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고 충이라고 다 나쁜 게 아닙니다.
합이 너무 과하면, 위인됨이 정에 끌려 결단력이 부족하여 큰 일을 이루기 어렵고, 충이라도 내게 적이 되는 오행을 충했다면 이는 '충거'라 하여 귀히 되는 것입니다.
예부터 충이 없으면 평탄은 하겠어도 대성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충이면 무조건 나쁘고 합이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입니다.
여명에 합이 과하면 '합다유정'하여 사람 좋다는 말은 들어도 부부간에 외정이 발생할 우려도 있으니, 되려 이때는 충이 있어 합 되는 것을 끊어내면 자제가 되는 것입니다. 합과 충 또한 음양의 큰 범주에 속한터, 좋고 나쁘다는 것은 온전히 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비겁이 많아 경쟁자가 따르는 명에 충이 있어 비겁을 견제하면 승률이 높아지고, 식상이 왕하여 부부간 무정 불화가 따르나 팔자든 운이든 인성이 식상을 충해주면 역시 부부간 흉이 길로 변하니, '흉변위길'이란 진정 충에서 오는 예가 많습니다.
이 경우 식상다에 인수로 패인하는 인수용신인데, 팔자의 특정 오행이 그 인수를 합으로 묶어놓았다면? 이때는 도리어 합이 충보다 못한 역적이 되는 것입니다.
본인과 가족 사주를 단식으로 판단하는 예가 너무 많습니다. 나쁜 건 아니지요. 그것이 사주 출발의 혹은 관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니까요. 다만 거기서 그치거나 그것이 진리인 줄 알고 맹신하는 것은 스스로를 걱정의 올가미로 꽁꽁 묶어두는 자충수가 되리란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단식이 참 재미있지요? 왜 재미있냐면, 접근하기 쉬워서 그렇습니다. 오늘 인터넷서 도화살 5분 스캔하고 나면 저녁에 친구 앉혀놓고 "응, 넌 도화가 있으니 끼도 많고 좀 놀겠다야." 이런 것들은 어쩌다 소 뒷걸음치다 맞아떨어질 때도 있는데 그 맛에 취하게끔 합니다.
쾌락? 짜릿함? 그래서 단식의 매력에 더욱 빠지곤 하는데, 역시 나쁜 건 아닙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부를 더 발전시키면 단식으로 다져놓은 바탕이 복식과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할 테니까요.
특히 궁합에서 일지 충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일지가 충이면 다 이혼이고, 일지가 합이면 다 천생연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충이든 합이든 내 팔자 상황이 어떤지, 기신을 충했는지 용신을 충했는지, 상황에 따라 합이 도리어 역적이 되고 충이 도리어 귀인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