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운

이 시기는 그냥 운이 좆같은 게 아니라 운명이 아예 나를 패는 느낌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고, 왜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냥 이유도 없이 맞고 있는데, 아프다고 하면 더 맞는다.
억울하고 분한데 도무지 반격할 수도 없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도 엮이지 못한다.

그나마 곁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질 나쁜 새끼들뿐이다.
노력해도 안 되고, 발버둥 쳐도 허사다. 숨만 쉬어도 손해 보는 시기다.

이때는 무슨 일을 하든 다 꼬이고, 뭘 해도 지랄맞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안 좋은 사람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말아먹는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보면 다들 잘만 사는 것 같아서 더 빡친다.
내가 뭘 잘못했냐?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그냥 시발, 이 시기엔 웬만하면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교운기

기신운에서 벗어나긴 했는데, 이젠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
좆같다. 좆같은데, 왜 좆같은지를 이제는 안다.

내가 당한 걸 돌아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그때 왜 제대로 못했는지가 한없이 후회된다.

왜 저런 새끼한테 당했지? 왜 내가 더 똑똑하지 못했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자괴감이 존나 크다.
남을 원망하는 것도 있지만, 나 자신이 병신 같아서 더 괴롭다.

저 새끼가 그렇게 개새끼인 걸 왜 몰랐을까? 왜 걸러내지 못했을까?
죽이고 싶을 만큼 열받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무한 리플레이다.
과거의 그 새끼를 어떻게 반격했어야 했는지, 어떻게 엿을 먹였어야 했는지 계속 시뮬레이션 돌린다. 그

러면서도 막상 현실에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이때 가장 힘든 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존나 괴롭다는 거다.
그냥 세상이 좆같은데, 그걸 제대로 인식했다는 게 더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갑자기 운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아픔이 한순간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정쩡한 시기, 제대로 복수할 수도 없고, 그냥 속만 썩이는 시기다.

용신운

드디어 머리가 맑아진다.
이제야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저 개새끼들도 결국은 불쌍한 놈들일 뿐이다.

물론 불쌍하다고 동정심이 생기는 건 아니고, 그냥 애초에 상대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다는 걸 깨닫는 거다.

한때 그렇게 죽이고 싶었던 그 새끼들도, 알고 보면 결국 자기 인생 자체가 망해가는 중이다.
저렇게밖에 못 사는 놈들이니까 그 모양 그 꼴이었겠지.

이제 그런 애들한테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더 이상 그 새끼들한테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내 인생 잘 살면 그만이다.
여유도 생기고, 사람도 다시 잘 고르게 된다. 나를 갉아먹는 놈들은 알아서 잘 걸러지고, 그걸 미리 캐치할 수 있는 감도 생긴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과거의 일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때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아, 그냥 지나가는 병신이었구나" 싶다.

괜히 쓸데없이 감정 낭비하지 말고, 나한테 좋은 거나 챙기면서 사는 게 이득인걸 깨닫는다.
누군가 내 인생에 도움 되면 같이 가고, 아닌 놈들은 그냥 차단하면 되는걸 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