨울에 금은 사실 할 일이 별로 없다.
겨울은 생명을 상징하는 목이 잉태되고 배양되는 시기인데, 생명을 거두어가는 금기운이 괜히 집적거려서는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공간이 하는 일을 오히려 방해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생명을 잘 거두어가는 것은 음금이 아니라 양금이 되므로, 어차피 겨울에는 금을 휘두를 시기도 아닐 뿐더러 음금은 생명을 잘 거두어가지도 못하므로 얼마만큼 음금이 뻘짓을 하지 않고 잘 찌그러져 있느냐로 계절적인 입장에서 사주를 보는 한 방법이 된다.
다음으로 금은 기본적으로 화에서 수로,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과정 가운데 위치한다.
하나의 일간이 정해지면, 사주에 분포되어 있는 다른 기운들에 대하여 상대적인 입장이 생기게 되는데, 금 입장에서 수는 자신이 있고 난 다음에야 잉태될 수 있으므로 자신이 키우고 태어나게 하는 기운으로 인지하게 된다.
겨울이라는 공간은 음금 입장에서 자신이 키우는 아이와 다름이 없다.
인간이 태어나서 키우는 것은 물론 아이도 되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재능과 꿈이 되기도 한다.
월은 한 인간의 사회적인 정체성, 즉 직업적인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러한 사회적인 정체성을 얼마만큼 손상받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가가 깃털처럼 사주를 보는 방법 가운데 또 하나가 된다.
이렇게 사주를 보는 큰 툴로서 계절적인 방법, 또 하나는 월이라는 것의 활용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되는데 이 두 가지 입장은 어떨 땐 일치하기도 하고 어떨 땐 엇갈리기도 한다.
계절적인 방법에서는 생명을 상징하는 목이 주인공이 된다.
수는 추위, 화는 더위가 되는데, 목이 없으면 이 추위와 더위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생명이 없으면 이게 더운지 추운지 어찌 되어가는지 느낄 수가 없다.
화의 화려함 아무리 스포트라이트를 잘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한들 생명이 없으면 조명 받을 사람이 없는 것이고, 수의 준비기간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한들 목이 그에 노출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연습생 없는 연습실이 된다.
그리고 금은 살아 있는 생명을 고통주거나 혹은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데, 생명 입장에서 죽음과 고통이 없다는 건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이 추위와 더위를 느끼면서 적절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지 어떤지를 보는 것이 계절적인 방법이 되며, 따라서 일간이 금으로 정해지고 내가 금의 입장을 취한다고 한들, 자신의 팔자가 갖고 있는 목이 별 소용을 얻고 있지 못하면 격이 떨어진다고 보게 된다.
다음으로 월의 활용성이라는 입장에서는 월은 한 개인이 이 세상에 사회적인 정체성을 얻고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미션을 부여하고 있다고 보고, 이 미션을 잘 이뤄내고 있느냐라는 입장으로 팔자를 보는 포인트가 월에 있게 된다.
사주는 한 인간이 생래적으로 안고 태어나는 음양과 오행의 분포도라 할 수 있는데, 전자의 입장에서는 목을 중심으로 전체 음양오행의 분포도를 보는 것이며, 따라서 전체적인 오행의 배합과 균형을 살피면서 서로서로 상생하자라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후자에 대해서는 다른 오행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든 말든 이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잣대를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시대에 정작 자신이라 할 수 있는 일간에 대해서는 앞서의 두 가지 관점이 좀 무관심해보이게 된다.
물론 일간을 중심으로 놓고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사주를 보는 방법은 깃털처럼 많으니까 말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얼마만큼 돈을 감당할 수 있고, 권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방법 또한 있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툴로 사주를 보게 되면, 각각의 관점마다 흥미로운 점이 있게 되는데, 나라는 주체 입장에서 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균형이 이뤄져 있다면 부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업적인 정체성이라는 입장에서 이 사람이 만약 명예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아무리 부자라고 성공했다고 치켜세운들 이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계절적인 입장이 들어가면, 이 사람이 비록 부자가 되고 직업적으로 성공한들 목이라는 것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사주라면 결국 생명력 없는 삶이 되어 삶의 균형감이 확 무너지는 삶을 살았다는 평가가 들어가게 된다.
이를 다르게 설명하자면 내가 비록 성공하지 못하고, 부자가 되지 못한들 목을 잘 키우고 있으면 이 목에 의지하여 삶의 안정감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다른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적인 정체성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계속해서 속삭여볼 생각이다.
음양 오행에 대해 신선하게 관조된 글과 사주의 균형에 대해....
월과 나와의 관계에 어떤 포인트를 두고 통변할것인지를 생각하고....
이 안에 모든게 함축되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