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운이 나쁠 때는 청소를 안 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자기 방이나 집이 지저분한 상태로 방치되죠. 하지만 운이 바뀌면 어떤 계기로든 잡동사니를 버리고 대청소를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대학 다닐 때, 항상 겨울만 되면 병에 걸리고, 평소에도 질병에 자주 걸리며 운이 나쁜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그 친구의 자취방에 갔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방이 폭탄 맞은 것처럼 옷가지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고, 택배 박스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어요. 택배 박스에서 먼지가 나오는데, 호흡기 건강에 나쁘니까 여러분도 바로바로 버리세요. 바닥에는 먼지와 머리카락이 가득하고, 손톱깎이 같은 자잘한 물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큰 상자에 죄다 널브러져 있었어요. 환기도 잘 안 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억지로 환기시키자니까 창문을 절반만 열더라고요. 게다가 그 친구는 자취방에서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어요.

하지만 올해 그 친구의 운이 바뀌면서 대학을 늦게나마 졸업하고 자취방을 비우고 본가로 이사 갔어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 시절에 운이 바뀌었는데, 그 무렵 갑자기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방에 있는 책들과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와 문제집들, 때타고 낡은 파일들, 질린 물건들, 수선해서 쓰려고 생각했던 것들, 고장 났지만 추억으로 보관하던 장난감들, 마음에 안 들지만 누가 선물로 준 거라 버릴 수 없었던 잡동사니들... 이런 잡동사니들을 모두 버려버렸어요. 책은 따로 버려서 잡동사니만 쓰레기봉투 6개가 나왔고, 책만 해도 큰 상자로 4박스 이상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창틀과 옷장 구석 등을 물티슈와 걸레로 열심히 닦았어요. 옷장 안에 있던, 안 입는 비싼 옷들도 다 버리거나 남 줬어요. 사이즈가 안 맞거나 유행이 지나서 못 입는 낡은 청바지와 티셔츠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이건 좀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구제 의류에 한때 푹 빠져서 몇 벌 산 적이 있었어요. 그게 계속해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 못 구하는 디자인들이었는데, 아깝단 생각 버리고 죄다 버려버렸어요. 버리고 나니 시원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왜 안 버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쓰레기를 버리자마자 바로 다음 날에 좋은 일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잔잔하게 하나씩 하나씩 일이 풀리는 것 같았어요. 대학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친구 하나도 없이 그냥 졸업하려고 했는데, 꽤 좋은 친구를 만나서 즐겁게 남은 3, 4학년을 보냈고, 좋은 선생님한테 사주풀이도 듣고 (그 이전에는 실력 없는 사주쟁이들만 꼬였었어요), 취직도 하게 됐어요 (TV 광고 회사에 취직했어요). 뭐,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청소에 대한 책을 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 나와서 신기했어요. 청소업하는 일본 아저씨가 쓴 책이었는데, 제일 강조하던 게 1. 환기였어요. 나머지는 일본 특유의 미신스러운 내용이었어요. 아무튼 환기를 잘 시키라는 말에 공감했어요.

저도 생각해보면 방이 더럽던 시절에 환기를 거의 안 시켰어요. 가족들이 맨날 문 닫고 있으니, 네 방에서 냄새가 난다고 화를 내도 (당시 대학이 너무 싫어서 휴학하고 히키코모리 생활 좀 했었어요), 들은 척 만 척, 신경 안 쓰고 항상 방문 닫고 창문 닫고 살았어요. 한여름에도 그랬어요.

당시 사주도 몰랐는데, 나중에 방 청소한 시기랑 인맥이 바뀌던 시기랑 이런 것들이 제 운이 바뀌는 시기와 1~2년 사이로 겹쳐서 일어났더라고요. 참고로 엄청 쏠린 사주인데, 신약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환기 잘 시키고, 청소 꼭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