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서 오행이 다 갖춰져 있으면 인생이 안정적일 거라고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오행이 5가지 다 있다는 이유로 인생이 평탄하다고 보는 건, 구조 자체를 무시한 피상적인 해석이다.
실제로는 오행이 적을수록 에너지 흐름이 선명하고 상생 구조가 깔끔하게 잡힐 확률이 높다. 예컨대 목화로만 구성되거나 금수로만 구성된 사주는 상생 형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태가 단순하다는 건 곧, 흐름이 일관되게 잘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오행이 5개 다 들어간 사주는 오행 간 상극 관계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에너지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국 다 갖췄다는 것이 곧 잘 흘러간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게다가 이른바 이상적인 오행 균형이라는 것도 실전에서는 찾기 힘들다. 오행이 2개씩, 2개, 2개, 1개, 1개로 분배된다고 해도, 그게 월지 오행과 맞물려 제대로 순환되려면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특히 월지에 같은 오행이 2개 포함되어 있다면, 그 순간부터 구조는 바로 균형에서 벗어난다. 대운까지 고려하면 완전한 균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 현실 사주에서는 삼합, 반합, 충, 형, 육합 등 각종 작용으로 인해 원래 오행 숫자 자체가 무력화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국은 그럴싸하게 구족이었더라도, 실제로는 특정 오행이 작용을 못 하거나 전혀 다른 구조로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억부용신, 격국용신, 조후용신이 하나로 일치하는 오행구족 사주는 거의 없다. 오행이 많다는 건 다양한 작용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곧 중심 에너지인 용신이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원국 형태가 상극적이고, 용신까지 제각각이면 결국 그 사람 인생도 계속 요동친다. 변화도 많고, 잡음도 많다. 이런 사주가 정말 무난한 인생일까?
핵심은 이거다. 사주는 오행의 갯수가 아니라, 그 구조와 흐름이 중요한 거다. 갖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돌고 있는가 이것이 전부다.
오행구족은 어쩌면 과잉된 혼합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보단 차라리 결핍이 명확한 사주가 방향성도 선명하고, 실제로는 더 안정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