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주역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 사주원국에 없는 글자가 들어올 때, 그 글자는 체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큰 수는 작은 수에 대해 체다.
작은 수는 큰 수에 대해서 용이다.
정적인 수 ( 원국 = static number ) 은 체이며 변화하는 수 ( 운 = dynamic number ) 은 용이다.
이게 기본이고, 대운을 원국과 같이 쓰면 안된다.
화가 없는 어떤 사람의 사주를 예로들어 보자.
화는 따뜻한 성질(난)을 의미하지만, 온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산성음료수는 따뜻한 성질이고, 따뜻한 알칼리음료수는 냉한 성질이다.
왜냐하면, 그 음료수가 체내에 흡수되면서 이내 체온에 맞춰지기 때문이고, 온도보다는 성분이 더 오래도록 깊이 작용하는 것이다.
따뜻한 레몬티, 구연산 같은것은 예외가 되는데, 흡수될 때는 산성이지만 소화되면서 알칼리로 분해되어 버리기에 실상 냉한 음료수인 것이다.
열을 식히는데는 도움이 될수 있을지 모르지만, 딱히 감기에 좋다고 볼 수 없다.
감기는 기가 감했다는 말이고, 양기가 약화되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주 명국에 화가 없다는건, 화기를 수용할 수 있는 수용체(capacitor)가 적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뜨거운걸 먹지 못하고, 어떤이는 특히나 매운걸 즐긴다.
술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체질적으로 화를 찾으면서도 대체로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특성을 보이곤 한다.
즉, 병화와 정화가 다르고, 외부적 '화'와 내부적 '화'는 다른 것이다.
나는 화기신이니 더운것도 매운것도 안맞아.
이런건 일반화될 수 없는 기호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자기 체질에 어울리는게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다.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것을 써먹을 수 없다.
환경이 바뀌자 마자 적응할 수 없는 존재란 거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그 적응의 기간이 긴 편인 동물이란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응이 빨랐던 네안데르탈은 보다 긴 보육기간이 필요했던 크로마뇽에게 흡수되었고, 도태되어 사라졌다.
다운로딩이 오래걸린단 말은, 그만큼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인류사를 보더라도 한계효용의 문제긴 하나 보다 많은 준비가 대체로 성공적인 편이다.
그러니 대운처럼 기간이 긴 어떤 운의 변화에서는 그나마 초중반을 넘기게 되면 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초중반은 단지 필요를 알아가고 준비하는 기간인 것이다.
그런 운의 변화를 통한 경험이 나중에도 쓰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토' 다.
토는 메모리고, 저장성을 갖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떤 운에서 경험한 기운들은, 토에 관념화 되어 저장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또한 해당운이 왔을 때인 것이다.
토가 있다 하더라도, 원국에 글자를 가진 사람들 처럼 잘 활용할 순 없는 것이다.
자기 삶을 조금만 되돌아 보아도, 명국에 없던 기운이 들어왔을 때 한 행동들과 그 기운이 빠져나가고 나서도 그 기운을 쓰고 있는지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낯선 기운이 들어오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익숙해질만 하면 쓱 빠져버리는게 운이다.
그나마 대운은 길어서 조금 쓰다 마는 것이다.
몸에 익숙한 자와 메뉴얼 찾아보는자의 차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