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팔자는 원래 누구를 만나도 에너지 누수가 생긴다. 

잘해보려고 해도 정 붙는 순간부터 피로가 쌓이고, 상대가 다가올수록 내 안의 경계선이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오래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필연궁합을 만나면 팔자 자체가 버티질 못한다. 

독립성으로 만든 갑옷을 정면에서 뚫고 들어오는 기운이라서, 피하거나 도망쳐도 여파가 사라지지 않는다. 

끌림의 강도부터가 다르고, 혼자 있어야 편한 사람이 그 사람과 있을 때만 편해지는 뒤집힌 현상이 벌어진다. 

원래라면 스트레스였을 행동도 이상하게 거슬리지 않고, 상대가 옆에 있으면 신경이 가라앉고, 떨어지면 혼자일 때보다 리듬이 더 깨진다. 

팔자가 정해둔 독고다이 규칙이 이 인연 앞에서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런 인연이 들어오면 인생이 통째로 딴 방향으로 꺾인다. 

혼자 살아야 안정되던 사람이 특정 1인에 한정해선 오히려 더 안정감을 느끼는 기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건 로맨틱한 운명적 사랑이 아니라, 사주 원국이 강제로 재배치되는 충돌이다. 

받아들이면 삶의 축이 바뀌고, 거부하면 잊혀지지 않는 잔상이 남아 몇 년이고 따라붙는다. 

혼자 팔자인데도 유일하게 예외 인연이 되거나 혹은 팔자가 못받아들여 결국 파국이 난다.

그 둘 중 하나로 끝난다.

혼자인 운명을 단번에 뒤집을 만큼 강한 기운 충돌이다. 

인연을 받아들이면 인생이 통째로 바뀐다.

인연을 거부하면 수년 동안 그 사람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이전의 혼자 팔자 패턴으로 완전 복귀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