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뭔가 중요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생각이 안 나서 당황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뭘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멍해져서 까먹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갑작스러운 기억 상실에 혹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치매에 걸린 건가 걱정해 본 적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현상은 나이나 치매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머리가 텅 비는 것을 뇌 과학자들은 '사건 제거'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안전을 위협하는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기존에 생각하던 것을 모두 지워버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배고픈 호랑이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면 기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지 간에 일단 빨리 몸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뇌의 기능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왜 깜빡하고 멍해지는 걸까요?
대부분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 뇌가 어떤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위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방에 가서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오려다가 막상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방문을 지나가면서 우리 뇌가 그것을 위협으로 판단해 사건 제거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문을 열었는데 '내가 뭘 꺼내려고 했더라?'라고 깜빡한 적이 있으시죠?
이것도 냉장고 문이 눈앞을 휙 지나가면서 우리 뇌가 그것을 위협으로 판단해 사건 제거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현대 일상 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특히 많이 일어나는데, 이를 '출입구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 날 때 잠시 생각하면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때는 우리가 혹시 공간을 이동했는지, 눈앞을 휙 지나가는 무엇인가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기존의 공간으로 돌아가거나 뇌가 위협으로 판단했던 냉장고 문을 닫는 등 위협을 제거해주면, 우리 뇌가 다시 이전의 생각 흐름을 복원해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제 예전 기억을 더 잘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뇌가 기억을 저장할 때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저장합니다.

첫 번째는 '맥락'입니다.
기억을 저장할 당시의 환경을 떠올려 보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그 당시의 환경을 떠올리며, 그 공간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 때의 냄새, 소리, 질감 등을 함께 떠올리면 잊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평소에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 그 당시 살던 동네에 가면 더 잘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상태'입니다.
기억이 저장될 당시의 몸의 상태, 특히 감정 상태를 똑같이 해주면 기억을 더 잘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 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이때 기억을 떠올리려면 다시 술을 마시면 됩니다.

이는 그때의 몸 상태와 감정 상태가 동일할 때 과거 기억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술 뿐만 아니라 카페인, 니코틴 심지어 마약까지도 그렇다고 합니다.
매번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했던 사람은 그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려면 커피를 마시면서 떠올리면 더 잘 떠오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중요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데 생각이 안 나면 그 기억이 저장된 장소에 가서 그때와 같은 행동을 하며, 똑같은 감정을 떠올려주면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뭔가를 깜빡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뇌의 신경 가소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뇌가 학습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체적으로 재조직되고 변형되는 특성을 말합니다.

뇌를 이루고 있는 시냅스, 뉴런 등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성장하고 강화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발달하므로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는 앞서 말씀드린 방법들을 한번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