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얘기를 함 해보자. 甲은 봄을 상징한다. 甲은 초겨울인 亥월에 태어난다. 봄은 초겨울에 태어나 亥子丑 겨울을 지나면서 어머니 수에 의지하여 자신의 기운을 모아나간다. 그리고 寅월부터 봄에 도달하면 나도 이제 독립할테라 하면서 자신이 모아왔던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甲이 발산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여름을 상징하는 丙이 바통을 이어받아 다시 여름이 시작되는 巳월까지 기를 모아나간다. 丙은 寅월에 태어난다. 양간이 하늘을 운행하며 봄의 시작이라든가 여름의 시작을 알리면, 乙이라든가 丁이 계절의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 현실화시킨다.

계절적으로 사주를 본다는 건 기를 모아나갈 때 얼마나 잘 도와주고 있느냐, 기를 발산할 때 얼마나 잘 발산되고 있느냐를 보는 셈이다. 봄의 목에게 화는 무척 중요한데, 목이 기를 발산해야 할 때 화가 열심히 발산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甲이 卯를 만나면 가장 왕성하다. 묘월은 봄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卯의 본기운은 乙이 된다. 하늘의 상징이 실질적인 형태를 만나 뜻을 이루게 되는 시기이다. 

묘월은 甲이 발산의 정점을 이루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亥월부터 甲이라는 풍선은 부풀어올랐다가 寅월부터는 바람이 빠지게 된다. 이 과정은 굉장히 생동감이 넘치는데, 묘월에 도달하면 甲의 생동감과 활동성은 멈추게 된다. 그래서 건록에 해당하는 월과 묘월에 해당하는 월에 대한 느낌이 다르게 된다.

때문에 甲이 화를 보아 자신을 발산하기를 기대하는 한편으로 발산이 끝나가고 있으므로 자신을 극제하는 금을 다루려고 하는 성향이 생겨나게 된다. 격국론의 입장에서는 甲이 卯를 만나거나, 丙戊가 午를 만나거나, 庚이 酉, 壬이 子를 만나면 무조건 관살을 봐야 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식상이나 재를 통해 격을 잡을 수 없는 건 아니다. 아직 발산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건록의 월에는 식상 재성으로 격을 짜든 관살로 격을 짜든 마음대로 되는데, 양인은 관살을 보았을 때에 비하여 식재로 격을 짜면 격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 정관과 편관을 가리지 않는다. 정관이든 편관이든 그냥 정관으로 읽는다. 자신이 가장 왕성하므로 기꺼이 뺨 맞아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인이 관을 보았을 때 앞서 편관격과 정관격을 나눈 것처럼 복잡하게 계산할 것이 없다. 관을 보호하는 방법은 재와 인이 있다. 

이때 재보다는 인이 좋다. 양인은 관을 보고 관이 식상에 의해 손상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므로 인성으로 식상을 때려잡아주는 것이 좋다. 양인이 관을 보면 정관격처럼 식상에 의해 관이 손상 당하고 있지 않은지를 잘 살펴야 한다.

양인이 식상을 보았으면 아예 관살을 보지 않고 식상 생재를 짜주는 것이 좋고, 관을 보았으면 재와 인이 좋은데 인성이 더 좋다.

재밌는 점은 격국론이 아닌 오행론적인 관점에서 卯월의 甲은 금을 보기보다 화를 보는 편이 더 좋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목이라는 오행이 갖고 있는 특징상. 나무는 화를 보아 꽃을 피우는 것이 좋다는 것이고, 酉월의 庚은 수를 보아도 좋고 화를 보아도 좋은데, 화로 제련해야 하는 금속의 특징상 화를 보는 것이 더 좋다는 점이다. 어쨌건 격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양인은 관살을 갖추고 손상 당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