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목은 수를 먹지 않는다

갑목은 수를 먹지 않는다

G 설화 1 1,701 01.17 13:34

갑목은 목의 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이다. 상승하고 솟구치는 기운. 기는 느낄 수 있을 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양간이 공유하고 있는 성질이기도 하다.

흔히 갑목을 아름드리 나무라고 하는데, 이는 이해를 위한 비유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 실제로 갑목을 아름드리 나무라고 직설적으로 등치시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과정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 때문에 생기게 되는 오류 또한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목의 질로서 실제로 목을 성장시키고 뿌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을목이 된다.
을목은 기토 계수를 통해 뿌리를 배양하고 갑목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면 갑목은 무슨 일을 하는가. 갑목은 가을, 겨울 그 중에서도 가을이 되면 금을 보아 특히 경금을 보아 칼을 맞기를 원하며 봄, 여름이 되면 화를 보아 아름답기를 원한다. 이 과정에서 수가 갑목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역할은 없다.

보이지 않는 기가 보이는 계수를 먹는 일은 없다. 사람이 천사에게 물을 먹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궁통보감을 보면 인월 갑목이 병화와 계수를 봄을 기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엥? 갑목이 계수를 먹지 않는다며?

과연 그러하다. 초봄에는 갑목이 병화를 보아 아름답고자 하는데 계수의 차가움이 없으면 병화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좀 추워져야 태양의 고마움을 알 것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형이상학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을목 입장에서는 좀 다르다. 을목에게 계수는 그냥 자신이 먹어야 할 물이다.
봄에는 목 입장에서 수화기제가 중요한데, 수화기제란 수와 화의 적절함이 된다.

 

여기서 적절함이란 말이 참 어려운데, 머리카락을 드라이 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그냥 드라이기만 갖다 대면 머리가 푸석푸석 마르기만 한다.

이때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서 드라이 하면 스타일이 잘 나온다.

봄의 수화기제에 대해서는 궁통보감 목론 앞부분에 나온다.

春月之木,漸有生長之象。初春猶有餘寒,當以火溫暖,則有舒暢之美,水多變剋,有損精神。春末陽壯水渴,藉水資扶,則花繁葉茂。初春無火,增之以水,則陰濃氣弱,根損枝枯,不能華秀。春末失水,增之以火,則陽氣太盛,燥渴相加,枝枯葉乾,亦不華秀。是以水火二物,要得時相濟為美。

봄의 목은 점차로 생장하는 상이다. 초춘에는 아직 한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 응당 화로서 온난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뻗어나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수가 많으면 극으로 변하여 정신을 손상당하게 된다.
춘말에는 양기가 장성하여 수가 마른다. 적수로 자부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꽃잎과 가지가 무성해진다.

초춘에 화가 없는데 수가 더해지면, 음농하여 기가 약해지고, 뿌리와 가지가 마른다.
따라서 화려하지도 못하고 빼어나지도 못하게 된다.
 
춘말에 수가 없는데 화가 더해지면 양기가 태왕해져서 목마름과 건조함이 서로 더해지니 자지와 잎이 메말라 수려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수화 두 개의 기운으로 적절한 때를 만나면 아름다워진다.

이 때 봄의 갑목 입장에서는 화가 치열하면 제어하거나 빛내기 위한 수가 되지만, 을목의 입장에서는 직접 자신이 먹어야 할 물이 된다. 

 

갑목 입장에서 수는 섭취해야 할 대상이 아닌 셈이다.

물론 양간이 약할 때는 음간의 모습이 있고, 음간이 강할 땐 양간의 모습이 있다.

따라서 진월에 갑목이 쇠하게 되는 시점에서 진중 계수가 들어 있게 되는데, 목을 음양을 나누어 갑을로 나누었듯이 갑에도 갑의 갑이 있고 갑의 을이 있어 갑의 을이 이 계수에 의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을에도 을의 갑과 을의 을이 있는 셈이다. 이거는 자평진전에 나오는 얘기다.
사월까지도 갑목은 계수에 의지하는 바가 크게 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갑목은 수 자체를 섭취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궁통보감을 보면 진월 갑목이 경금과 임수를 쓰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때에도 갑목이 임수를 먹는 것이 아니다.
진월은 비록 갑목의 성장이 끝난 때이기는 하나 아직 살아있는 목으로서 경금의 칼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에 임수는 경금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다.
춘말에 목이 마르니 물 주자가 아니라, 경금으로서 목을 때리자도 아니고, 목을 때리는 쓸모 있는 경금은 아니지만 금 자체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위한 임수가 된다.

여기서 진월 갑목이 진짜 재밌는데, 갑의 갑은 임수로서 빛나는 경금을 다루고자 하고, 갑의 을은 계수에 의지하고 있는 중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묘월 갑목론을 보면, 경금을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갑목은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경금을 편하게 맞지만, 목이 가장 힘이 셀 때는 봄이 된다. 이 때 갑목은 경금을 다루어 가지를 치려 한다. 단 목이 반드시 왕성해야 한다.

重見生旺,必用庚金斲鑿,可成楝樑

목이 거듭 생왕하여 중해지면, 반드시 경금으로 깎고 다듬어 동량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갑목이 칼을 맞기 전에 아름다워야 할 때, 특히 병화가 이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주게 되는데 초봄을 지나면서 화기가 강렬해짐에 따라 임계수가 화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갑목에 있어서의 수의 의미가 중요해지게 된다.

사월을 지나 오월을 넘어가면 슬슬 벽갑인정이 나오게 된다. 오월이 되면 갑목이 죽게 되는데, 갑목은 경금으로 재목을 만들고 경금으로 권위로 삼되 경금을 정화로 단련하여 권위에 권위를 부여하니 칼을 맞아도 권위 있는 칼에 맞는 셈이 되어 기쁘게 된다. 이 때부터 거의 갑목은 벽갑인정으로 마무리 된다.

목이 칼 맞아야 할 때 수를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비유로서는 물 먹은 목재를 어떻게 도끼로 쪼개느냐가 되겠지만, 경금이 임수를 보면 정화로 단련되는 실용성 있는 금이 아니게 되고, 그냥 예쁘기만 한 금이 되고 계수를 보면 경금이 녹슬게 된다. 오히려 가을의 갑목 입장에서는 칼을 제대로 맞지 못하게 하는 악재가 되는 셈이다.

갑목은 수를 섭취해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월에 갑목이 태어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냥 수생목으로 이해하면 그만이지만 해월에 임수는 병화와 좋은 관계를 짠다. 인월에 병화가 태어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월에 병화 역시 잉태의 준비를 한다. 야 병화 뜨니까 갑목 너도 깨어나라가 되는 셈이다.

Comments

저 큰나무의 이야기네요^^ 그래서 더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진^^이네요 ....인월에 갑목이고 제옆에 병화가 따뜻하게 해줘요
항상 저와 '수'에 대해서 너무 궁금했는데 많은 이해가 되었어요 .저는 '수'가 없어요. 년주 아래 지장간에 경 과 신 이 있을뿐....나에게 '수'가 있어야 하나.... 그런생각 많이 했거든요.
항상 역학공부할때 제 사주의 엉터리 풀이를 하면서 제 사주 글자 자체에 정이 들어 버리면서 제 사주 여덟글자를 그냥 사랑하게 되었담니다.... 힘들어도 기뻐도....그냥 쭈욱 사랑하기로....
역학공부하면서 완벽한 사주배열이 있기가 어렵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인간사 그렇듯이)갑을병정...자축인묘들이...서로 얽히고 설켜 여기 좋으면 저기 좀 안좋고...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항상 다리 아프게 서있는 갑목....내가 너를 사랑해 준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