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모든 마음의 병을 정신병이라고 묶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신병과 정신 질환을 나누어서 설명합니다. 일
반적으로 정신병은 정신 질환보다 심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정신병에 가장 흔한 예로는 정신분열증으로 더 잘 알려진 조현병이 있습니다.
반면, 정신 질환의 가장 흔한 예로는 우울증, 강박증, 불안장애 등이 있습니다.

이 둘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정신병은 정신 질환보다 대체적으로 심각하며, 대표적인 예로 조현병 같은 경우는 망상과 환각 등 확실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이유로 진단 기준이 더욱 확실해서 객관성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은 진단을 내리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의 정신을 직접 볼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듣고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주관성이 개입된 상태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암의 진단 기준을 생각해 보세요.
의사가 직접 검사 도구를 통해 암세포를 확인했고, 상당히 번져 있는 상태라면 암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데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앞서 말했듯이 그 병의 원인이 되는 신체적 이상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집니다.

정신질환의 대표적인 예인 범불안장애의 진단 기준을 살펴볼게요.
진단 기준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양한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불안과 걱정이 적어도 6개월 동안 50% 이상의 날에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합니다.

불안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인데, 과도한 불안과 걱정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지속된 증상이 6개월 이상인 것이 확실한지, 그리고 그 불안이 50% 이상의 날에 일어나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환자가 과장에서 힘들다고 말하면 이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정말 난감한 상황이죠.

이러한 진단 기준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 진단 기준은 바로 DSM 다섯 번째 버전인 DSM-5에 수록된 기준입니다.

DSM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으로 불리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신과 바이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DSM은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28명의 위원회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법을 제정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DSM은 정신 질환의 진단을 조금이라도 통일시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진단의 통일성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약을 많이 팔기 위해 ADHD와 같은 사소한 증상에도 진단을 붙여 버려 진단이 남용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병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모른다는 겁니다. 의사가 내려준 진단을 이러한 지식 없이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정말 병이 있다고 믿게 되는 거죠.

스티그마 효과라는 현상도 문제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진단을 내리면, 그 사람은 자신이 진짜 그 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신 질환은 현재로서는 제대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단지 치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기준일 뿐입니다.